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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전협정 60년을 말하다”<기고>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여성과 정전협정 60년’ 학술토론회
김정수  |  tongil@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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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7.04  17: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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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참석자들이 이렇게 많이 온 까닭은?

   
▲ ‘여성, 정전협정 60년을 말하다’ 학술토론회가 지난 1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주관으로 열렸다. [사진제공- 평화여성회]

“여성이 지난 60년의 정전체제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여성과 평화의 눈으로 바라본 정전 60년은 어떤 모습인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성친화적이었는가? 여성이 바라는 평화로운 한반도의 미래상은 어떤 것인가?”
“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여성시민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이렇게 커다란 질문들을 던지며 학술토론회는 출발했다.

이 토론회는 4.9통일평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원장 김정수)이 지난 몇 년의 공백기를 깨고 새로운 활동을 여는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마련되었다.

7월 1일(월)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열린 이 토론회는 이 도발적인 질문들이 어떻게 다뤄질지 궁금증을 갖고 참석한 이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약 70여 명이 넘었다.

한 토론자는 여성들이 통일과 평화문제를 다루는 모임에 이렇게 많이 온 것은 거의 처음이라고 했는데, 이는 아마도 본 학술토론회가 정전협정 60년을 다루는 유일한 여성계 행사인 점을 고려하더라도, 올 봄 전쟁의 극단적 위기까지 치달았던 소스라치는 경험의 잔영이 아직도 남아있던 여성들, 지난 60년의 정전의 세월을 여성의 관점에서 말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던 사람들(특히 남성 참석자들은 그렇지 않았나 싶다), 최근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남북회담이 장관급-당국자 회담의 ‘격’과 ‘급’을 따지다 결국 참담하게 무산되는 것을 보며 멘붕상태에 빠진 사람들, 이렇게 절망적인 상황을 돌파하여 여성시민사회가 평화체제 형성을 위해 뭔가 할 수 있을까 갈망하던 사람들...

이런 관심사들이 정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여성과 정전협정 60년 학술토론회’로 발길을 향하게 한 것 같다.

‘정전체제 성립과 여성의 삶’

   
▲ 주요 발제자들과 사회자. [사진제공- 평화여성회]

첫 번째 주제 “여성, 한반도 정전체제 60년을 말하다: 정전체제 성립과 여성의 삶”을 발표한 안정애 박사(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공동대표, 전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조사팀장)는 “한반도 정전체제 60년은 남북한 정권이 분쟁예방과 해결에 실패함으로써 국민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하면서 “분단과 전쟁, 정전협정 체결 등 모든 과정에서 한 명의 여성도 주요 정책결정자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성안보의 시각’에 한국전쟁과 정전체제의 성립 과정을 추적하면서 드러냈다.

여성안보의 개념은 기존의 국가주의와 군사주의가 표방하였던 ‘상호파괴가 아닌 공유된 생존’(joint survival rather than mutual destruction)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인간안보와 공동안보의 내용에 목소리와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익명성의 존재로서 주변화된 여성들이 국가의 군사적 안보나 국익의 명분 아래 희생당해왔다는 현실 인식을 기반으로 형성되었다.

여성안보를 구성하는 내용은 ‘군사적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경제적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성적인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등이며 안정애 박사는 “강대국에 의한 분할점령과 전쟁, 그리고 분단의 고착화로 이어진 정전체제라는 특수성을 가진 한반도에서 여성안보의 내용은 ‘군사적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항목 내에서 대내적인 폭력 외에도 주한미군으로 포함되는 미국의 군사패권주의 폭력이 추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리하여 여성들은 적지 않은 평화통일 노력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노력은 저평가되었고, 이에 반해 많은 여성들이 이산가족, 전쟁미망인, 기지촌여성, 군사주의 사회문화의 폭력성에 노출된 여성, 탈북여성 등 피해자로서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 구체적인 예로 발제자는 자신이 직접 면접구술한 기지촌여성과 한국전쟁기 민간인집단학살 생존자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토론에 참여한 권인숙 교수(명지대학교)는 위 여성들의 삶과 증언뿐 아니라 국가안보/군사안보 논리에 희생된 여성 일반의 삶, 그리고 평화와 통일을 위해 주체적 삶을 살아온 여성들의 목소리를 더 모아야 할 필요성, 분단과 정전체제의 징병제 사회에서 제한된 여성시민권이 어떻게 제한되고 국가안보의 시각에서 어떻게 변형되고 왜곡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성친화적이었는가?’

   
▲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성친화적이었는가?’ 하고 진지한 물음을 제기했다. [사진제공- 평화여성회]

두 번째 주제인 ‘여성의 관점에서 본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은 여성친화적이었는가?’를 발표한 조영주 박사(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는 1995년 북경여성대회 이후 국제적으로 채택된 여성정책의 패러다임으로 등장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의 맥락에서 역대정부의 대북정책을 ‘여성의 관점’으로 보아야 할 논리적 근거를 제시했다.

조영주 박사에 의하면 “여성들이 처한 젠더 불평등의 상황에서 정책과 제도에 대한 요구가 남성과 다를 수밖에 없으며... 한반도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특수성, 즉 분단의 현실과 구조를 다루는 대북정책에서도 역시 여성과 남성의 요구는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대정부의 대북정책을 여성의 관점에서 볼 때 세 가지 범주 즉, ‘대북정책의 관점’ 문제와 대북정책의 기획과 실행구조ㆍ참여의 문제, 남북교류협력과 여성의 참여 차원에서 분석했다.

먼저 대북정책의 주요 이슈가 정치경제적 구조 및 제도, 북핵을 비롯한 군사안보 문제인데, 이러한 분야는 주로 남성들의 활동무대로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성들이 배제되고 이론이나 담론 역시 남성 중심적 사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책의 주요 주체가 남북한의 정부, 정권, 권력엘리트들이고, 대북이라는 용어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제외하고는 북한의 일반 주민들, 특히 여성들이 드러나지 않는 점,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북한에 대한 개발지원 접근방식에서도 ‘개발’ 담론이 제3세계에서 대상국을 타자화하고, 많은 경우 개발사례들이 피개발국의 여성 또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소외시키고 차별을 심화시키며 사회적 문제를 야기했던 경험을 볼 때 북한개발지원 모델에 인권감수성과 성인지적 관점을 반드시 반영시키는 점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북정책과 남북교류협력에의 여성참여 문제도 남성적 분야라는 기존의 인식, 정부ㆍ민간 차원 모두에 여성전문가 부족, 정책과 제도에 성인지적 관점 미비,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기 부족한 여성단체들의 재정적 역량 부족 등의 다양한 이유로 제한되어왔다.

결국 역대정부의 대북정책이 여성친화적이었는가에 대한 도발적 질문에 대한 ‘그렇지 못함’의 답변이 다양한 차원에서 설명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조영주 박사는 대북정책이 여성친화적이기 위해서는 성주류화 전략의 실행을 강력히 주장하고 제안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최근에 논의되는 ‘여성ㆍ평화ㆍ안보에 관한 유엔안보리결의안 1325호’에 따른 국가행동계획 수립이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과정에 여성의 참여, 정전체제 하의 남북여성들이 다차원적으로 경험하는 여성인권 침해에 대한 예방과 보호, 그리고 갈등분쟁 해결 이후 복구라는 영역을 모두 포괄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대북정책의 여성친화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았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운영위원장은 안보담론은 가부장적 남성주의를 강화하는 반면에 평화와 화해 담론은 여성의 참여와 역할, 지위를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여성친화적이며, 따라서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가운데 평화와 화해의 담론에 기반을 둔 대북화해협력 정책이 여성친화적이었다고 평가하였다.

동시에 그는 1975년 나이로비세계여성대회 이후 1995년 북경세계여성대회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평화 담론은 전통적 안보담론에 여성의 영역을 반영한 끼어들기 방식이었음을 지적하며, 공동안보와 인간안보를 포함한 여성평화 중심의 새로운 안보담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현재의 대북정책이 주로 정부차원의 북한정부를 상대로 하여 남북 민간의 운신의 폭이 협소한 만큼, 새롭게 대두되는 공공외교(public diplomacy)와 신외교를 통해 남한의 여성들이 북한의 여성들을 상대로 한 정책을 어떻게 도출할 것인가에 대한 과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과 여성의 역할’

   
▲ 토론회 전경. [사진제공- 평화여성회]

마지막 발제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상과 여성의 역할”에서 정현백 교수(성균관대 사학과,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냉전 구조 하에서 정전체제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과 그 확대를 저지하는 유일한 장치로 작동해왔던 과거를 멀리하고 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고, 박근혜 정부의 신뢰프로세스가 이명박 정부보다는 전향적이었으나 실행으로 이르기에는 현실성이 부족한 점, 이것이 바로 최근 무산된 당국회담이 통해 드러났음을 지적했다.

정현백 교수는 무엇보다 시민참여형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특히 다자안보협력을 통해 이루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이는 동북아시아 관련국가의 시민사회가 펼치는 국제적인 연대활동 위에서, 즉 국익이라는 좁은 시야를 넘어서 지역의 평화문제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 교류를 활성화할 동북아 시민포럼을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이런 차원에서 그동안 평화여성회를 중심으로 진행된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남한 여성평화운동의 국제연대 네트워크 확산, 한반도 이슈를 동북아 평화 의제로 확산시키고 이를 통해 꾸준히 유엔안보리결의안 1325호에 대한 인식과 국가행동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한 점을 의미 있게 평가하였다.

아울러 한반도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여성들의 역할을 설정함에 있어 변화하는 여성시민, 여성대중의 요구와 욕망이 현재 여성평화운동이 지향하는 목표 사이에 드러나는 간극을 섬세하게 읽어내면서도 동시에 탈핵운동 영역에서 더욱 더 활발하게 발견되는 생명을 지향하고 선택하는 여성들의 감수성과 희망을 한반도평화체제 논의에 반영하여 여성평화운동의 과제를 재구성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 발제에 대한 토론을 맡은 백학순 박사(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는 평화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평화감수성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박근혜 후보의 남북관계 대선공약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공약”이 본래 “부재”했음을 밝혔다. 여기서 “정전체제 하의 질서와 이익을 큰 문제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기득권’의 세력의 모습”이 보인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북핵협상에서 비핵화와 평화체제가 두 개의 별개로서가 아닌 ‘통합된 하나’로 결합되어 추진되도록 합의를 이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학술토론회는 위에 소개한 발제와 토론 외에도 김금옥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이승환 시민평화포럼 공동대표, 이문숙 아세아교회여성연합회 총무 등이 참여하는 “한반도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여성시민사회 역할” 라운드테이블 종합토론 시간을 가졌다.

토론자들은 분단과 근대사에 대한 공부의 필요성, 남북의 화해협력 정책을 지탱할 수 있는 민주주의 발전의 필요성, 이에 더하여 정전협정 60년이 온 국민의 정신구조에 던진 트라우마, 자기 감시와 자기 검열의 일상화를 극복할 수 있는 성찰과 반성에 대한 절박한 깨달음의 요구 등의 과제 등을 제안하였다.

여성들이 제기하는 성인지적 평화담론에 대한 경청 절실해

   
▲ 여성들이 통일과 평화문제를 다루는 모임에 이렇게 많이 온 것은 거의 처음이다. [사진제공- 평화여성회]

이번 학술토론회는 정전협정 60년을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다는 기획 의도를 완성했다기보다는 이제부터 새롭게 바라보아야 할 과제와 이를 이행하기 위한 여러 분석틀, 주제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60년의 정전체제 아래 더 큰 피해와 고통을 겪으면서도 평화를 만드는 주체로 자기를 세우고자 하는 여성들의 집단지성의 노력에 대해 참여한 남성들이 보여준 다양한 평가들(감사, 아쉬움, 불편함, 가르침)은 여성들이 남성들이 지적인 차원, 정보의 차원, 인적ㆍ물적 자원의 차원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는 영역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만들어 가는 일은 결국 사람들이 하는 일이며, 여기에 한반도 주민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자신들의 안전과 평화, 그리고 행복을 위해 시민적 주권을 행사하고, 더욱이 지금도 무력갈등과 분쟁에서 가장 극단적 형태의 고통과 희생을 당하는 전지구적 현실을 고려한다면, 여성들이 제기하는 성인지적 평화담론의 목소리에 대한 진지한 경청과 수용, 그리고 기꺼이 함께 논의할 열린 지성이 더욱 절실함을 깨달은 학술토론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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