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1월 14일, 춘천 YWCA “여성의 평화운동에 대한 의식고취 및 발전방향에 관한 토론회” 강연 원고

평화운동과 여성의 힘

김엘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정책위원장)


1. 평화운동은 통합적 인식에서

세상은 변하고 있다. 최근 그 변화의 조짐 중의 하나가 ‘평화’라는 말이 사람들 사이에 회자하면서 여러 분야에서 평화라는 개념이 도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통일부에서도 통일교육에 평화교육적 가치와 요소들을 도입하고자 ‘평화’ 개념에 귀기울이는 노력을 단행했다. 통일운동 진영에서도 ‘평화’라는 개념을 수용함으로써 단순히 ‘평화로운 통일’이라는 도구적 활용의 차원이 아닌, 평화를 보다 적극적인 행위원리로서 보려는 움직임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병역거부운동도 살생과 폭력을 반대하는 평화운동의 개념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의도하는 질서와 안정을 위한 정체적인 평화가 아닌, 보다 더 다양하고 역동적인 과정으로서의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그 변화의 강도는 예사롭지 않다.

국경 밖에서도, 테러리즘과의 전쟁 (War on Terrorism) 몸살에 휩쓸린 세계적 전쟁기운의 흐름에 저항하는 평화운동의 불길이 당겨지고 있다. 그런데 그 세계반전운동의 저변에는 깊은 평화운동의 기운이 깔려있다. 아시아,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는 이 운동의 흐름은 단순한 전쟁반대운동을 넘어서서 우리의 삶 속에서 평화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행동이 깃들여있다. 전쟁 피난민들을 지원하는 인권운동이나, 인종차별과 소수민족 차별을 반대하는 운동, 군사주의와 가부장적 폭력성을 거부하는 여성운동 등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친우봉사회 (American Friends Service Committee), 스위스의 ‘테러와 전쟁에 반대하는 연합’의 아프간 난민의 인도적 지원, 그리고 유색인종, 외국이주자, 아시아, 태평양 지역 섬 주민들로 구성된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연맹 (People's coalition against War)’ 이 전개하는 인종차별운동, 국제행동센터(International Action Center)의 전쟁과 인종차별에 대한 정보제공, 그리고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동아시아-미국-푸에르토리코 여성네트워크의 탈군사화 운동, 일본의 바우넷 제팬 (VAWW NET Japan), 아프가니스탄 여성혁명연합, 필리핀의 반전 집회, 미국 여성들의 반전시위 등이 그 사례들이다.
. 군사적 안보가 아닌, 경제, 사회문화 등의 영역에서 인간안보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민간단체들의 한 걸음이다.

말하자면, 우리 삶의 일상적 폭력성과 우리사회의 갈등구조를 보지 못한다면 통전적인 평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국내외 평화운동은 보여준다. 이렇듯, 평화란 전쟁을 반대하는 개념으로서만이 아니라, 우리 삶 속의 폭력을 반대하고 없애는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여기서 폭력이란, 직접적 폭력, 구조적 폭력, 문화적 폭력을 아우르는 다층적 의미이다 ‘직접적 폭력’이란 물리적 폭력이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폭력을 의미하고, ‘구조적 폭력’은 한 사회구조나 체제, 국제질서에서 나타나는 폭력성이다. ‘문화적 폭력’이란 직접적, 구조적 폭력을 합리화시키고 정당화시키는데 사용될 수 있는 상징, 문화 등을 의미하며, 이념, 종교, 언어, 예술 등을 통하여 작동한다. 이 세 가지 폭력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결합되어 있다. 자세한 내용은 Galtung, "Cultural Violence," JPR, 1990 참조.
. 오랫동안 평화개념을 연구한 갈퉁은 ‘폭력이 없는 상태’를 ‘소극적인 평화(전쟁이 없는 상태)’와 구분하여 ‘적극적인 평화’라고 명명한다.

군사화나 무력분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상이한 집단간의 갈등이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911 참사의 문제도 그렇고,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포한 부시행정부와 그들이 명명한 악의 축들과의 싸움걸기도 그렇다. 필리핀의 민다나오의 이슬람 무장저항이나, 체첸의 독립운동도 빈곤과 차별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다.

나아가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전쟁이나 폭력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경향성, 사회, 정치, 경제 문제를 군사적 힘에 의존하여 해결하려는 어떤 흐름이 우리의 삶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도 필수적이다. 군사적 가치를 고무하는 이데올로기, 가치, 신념체계, 사고와 행동양식이 우리의 삶에 스며있고, 의식하지 못한 사이 전쟁준비 동원을 위해 어떤 일정한 방향으로 개인과 사회가 구성되고 있다.

따라서 ‘평화’가 무엇인지, 또는 평화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물음에는 우리 삶의 일상적 폭력과 전쟁과 역사의 거대담론이 통합적으로 상호작용하며 결합되어 있다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군사적 테러와 전쟁이라는 가시적 폭력성이 일상적 삶 속에서 나타나는 비가시적인 폭력성과 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볼 때, 평화이해는 더 예리해진다.

미국의 한 흑인여성인 마르시아 앤 길레스피의 한 글은 이를 잘 표현하고 있다. 제리 폴웰스 목사가 911 참사의 원인을 진보적인 사회그룹, 페미니스트, 동성연애자들의 탓으로 돌리는 연설을 했을 때, 마르시아는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테러는 가난과 빈곤에서, 여성혐오와 인종차별에서, 광신에서, 그리고 억압적인 경제, 사회, 정치적인 상황과 제도에서 자라고 있다.’ 그리고 마르시아는 덧붙였다. ‘흑인공동체를 파괴하려는 린치들, 폭동, 여성에 대한 폭력 등으로 여성들은 일상적 삶에서 항상 테러의 위협과 함께 살고 있다’.


2. 여성이 평화운동을 한다는 것

‘평화’라는 말은 누구든지 사용한다. 부시와 그의 행정부도 세계평화와 자유를 위하여 ‘테러리즘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평화로울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고 국가안전기획부는 북한의 위장평화와 안이한 안보의식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문제는 '누가' 평화를 말하는가, 그 화자의 주체이다. 아프가니스탄의 굶고 있는 아이들이 말하는가? 블레어와 부시가 말하는가? 노동자들이 말하는가? 초국적 기업들의 자본가들이 말하는가? 누가 평화에 관하여 말하는가에 따라 그 평화의 의미는 상당히 달라진다. 삶의 조건과 맥락에 따라서 평화의 개념은 안정구도의 근거일 수도 있고 전복적 의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여성들이 평화에 관하여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동안 여성들이 전개한 한국평화운동을 크게 갈래짓는다면 1)방위예산 삭감, 무기 수입 등을 반대하는 군축운동 2)걸프전쟁, 아프간전쟁 등을 반대하는 반전운동 3)남북여성교류, 북한여성지원 등 통일운동 4)기지촌 여성들,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인권운동 5)소파개정을 위한 법제운동 6)평화교육, 평화문화 확산을 위한 활동 등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이지는 않지만, 70-80년대에 교회여성들을 중심으로 반핵운동과 원폭피해자 지원 활동은 역사적으로 또 하나의 주요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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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평화운동의 확산은 양복유니폼을 입은 남성정치가들의 악수교환으로 텔레비전 뉴스화면이 메어지는 전쟁과 평화의 담론이 이제는 길거리에서 집에서, 난민촌에서 여성의 시선으로 노출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의 일상적 안보는 어디에 있는가? 내가 편안하고 안심하게 살 수 있는, 폭력적이지 않은 세상은 어디에 있는가?’ 라는 질문들이 여성의 인권문제와 함께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평화운동이 보다 여성주의적 관점을 만나 여성들의 삶에서 출발하기 위해서는 남성의 영역인 군사, 외교의 문제를 일상적 삶의 맥락에서 보다 섬세하게 읽기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한 출발점으로서 두 가지 측면만 짚어볼까 한다.

1) 성별화된 국제질서와 사회질서를 인식하는 일

전쟁, 안보, 군사, 외교와 같은 영역은 남성들의 영역으로 간주되어왔다. 남성들이 하는 전형적인 남성의 독점적인 영역이자 남성성이라는 특성이 요구되는 고유한 영역이다. 그래서 전쟁과 평화는 군사력을 기반으로 한 안보의식과 안보의 주체자이자 여성들의 보호자인 남성이 만들어가는 주제이다.

그래서 여성들이 안보에 관하여 말하고 군축에 관하여 말하면, 마치 들어오면 안될 남성의 특권적 공간에서 불쾌해하는 남성들의 못마땅한 질타를 피할 수 없다. ‘군대도 안간 여자들이 뭘 모르면서 나불대는’ 짓으로 격하되거나, 여성 고유의 부드러움과 따뜻한 여성적 특성으로 그냥 평화롭고 순결한 여성으로 남아있기를 기대되어진다.

그러나 아들이나 애인을 군대에 보내면서,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으면서, 군사관련 업무를 보조하면서, 남성들이 군인다운 군인이 되도록 북돋아주고 받쳐주는 여성의 자리는 남성들의 군사, 외교 영역을 재생산하고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부분이다. 남성들이 꾸미는 정치, 경제, 군사의 정책과 전략 이면에 보이지 않는 여성의 성적 역할은 사회적으로 전쟁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주요한 필수적인 요소이다. 뿐만 아니라 적군의 종족을 말살시키기 위해 군사적 전략으로 강간을 당하는 여성들, 출산의 통제를 받는 여성, 제도적으로 성매매된 여성들의 이야기도 빠져서는 안될 전쟁이야기이다.

따라서 평화군축운동이나 탈군사화 운동이 정치, 경제, 군사 부분에서만 논의되어지는 것으로 완결되어질 수는 없다. 무기를 만들고, 군사력이 증가되는 일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가능케하는 가부장적 구조와 이데올로기를 짚지 않고서는 해결될 수 없다. 일상적 삶에서 가부장적 군사주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남성성과 여성성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남성적 특권이 군사안보의 맥락에서 여성들에게 어떠한 영향이 미치는지에 관한 이해 없이는 온전한 평화운동을 만들 수 없다.

2) 주변성의 힘을 인식하는 일

여성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주변화된 존재로 타자화되어왔다. 여성운동의 한 흐름은 주변화된 여성의 존재를 중심으로 끌어내기 위해 남녀평등의 기치아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그러나 여성이 평화운동을 한다는 것은 남성들이 일궈온 중심부에 단순히 끼어들기 운동이 아니라, 자신의 주변성을 새롭게 해석하고 새로운 정치적 공간을 만들 수 있는 자생력을 기르는 것이다. 여성의 주변성은 더 이상 결핍이나 열등한 변두리가 아니다. 이는 오염된 중심을 비판할 수 있는 특권적 인식력이자, 자신의 억압적 경험을 평화적 감수성으로 전환하여 고통받는 다양한 사람들의 억압을 민감하게 느끼고 연대할 수 있는 능력이다 조혜정 (2000),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서울: 도서출판 또하나의 문화, 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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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자신을 주변성에 놓고 그 주변성을 전혀 다른 눈으로 본다면, 자신에 대한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과 함께 새로운 관계와 세계가 만들어진다. 여성들간의 차이도 보이고, 서로 함께 민주적으로 평등하게 참여하며 서로 힘을 주고 북돋아주는 상호관계성이 형성된다. 권력은 특정한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에게 편재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그런데 여성들의 억압적 경험을 어떻게 새로운 세계의 창조적 힘으로 전환할 것인가? 한과 증오, 분노로 그치는 억압적 경험은 힘의 긍정적 생성을 가져오기보다는 상호간의 피폐함으로 남을 수 있고, 피해의식은 또 다른 집단을 억압하는 역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평화운동의 자기성찰과 심성훈련이 필요함을 역설하게 된다. 일상의 삶에서 깊은 호흡과 명상을 통하여 자신의 충만감을 채우고, 타인을 존중하고 타인에게 귀기울이는 성숙함이 여성평화운동의 기반이 될 것이다. 그래서 타인과 대립하는 경쟁도 아니고, 타인을 위한 동정도 아닌, 자신으로부터 타인의 슬픔과 기쁨을 구분하는 않는 상호공유적 인식속에 Lugones M.C. and Spelman E.V., (1987), "Competition, Compassion, and Community: Model for a Feminist Ethos," in Competition: A Feminist Taboo?, Balerie M and Helen E. L. eds., NY: The Feminist press.
여성평화운동의 에토스가 생성될 것이다.


3. 여성에게 힘 주기

여성들이 평화운동의 주체자로서 자신을 위치지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으로부터 삶이 시작되어야함을 의미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로 향한 애정과 열정을 지역공동체, 지구공동체와의 연계 속에서 마시고 내보내고, 또 마시고 내보내면서 세계와 하나가 될 때, 중심과 주변의 경계를 넘나들 때, 평화만들기는 시작된다.

여성평화운동은 근본적인 운동이다. 내가 변화하는 과정이다. 세상을 어떻게 보고, 어떠한 가치를 가지고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급진적인 정치적 운동이다. 결국, 내 자신이 평화운동이다. 내가 행복한가, 내 몸이 평안한가 하는 점이 곧 평화운동이 건강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지의 척도가 된다.

1) ‘의식적’ 행위자가 되는 일

여성이 평화운동의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전체 사회의 흐름 속에서 파악하고 읽어내는 훈련이 필요하다. 여성들이, 위에서 언급한 성별화된 질서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에 있는가하는 점을 성찰하는 일이다.

크게 보면 여성들이 가부장적 군사주의의 피해자이겠지만, 어떤 맥락에서는 나의 생각과 행위가 이러한 가부장적인 군사주의를 유지시켜왔다는 점을 의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여성들이 어떻게 평화운동의 주체로 설 것인가하는 점은 나의 행위와 사고가 어떤 정치적 의미를 갖는지 반성하는 ‘의식적인 행위자’가 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된다.

2) 평화의 감수성을 기르는 일

여성들이 평화운동을 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일상적 삶에서 폭력성을 느끼고 그것이 폭력이라고 명명할 수 있는 예민함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는 무관심이나 무사려도 사실상 하나의 정치적 행위이며, 폭력적 현실을 가동시키는 것과 같다. 필요한 것은 공감과 감동이다. 분노하고 저항하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고통을 인식하는 것이고 고통받는 약자에 대한 사회적 연대감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이는 첫째, 내 존재의 존귀함을 인식하고 인정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러딕이 말하듯이 “자신에게 폭력적이거나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은 자신을 가치 없는 ‘사물’로 취급하고 스스로 ‘나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야’ 라고 말하는 것”과 Sarah Rudic (2000) 『모성적 사유: 전쟁과 평화의 정치학』, 이혜정 역, 서울: 철학과 현실사, 165쪽
다를 바 없다.

둘째, 내 안에 우주가 있고 세계가 있으며, 내 존재는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는 통합적 인식이야말로 평화감수성의 고양을 위한 기반이 된다. 팃낱한의 틱낱한은 서로 관계되어 존재한다는 말을 'to inter-be'라는 말로 설명한다. Thick Nhat Hanh, Peace is Every Step, NY: Bantam Books, 1991.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종이 한 장에 모든 세계가 서로 통합되어 있고, 서로 상호작용하며 순환하고 있다는 진리를 조금만 생각하면 알 수 있다. 그 종이 한 장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햇볕과 공기와 물, 흙과 상호교류하면서 자란 나무, 이 나무를 베어서 종이를 만들기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력과 시간, 이 모든 것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더욱이 이 종이 한 장에는 국가의 정책과 개발의 철학이 들어있다. 사사로운 듯 보이는 곳이라도 그 안에는 개인-지역공동체-국가-지구적 공동체의 상호연관성이 통합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3) 여성 안에 있는 에로틱한 힘을 창조적인 힘으로

여성의 에로틱한 힘은 여성들의 삶의 힘이자 창조적인 에너지이다. 그러나 가부장적 군사주의 사회에서 여성은 성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고, 에로틱한 힘은 억압되거나 은폐되어왔다. 사랑과 자기성애의 힘은 가부장적 사회에서 ‘피해자’라는 딱지 안에서 봉쇄되는 듯 했다. 아니면, 남성의 관심과 남성으로부터 사랑 받기를 위해서 그 힘은 자생력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억압되고 왜곡되어 온 이 에로틱한 힘을 평화운동의 창조적인 힘으로 발전시킬 수는 없을까? 중심(남성)을 향한 관심과 사랑에 따라 자신이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정으로부터 시작되는 에로틱한 욕망과 감정이 세계의 폭력을 해체시키는 힘이 될 수 없을까? 누구라도 그런 경험을 가지듯이, 사랑을 하게되면, 표정이 밝아진다. 옷차림이 달라진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충만감으로 가득찬다. 이러한 충만한 행복감으로 즐겁게 하는 운동을 난 에로틱한 평화운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에로틱한 평화운동이란 우선 자기애에서 출발한다. 자신의 아름다움과 성적매력을 스스로 발견하고 나를 사랑하고 나의 사랑의 힘을 믿는 것이다. 이는 자신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앎을 수반한다. 또한 그 자신감과 자존감으로 타인과 깊은 상호교류와 친밀성을 나눈다. 정보를 나누고 경험을 나눈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그 힘이 기쁨이 될 때, 여성들의 역량이 확대되고 여성평화운동은 강한 자생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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