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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군사화에 저항하는 국제행동주간에 맞춰 <오마이뉴스>와 '전쟁교육 없는 공동체를 위한 시민모임'은 군 안보교육의 폭력성과 군사주의, 편향성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문제점을 알리고 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우리안의 전쟁교육' 칼럼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군 안보교육의 실태 점검, 병사 안보 교육의 문제, 평화통일 교육의 필요성 등 다양한 주제를 통해 '만들어진 안보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만들어가야 할 평화통일교육'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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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식농성장에 나타나 핫도그 먹는 남성 일베 회원등이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 단식농성장 앞에서 '도시락 나들이' 등 먹거리 집회를 예고한 지난 9월 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농성장에 나타난 한 남성이 핫도그를 먹으며 주변을 서성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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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들이 광화문 광장에 등장한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다른 사람의 고통과 슬픔에 전혀 공감할 줄 모르는 '괴물'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같은 하늘 아래 살 것 같지 않은 새로운 '종'의 출연은 우연일까? 아니면 필연일까?

일베의 폭식 투쟁은 한 마디로 '관용'이 사라진 사회의 우울한 단면이다. 나와 다른 생각, 가치관 등 모든 것을 부정하고, 배제하려는 이런 의식은 결국 모든 문제를 나와 남으로 이분화해, 종국에는 모든 상식적 문제를 진영 간의 싸움으로 보거나 만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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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폭격을 구경하고 있는 이스라엘 사람들의 모습.
ⓒ 알란 쇠렌슨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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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언론인 알란 쇠렌슨(Allan Sørensen)은 지난 9월 자신의 트위터에 "스데롯 극장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산 위로 의자를 가져왔습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을 지켜보기 위해서죠. 폭음이 들리면 이 사람들은 박수를 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이 같은 모습을 담은 사진을 전송했다.

이 사건을 두고 전 세계인은 경악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이스라엘 젊은이들은 2006년 레바논 헤즈볼라와의 전쟁 때 폭탄에 순진무구하게 낙서를 했던 그 어린이들일 수 있다.

이 두 사건은 공통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있다. '국가'가 '안보'의 이름으로 국민을 동원하면 '적대감'은 증폭되며 그것이 일종의 '사회문화'로 자리 잡으면 '관용'은 사라진다는 점이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조롱하고 경멸하며 타인의 고통, 심지어 참사라는 극단의 상황조차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태생이 그런 것은 결코 아니다. '사회문화'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것이다. 과거 버스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시절이 있었지만 그 땐 담배연기에 항의하는 사람은 없었다.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차 커지자 이젠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게 항의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결국 주입된 사회문화 때문임을 방증한다.

멸공교육은 못했지만, 안보교육이 이룬 것

우리의 통일교육은 정권의 성격과 지향에 따라 바뀌어 왔다. 반공(멸공) 교육-승공교육-민족화해교육-안보교육. 물론 명칭은 1980년 이후 지속적으로 '통일교육'이라 불렀지만, 그 내용은 정권의 이름만큼이나 달랐다.

1970년대 '북한 사람들은 실은 사람의 탈을 쓴 이리떼'라는 황당한 '반공'교육은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승공교육'이라고 이름 붙여진 교육도 남과 북의 체제를 단순 비교할 뿐 그다지 호응은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출범 초 정권의 안위를 흔들었던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와 국내외적으로 충격을 던진 2010년 천안함 사건을 겪으면서 이명박 정부는 밖으로는 현존하는 위협인 '북한'을 정조준하여 내부를 단결하고, 안으로는 마침 터진 '종북'논란을 확산시켜 반정부 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안보의식 강화'를 들고 나왔다.

군 내부 정훈교육 방향이 오염된 사회로부터의 차단과 오도된 가치관의 전환으로 잡힌 것도 이 무렵이다. 이런 정부의 분위기에서 군이 직접 학교로 들어가 안보교육을 담당하겠다고 나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학교 안보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놀랍게도 교육부도, 교육청도, 심지어 학교도 안보교육을 모니터링 하고 있지 않아 구체적 자료는 없다. 다만, 국방부가 공개한 '학교 안보교육' 자료를 통해 유추할 수는 있다. 이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정부 들어 안보교육 논리는 매우 단순해졌다. '부지런히 일해서 부자가 된 남한과 체제와 지도자를 잘못 만나 지독하게 가난한 북한'이란 단순한 이분 논리를 장황하게 설득한다.

일종의 우월감에 바탕한 이 논리는 '무장하지 않은 부자가 무장한 빈자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더하면 완벽하게 작동한다. 가난한 북한의 과도한 군사비를 예로 들면서 조롱하지만, 실은 그 10배가 넘는 우리의 군사비와 낭비되는 국방비 문제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논리 전개가 나와 다른 상대에 대해 인정할 줄 아는 '관용'의 정신 대신 지독한 '혐오감'을 심어준다는 것이다.

이런 '북한에 대한 혐오감' 심기가 지나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버젓이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짓(관련기사 : 군 장교의 '끔찍한' 안보교육...아이들 충격에 빠져 강의 중단)도 서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막장 교육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열등감을 느끼던 일부 청소년과 젊은이들에게 커다란 위안을 준 것이다.

약자가 강자 앞에 비굴해지면 자기보다 더 약한 자를 못살게 구는 것과 같은 이치로 이들에게 '북한'과 '북한사람'은 자신보다 열등한 인종인 것이다. 이제 '북한'은 그저 우리가 없애야 할 '청소의 대상'이며, '독재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해도 정당화 된다'는 비뚤어진 우월의식을 심기에 이르렀다. 모든 사회 불만을 외부의 적 탓으로 돌리는 고전적인 수법이 제대로 먹힌 것이다. 

북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 79%... 이래서 통일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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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부는 교육부와 안보교육 MOU를 체결하고, 각 지역 부대에서 학교와 업무협약을 맺고 안보교육을 나갈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성남의 상대원초등학교의 2013년 6월 19일 안보교육 장면.
ⓒ 상대원초등학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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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육협의회가 2013년 실시한 청소년 통일의식 조사를 보면 '북한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대답한 청소년이 무려 79%'이다. 이 정도면 사실상 통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에 대한 호감도는 어떨까? 호감이 간다는 의견은 43%에 불과했다. 북한에 대한 혐오의식을 키우고, 적으로 보는 관점 하에 진행된 안보교육 6년은, 결국 통일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버린 6년이었다.

그런데 분단국가에서 통일을 가르치지 않고, 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면 그 교육의 목표는 무엇일까? 이런 질문은 충분히 가능한 질문이다. 원래 사회가 공교육을 하는 본령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의식을 갖춘 시민을 육성하는 '시민교육'이다. 그렇다면 분단되어 반목하고, 언제 전쟁을 벌일지 모르는 나라에서 시민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의식은 '통일과 평화'가 아닌 것이 이상하다. 그런데 이런 원초적 질문에 대해 아무도 대답해 주지 않는다. '안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독재자들이 소년들을 교육하는데 심혈을 기울인 까닭은 쉽게 선동되며, 한 번 선동되면 물불을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나치의 유겐트나 마오의 홍위병이 그 좋은 사례이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청소년들을 군사적으로 교육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사훈련만 없다 뿐이지 지금의 학교 안보교육은 북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즉, 민주시민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정권의 논리에 충실하게 '주입'하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이 계속된다면 우리 아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어느 날 광화문에 피자를 들고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합리적 시민이라면 '부자인 남한의  재산'을 지키는 '안보'말고, 우리가 꼭 지켜야 할 것이 무엇인지 되물어 볼 필요가 있다. 안보교육을 빌미로 '주적관'을 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지켜야 할 소중한 '그 무엇'을 찾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유네스코 헌장 서문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전쟁은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인간의 마음에 평화를 위한 배려가 강구되어야 한다." 특히, 6.25전쟁을 겪은 우리는 이 말이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제일 먼저 '평화감수성, 인권감수성, 폭력에 대한 민감성'을 키워야 한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통해 이룩한 우리의 모든 것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진짜 지켜야 할 것은 '재산'이 아니라 '내가 충분히 사랑할 만한 사회'인 것이고, 이런 사회를 북한 동포와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 통일인 것이다. 

한국판 보이텔바흐 협약이 필요하다

나치즘에 의한 폐해를 경험한 독일은 국가에 의한 시민교육이 국가주의로 흐르는 경험을 반성하고 1952년 연방시민교육원을 창립해 시민들 스스로를 시민교육의 주체로 세워 균형적인 시민교육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 때 시민 교육에 대한 기본 원칙을 합의하여 만든 것이 '보이텔 바흐'협약이다.

이 협약에 의한 기본원칙은 '교육 과정에서 강압과 교조화를 금지하고, 균형적이고 대립적인 논점을 확보해 피교육자가 비판적 검토를 거쳐 스스로 최종 결론에 이르게 한다'이다. 독일은 통일과 전범국가임에도 이런 균형 잡힌 시민교육의 토대가 있었기에, 오늘날 유럽의 중심국이란 지위를 얻을 수 있던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 통일교육의 내용도 바뀌는 우리의 경우와 비교된다.

'안보'교육을 빙자하여 정권의 입맛에 맞는 교육을 '주입'하고, 통일지향이 아닌 '통일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현재의 '안보'교육은 중단되어야 한다. 적대적인 두 사회가 공존해야 하는 분단국가에서 '관용'을 거부하는 안보교육은 응당 배제되어야 마땅하다. 통일을 지향하는 속에서 '안보'교육을 접목하고, 교육 내용에 대해 시민적 합의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적 보완을 서두르는 것은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될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본 글은 <오마이뉴스>연재 기고글입니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49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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