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육은 김대중 대통령의 유업이다.


강순원(한신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교수)


이명박 정부 들어 새롭게 수정한 중학교 도덕교과서 집필규정안에는 평화교육이 통째로 빠졌다고 한다(한겨레신문, 2009년 1월 6일). 우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평화의 가치와 갈등해결 태도 및 기술을 중심으로 평화교육을 통일교육에 접목시킨다’는 내용이 빠졌다는 점에 분노를 느낀다.

통일교육이 무엇이고 평화교육이 무엇인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논의는 이 자리에서 별 의미가 없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통일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통일만이 한반도에서의 평화를 보장해 준다고 보기 때문이다. 통일이 평화가 아닌 전쟁을 가져와야 한다면 그 누구도 통일을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분단 초기에는 전쟁을 불사하고서라도 통일을 하자는 세력이 분명이 있었고 그 결과 우리는 300만이 넘는 인명살상을 경험하였다. 인명살상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파괴를 비롯한 문화적 초토화는 이후 그 어떤 것으로도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 더 끔찍한 것은 전쟁의 결과가 우리 모두의 마음에 증오감을 심어주었고 아직도 적대화된 이미지를 조장하는 이데올로기의 노예로서 우리 모두가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이념적 적대화를 조장하고 유지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교육이다. 반공이든 승공이든, 멸공이든, 통일교육이든 모든 교육에서 북한 체제는 지상에서 사라져야 할 극악무도한 악의 체제라고 가르쳤다. 우리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은 자유대만 정부였고 거대한 중공은 지상에서 축출되어야 할 공산세력이었다. 그런 중공이 유엔 회원국이 되었고, 현재는 우리나라가 무시하지 못할 중요한 여전히 사회주의 속성을 지닌 국가가 되었다. 베트남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유 월남과 공산세력 월맹이 내전을 벌일 때 베트콩은 혹 달린 도깨비였다. 그런 베트콩이 월남을 통일했을 때 우리나라는 소위 월남을 등진 보트피플을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았다. 오늘날 베트콩이 지배세력인 베트남은 오늘날 우리와 아주 밀접한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에서도 일고 있다. 분단이 우리만의 책임이 아니듯 통일도 우리만의 힘으로 이룰 수가 없다. 1945년 이래 한반도에 이미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고 그 두 국가가 모두 유엔 회원국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피부색도 다르며 역사적, 문화적 유사성이 너무 커서 차이를 밝히기가 어려운 것이 오히려 흠이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양쪽이 경제적, 정치적, 군사적, 외교적 주권을 각기 가지고 있다. 이것을 부정하는 것이 통일이라면 두 주권국가 간의 힘에 의한 대결은 피할 수 없다. 바로 이러한 대결을 피하고 평화공존?민족상생의 길을 정치적으로 여신 분이 김대중 대통령이시다. 힘에 의한 통일이 아닌 차이의 인정에 의한 정치미학을 펴신 분이 김대중 대통령이시다. 그러기에 그분이 집권하신 1998년부터 2003년까지 통일보다도 평화를 우선하는 정치를 하시고자 했고 일방적 통일교육이 아닌 평화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셨다.

개인적으로 그 당시 대통령자문위원회였던 새교육공동체 위원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몇 번 뵌 적이 있다. 회의 초두에서 항상 남북 간의 평화적 관계 위에 민주인권국가를 수립하는 것이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하셨다. 아쉬웠던 것은 대통령은 그렇게 평화와 평화교육을 강조하셨지만 위원 중 다수는 평화교육의 의미도 깨우치지 못했고 위원회가 종료될 때까지도 평화교육 아젠다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다. 뒤이은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에서도 평화교육은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김대중 정부 하에서 정치적으로는 남북 간에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졌지만 평화교육에는 그다지 반영되지는 못하였다. 단지 시민사회 영역에서는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고 실천의 면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축적되었다.

이제 지난 10년간 축적된 평화교육의 역량을 평화교육을 부정하는 이명박 정부하에서 보다 힘차게 이어나가는 것만이 그 분의 유업을 잇는 일이다. 평화교육이 구조적 폭력으로 야기된 갈등을 비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하는 교육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면, 남북 간의 긴장과 갈등을 비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한 평화교육을 다방면으로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이러한 다짐만이 하늘나라에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편하게 웃으실 수 있게 하는 길이다.

영면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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