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 편 가르고 무상급식 빼앗는 나쁜투표! 투표장에 가지도 마세요”

“ 투표로 나쁜 아이, 착한 아이 편 가르기 ? 착한거부? 착한폭력 착한강도도 있겠네."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서울시 전역에 무성하게 걸려있는 현수막들의 일부이다.

아이들 밥 한끼 먹는 문제로 왜 이리 많은 말 들이 오가야 하는지... 집 밖을 나서서부터 열 발자국 떼기가 무섭게 여기 저기 내걸린

무상급식 현수막들은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며칠 전 지인이 보여준 핸드폰 문자에는 무상급식 전면시행을 주장하는 현 서울시 교육감을 비난하며

“투표를 하지 않으면 채플(예배)과 종교수업을 못하게 된다, 학교에 동성애자가 급증한다.”는 황당무계한 내용까지 담고 있다.

원론적으로는 서울시 교육청 소관인 아이들의 급식 문제가 서울시의 주요 현안으로, 당 대(對) 당의 정치적 대결로까지

확대, 변질되고 있다. 심지어 서울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운명까지 내걸었다.

“우리들 밥 먹는 문제로 왜 이렇게 어른들이 싸우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학생의 말처럼

서울시 교육청의 여러 행정현안 중의 하나인 무상급식 문제는 정치인들의 당리당략에 의해 민주주의 시대의

또 하나의 소통의 수단인 ‘투표’라는 허울아래 O, X식 편 가르기 싸움이 되었다.

소통이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를 보면 ‘서로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막히지 않고 잘 통하려면 내 주장만 내세우고 상대를 비방하기 전에 우선 서로의 말을 들어야 할 것 아닌가?

무상급식 문제가 왜 나왔는가? 에 대한 근원적 질문은 오간데 없어졌고,

오로지 33.3% 투표율에 목매는 어른들의 힘겨루기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차라리 무상급식‘투표’를 당사자인 아이들이 한다 해도 이보다 더한 진흙탕 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불통으로, ‘대화’가 힘겨루기로 변질된 것은 비단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크레인에서 고공농성 중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대해 이를 지지하는 시민들의 희망버스와 이를 반대하는 보수우익단체 노인들의

대립사태, 나아가 경찰의 폭력적 진압은 사회적 우려를 낳았고,

정리해고 문제는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을 보이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진정 우리 사회에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기 위한 조력의 장치와 소통의 문화는 없단 말인가 ?

 

그런 점에서 몇 년 전 필자가 캐나다에서 보았던 초등학생들의 자율적 문제 해결과정은 신선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

캐나다에 있는 A berdeen Elementary School에는 우리 학제로 보면 4,5,6학년에 해당하는 5, 6, 7학년 중심의

또래조정자(Peer Mediator)가 16명 정도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었는데, 이들은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이나

후배들 사이에 갈등이나 싸움이 발생했을 경우 조정자로 나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 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심각해지기 전에 서로 오해를 풀고 다시 사이좋게 지낼 수 있도록

의사소통을 돕는 역할을 하는 이 학생들은 주로 점심시간에 조정을 하고 있었는데 조정 전에

따로 당사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언제 조정을 하면 좋은지 약속을 정한 뒤 추후 또래조정실에 모여서

조정을 한다고 하였다. 또래조정 교육은 매주 1시간 30분씩 교육과 모임을 통해 훈련하는데

주로 갈등해결에 대한 다양한 방법이해와 의사소통에 대한 교육들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또래조정을 하게 된 이유는 몇 년 전에 학교 내에 큰 사건이 발생하여

지역사회 중재기관인 ARJAA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는데 그 사건이 잘 해결된 후

교사, 학부모들이 다양한 교육에 참여하여 또래조정을 시작하게 되었고, 또래조정의 의미나 필요성이

교사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인식되어 학교에 적용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래조정은 학생들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분쟁을 드러난 결과에만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문제의 근본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행동의 원인을 찾아 그 해결을 도모하는 것이라는

교장 선생님의 말씀은 참으로 인상적이었고

이와 같은 조정활동은 캐나다의 다른 초, 중, 고내에서도 제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또래조정자 활동을 하다 보니까 점심 때 밥을 잘 못 먹어 힘들기도 하지만,

조정을 통해 싸우고 화내는 게 무익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는 5학년 여학생의 해맑은 답변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신이 우리에게 다른 영장류와 달리 언어 능력을 주신 것은 힘의 대결로만 인생의 굴곡을 헤쳐 나가라는 게 아니라 말을 통해

서로를 살릴 수 있는 평화적 방법으로써 살아가라는 뜻일 게다.

상호 갈등이 발생 했을 때 중간에 서서 타협점을 찾아 합의하도하고, 나아가 화해까지 돕는

조정(調停)의 문화가 못내 아쉬운 오늘이다.

 

(교내 조정실 문 앞의 또래조정자들 사진과 조정 일정표. 조정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이 일정표를 보고 조정자를 선택, 신청한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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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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