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12 11:17
평화여성회/안김정애
“구럼비야 보고 싶다”
2017 제주생명평화대행진에 다녀 왔습니다. 7월 31일 월요일부터 8월 5일 토요일까지 엿새동안 250명 가량이 참여한 동진팀으로 걸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여 보기가 좋았습니다. 우리 미래가 어둡지 만은 않을 것이라는 희망도 가졌구요.
첫째날 기록적인 폭우 덕분에 일찌감치 발에 물집이 잡혀 고생했습니다만 올해도 제주 탐라, 나아가 우리나라와 동북아, 세계평화를 위해 걷는다 생각하니 그리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이틀째는 조영희 이사님과 함께 걸었구요.
첫째 날 이 문구가 새겨진 노란 색 깃발을 보고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2011년 1월 20일. 사전 고지도 없이 해군의 엄호 아래 및 삼성, 대림건설 등에 의해 굴착기가 동원되어 구럼비가 발파되어 흔적없이 사라졌는데, 그리고 그 위에 버젓이 해군기지가 들어 서 있는데 아직도 이런 깃발을 들고 행진을 해야 하다니....
2016년 2월 26일에 대국민 사기극인 제주해군기지가 완공되었습니다.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은 새빨간 거짓말이었습니다. 정문은 민간인 출입을 불허한 채 해군기지 팻말만 즐비함은 이를 증명합니다. 아시다시피 해군기지 건설은 처음부터 주민의 의사도 제대로 묻지 않은 채 불법적으로 시작되었고, 공사 과정 중에 각종 탈법과 인권침해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대한 진상규명과 처벌은커녕 기지 완공 후 국방부는 기지건설을 반대한 주민과 평화활동가 116명과 5개 단체에 34억 5천만원의 구상권을 청구하였습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가 이를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검찰은 이를 정식으로 기소하였고 8월 10일에는 정식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동북아의 긴장고조로 인해 역내 평화도 해치게 될 제주해군기지는 앞으로 다시 재평가되어야 합니다.
‘Out 제2공항’
이틀째 걸었던 성산읍 신산리.
2015년 12월에 정부가 발표한 성산 제2공항 건설 또한 문제가 많습니다. 관광객 과포화, 환경파괴, 토건족의 배 불리기가 문제입니다만 더 큰 것은 공군기지가 창설되어 함께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입니다. 2021년 남부탐색구조부대 창설을 계획하고 있는 공군은 신설되는 성산 제2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강정해군기지에 이어 성산공군부대 운영이 현실화된다면 제주는 더 이상 평화의 섬이 아니라 대중국 전초기지로 전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사업 역시 단 한 차례도 주민과의 협의나 동의과정을 거치지 않은 철저히 비민주적이고 불법적인 처사입니다.
이번 걷기를 통해 ‘평화’가 추상적인 단어에만 머물 수 없음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막연한 평화가 아니라 우리 삶과 구체적으로 맥이 닿는 평화, 그런 평화를 이야기하고 소리치고 사람들과 함께 연대투쟁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럼비야 보고 싶다”
다시 볼 수 있을 때까지 달팽이처럼 우리의 평화의지를 꾸준히 가져 가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