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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 금강산에서 ‘여성6자회담’ 열려

미중러일 직접 찾아가 동참 제안

 [82호] 2008년 01월 01일 (화)  권지희 《여성신문》 기자  minjog21@minjog21.com 

http://www.minjog21.com/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3454 


‘6자회담’이라는 틀은 비단 정부, 남성관료들만의 고유한 틀은 아니다. 최근 국내 여성단체들도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위해 올해 9월 금강산에서 민간 ‘여성6자회담’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미·중·러·일 4개국 여성단체들을 방문한 국내 여성 지도자들은 여성6자회담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눴다. 물론, 국가와 체제별로 적지 않은 차이도 존재했다.



국내 여성단체들이 올해 9월 금강산에서 ‘동북아여성평화회의’(가칭 여성6자회담)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정부가 아닌 여성단체가 ‘회담’의 형태를 갖춰 모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6자회담은 그동안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형성과정에 배제되어온 여성들의 발언권을 높이는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단체들은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국제연대보다는 자국의 여성인권 증진에 역량을 쏟아온 각국 여성단체 지도자들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미국과 일본의 여성계와는 어느 정도 교류가 있어왔지만, 사회주의국가인 중국과 러시아와는 관계가 소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여성단체들은 이번 회담이 동북아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이 서로 다른 체제와 사고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공동의 비전을 모색하는 만남과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7월 ‘한국여성평화방문단’ 결성, 4개국 연달아 방문


여성6자회담이라는 아이디어가 처음 제기된 것은 2006년이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공동대표 조영희 김엘리·이하 평화여성회)의 정경란 한반도평화센터 소장은 평화형성과정에서 여성의 참여와 여성들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한 틀로서 여성6자회담을 논의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한반도와 동북아의 미래를 결정할 평화체제 논의과정에 절반의 주체인 여성들은 늘 빠져 있었어요. 여성들이 바라는 평화의제들도 전혀 핵심으로 부각되지 못했죠. 평화형성자이자 화해자로서 여성의 역할을 실현시킬 방도로 6자회담만한 틀도 없더라고요.”


그러나 평화여성회라는 국내의 작은 민간단체가 6개국의 여성단체들을 조직한다는 것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재정과 인적 인프라, 국제 네트워크 등 여러 가지가 부족했다. 특히 그간 교류가 거의 전무했던 중국과 러시아의 여성단체와는 서로의 존재부터 확인하고 평화 이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이에 평화여성회는 지난해 7월 ‘한국여성평화방문단’을 결성했다. 4개국을 직접 찾아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역할과 참여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방문단은 중국(7월 15~18일)을 시작으로, 일본(8월 22~25일), 미국(9월 17~21일), 러시아(10월 24~27일)까지 4개국을 연달아 방문했다. 국가별로 참가자는 조금씩 달라졌지만 대체로 여성단체 대표와 평화활동가, 여성 국회의원이 방문단에 참여했다.


국회의원의 동참은 일종의 ‘로비 투어’ 성격이 강하다. 중심축은 여성단체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체제라는 이슈 자체가 정부간 관계 정상화 문제까지 아우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지난 2003년 5월 미국 의회와 시민사회에 북핵위기와 북미갈등의 평화적 해결을 호소하기 위해 구성됐던 ‘한반도평화국민협의회 방미단’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


당시 방미단 실무를 담당했던 정경란 소장은 “여야 국회의원과 교수, 시민단체 대표들과 함께 미국 공화당 민주당 양당 의원들은 물론, 수많은 평화단체 지도자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한국 사회의 여론을 전달할 수 있는 로비투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중국·러시아 “교류 확대해 상호이해 넓혀야”


한국여성평화방문단이 4개국 여성들과 나눈 대화는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동북아 여성들의 관심 촉구 ▲군비경쟁을 중단하고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한 상호공존체제로의 전환 노력 ▲동북아시아 평화형성과정에 여성의 참여 보장 ▲‘여성 평화 안보에 관한 유엔결의안 1325’의 적극 이행 등이다.


‘결의안 1325’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2000년 10월 31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여성 평화 안보에 대한 최초의 결의안으로, 유엔 회원국에게 구속력이 있는 국제법이다. 평화 형성과 합의·이행과정에 시민사회, 특히 여성을 포함시키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여성6자회담도 이 결의안의 적극적 이행과정으로 풀이될 수 있다.


만남의 결과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국가마다 온도차는 있었지만, 여성들이 동북아 평화와 상생의 문화를 만들자는 제안에 상당한 관심을 표명했다. 정 소장은 “한국의 여성들이 방문단까지 꾸려서 각 국을 찾아다니고 연대를 호소하는 것에 대해 모두들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국가체제에 따라 여성단체의 위상과 역할이 제각기 달랐고, 연대의 상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입장차가 존재했다.


중국 최대의 여성단체는 중화전국부녀연합회(부련)다. 1949년 4월 설립된 부련은 중앙에서 지방정부까지 중국 전역에 걸쳐 6만개의 지회가 활동하고 있다. 소속 직원만 8만 명에 달한다. 부련은 중국의 핵심 여성단체로, 민간과 정부기관의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다. 방문단은 중국을 방문해 부련 측과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중국 정부처럼 여성6자회담에도 적극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부련은 북측의 유일한 여성 교류창구인 조선민주여성동맹(여맹)과 격년제로 상호 방문하는 등 어느 국가보다 북측과의 교류 역사가 깊다. 최근에는 여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부련이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여맹 방문단에게 소개했다고 한다. 오랜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문단은 부련 외에도 베이징 홍풍여성상담센터, 가정폭력반대 네트워크, 베이징대학교 여성연구원, 중국인민평화군축협회 등을 찾아 중국 여성운동의 실태와 한국 여성운동의 현황을 공유하고 여성6자회담을 소개했다.


러시아의 여성단체들은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를 밝혔다. 지리상 동아시아보다는 유럽의 영향권에 있는 러시아 단체들은 이번 여성6자회담을 통해 동북아 여성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방문단은 구소련 여성연합을 전신으로 하는 러시아여성연합을 비롯해 러시아평화재단,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의 모임인 ‘병사의 어머니들’과 만남을 가졌다. 


정 소장은 “생각했던 것보다 체제의 차이가 컸다”며 “사회주의국가의 역사와 특성을 정확하게 인식한 후 교류해야 상호신뢰가 가능할 것 같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더 많이 만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일본 “북측여성과의 교류 아직 갈길 멀어”


미국과 일본 방문에서는 그동안 어느 정도 교류가 있었던 만큼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미국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미 의회 여성 코커스(당원대회) 부의장인 잔 시아코브스키(일리노이주)와 베티 매코럼(미네소타주) 두 민주당 하원의원과의 만남이다. 이들은 방문단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여성6자회담 개최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평화운동에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방문단은 민주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힐러리 로댐 클린턴 뉴욕주 상원의원과의 만남도 시도했으나 결국 불발로 끝났다. 대신 여성보좌관인 안 카바간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외에도 반전여성단체인 ‘코드 핑크’와 국제여성평화단체인 ‘평화와 자유를 위한 국제여성연맹’(WILPF) 워싱턴 관계자들을 만나 양국 여성들의 평화운동 활동을 공유했다.


방문단이 일본에 도착했을 때는 막 참의원 선거가 끝난 직후였다. 도쿄 동경에서 최다 득표로 이긴 오가와라 마사코 참의원을 비롯해 시미즈 스미코 조선여성과 연대하는 모임 대표, 세노 키요 전국페미니스트의원연맹 공동대표(도쿄 아라카와구의회의원), 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 코미야마 요우코 중의원의원, 마타키 쿄우코 가나가와네트워크 대표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정 소장은 “일본 여성들은 한국여성운동의 경험과 여성단체의 영향력이 높은 점에 대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으며, 한국여성들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일본 여성의원과 여성단체지도자를 만나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고 모두 놀라워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방문단이 북미, 북일 관계정상화를 위해 여성들이 힘써달라는 말을 꺼냈을 때 미국 의회 관계자들 다수는 “북이 핵부터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고, 일본 여성들은 “일본인 납치문제로 북일관계 개선을 이야기하는 게 참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 여성들은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여성들이 함께 노력하자”는데 동의를 표하고 여성6자회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정 소장은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는 북미, 북일 관계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문제”라며 “이번 방문이 평화를 위한 여성의 역할을 새롭게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 소장은 “미국과 일본 모두 남북 교류에 대한 정보가 턱없이 부족했다. 민간차원에서 대규모 방북을 하고 관광을 하는 것도 잘 모르고 있었다”며 “남북의 평화교류 현황을 국제사회에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문단은 조만간 평가워크숍을 갖고, 내년 2월경 여성6자회담 추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추진위에는 평화여성회를 비롯해 한국여성단체연합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여성위원회 등의 단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 관계자와 국제여성평화연합(WILPF) 등을 초청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북측 여성단체 초청과 관련해 다양한 접촉도 시도하고 있다.


정 소장은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북미관계가 더욱 진전을 이뤄가고 있다. 내년 8월 남북응원단이 함께 남북공동열차를 타고 베이징올림픽에 참가해서 남북 화해 분위기가 높아지는 시점에 여성6자회담을 개최해 여성들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분위기를 금강산에서 꽃피우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여성6자회담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한 ‘민간외교’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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