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글쓰기 : 장례식에 관한 고정관념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 편집장 )


 

얼마 전 70년대를 풍미하던 대중음악인들이 TV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지난 시절을 얘기하고 귀에 익은 음악을 끊임없이 들려주는 모습을 봤다.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조영남. 금지곡에 얽힌 얘기도 오가며 새삼 그때와 오늘을 대비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는 오랜 기간 연습을 통해서도 얻기 힘든 화음이 자연스레 우러나고 마치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갖고 신나서 놀 듯 음악을 즐겁게 놀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주는 편안함이 인상적이었다. ‘연륜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듯 그들의 음악과 대화에는 자유로움이 있었다.

그런 중에 자신의 장례식을 위해 노래를 녹음했다는 조영남이 그 배경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폭발했다. 가수가 죽으면 가수장이 치러지고 그때마다 고인의 대표곡을 문상객들이 함께 부르며 관을 떠나보내는 관례가 있는데 그 대표곡을 부르는 문상객들로서는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기 어렵더라는 얘기를 사례를 들어가며 소개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죽으면 부를 노래가 “구경 한 번 와보세요...”라고 화개장터를 부를 테니 문상객들이 어떻게 웃음을 참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런 저런 얘기에 보고 있는 시청자로서 나도 모처럼만에 맘껏 웃어보았다.

문득 예전 작고한 코미디언 서영춘의 장례식에서 생전 고인의 코미디가 식장에 소개되면서 문상객들이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을 겪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면서 “가수든 코미디언이든 생전에 남을 웃기고 즐겁게 하다 간 이들의 장례식에서 그들의 생전을 떠올리면서 웃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는 것이 과연 고인에 대한 예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장례식에서 문상객들은 무조건 엄숙하고 숙연해야 하며 슬퍼해야만 하는 걸까”라는 의문도 뒤따랐다. 이건 그저 고정관념일 뿐인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물론 많은 경우 장례식은 울음바다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어린이나 젊은이가 부모 앞에서 사망했을 때 그 연유가 어떠한지를 떠나 예로부터 참척이라 해서 불행 중에도 큰 불행으로 여겼던 만큼 이런 장례식에서는 그 누구라도 웃고 떠들 마음이 들지는 않을 듯하다.

하지만 비교적 행복하게 살다 너무 이르지 않은 시기에 평화롭게 세상을 떠난 분들이나 앞서 예를 들었듯이 평생 남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하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라면 그분들을 위해서도 너무 엄숙하기만 한 것은 오히려 결례가 아닐까 싶다. 아쉬움이 클 남은 가족들은 위로 받을 만하나 그렇다고 슬픔이 꼭 눈물바다를 이루어야 할 일도 아닐 성싶다.

예로부터 우리의 장례 풍습은 울음조차 적정선을 넘지 않도록 조율했다. 상주가 너무 울어 기진할까 싶어 때에 맞춰, 격식에 맞춰 울도록 했다. 계속되는 조문에 맞게 울음이 나오기 힘들 수도 있는 상주가 격식에 맞춰 곡을 하면 그래도 힘이 덜 들고 남들 보기에 민망하지도 않은 잇점이 있었다.

그러나 조문객-지금과 같은 형식적 조문객이라기보다 장례를 돕기 위해 모인 동네 이웃이나 약간은 촌수가 벌어지는 친척이라면 오히려 장례식장을 떠들썩하게 잔치판으로 만들 의무가 있었다. “호상이야. 호상에 너무 울면 못써.”라고 상주를 위로하고 먹고 마시고 놀음판도 슬쩍 벌이며 상주와 함께 밤을 새운다.

이는 실상 돌아가신 분은 하늘에서 온 존재로 다시 하늘로 돌아가시는 길이니 이별은 안타깝지만 마냥 슬픈 일만은 아니라는 인식이 예로부터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조상이 죽으면 신이 되고 그 많은 조상신들은 하느님 한분으로 돌아간다는 바탕신앙이 있었으니까. 오랜 세월 여러 외래종교들이 들어오며 이즈음엔 그런 신앙관도 뒤죽박죽되어 버리긴 했지만.

그러니 엄숙하기만 한 장례식 풍습은 우리 전통도 아니고 돌아가신 분에 따라서는 뜻밖의 결례를 범하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죽음은 슬픈 것이라고 너무 일률적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자연스러운 일은 아닌 성싶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단 하나의 정답만 있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자유’를 저마다 입맛대로 해석하는 사회라 해도 그 어떤 자유와도 부합돼 보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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