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독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호소 의견서]
2022.11.7
우리는 국가보안법 2조 1항과 7조 1항, 3항, 5항 등 독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촉구합니다
반국가단체의 정의를 규정한 국가보안법 2조 1항과 찬양·고무·선전을 처벌하는 7조 1항, 찬양·고무 등을 위한 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한 자를 처벌하는 7조 3항, 문서·도화 등을 제작·반포한 자를 처벌하는 7조 5항은, 모든 조항들이 인권침해적인 국가보안법 중에서도 특히 독소조항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2조 1항은 단순히‘반국가단체란 무엇인가’하는 정의 규정이 아닙니다. 국가보안법 전체에 녹아있는‘반국가단체’라는 개념은 소위‘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처럼 특정 단체들을 불명확하고 자의적인 기준으로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후에, 이 단체와 관련한 활동들을 모두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삼아 왔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 여부를 가리는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조문이지만 그 개념이 지극히 추상적이고 광범위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합니다.
국가보안법 7조 1항과 3항, 5항은 모두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하거나, 이러한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가입했거나, 이를 위해 문서·도화 등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취득한 경우 처벌하는 조항입니다. 여기에‘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라는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국가보안법 7조는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다른 사람과 함께 공유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에 가입하거나 함으로써 처벌을 받아야 하는 민주국가의 법률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심각한 인권침해 조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라도 국가보안법 전문을 한 번만 정독해 본다면 그 심각한 문제와 인권 침해적인 요소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 몇 차례 합헌 결정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끊임없이 위헌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법률이 대한민국에 또 있는지 궁금합니다.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흐름에도 정면을 반하는 일입니다. 이미 수차례에 걸쳐 유엔의 각 위원회들과 조약기구, 특별보고관 등이 국가보안법의 폐지, 특히 이번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되는 조항들에 대해서 강도 높은 문제 제기와 폐지 권고를 이어 왔습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이러한 국제사회와의 약속들 역시 충분히 고려되어야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다섯 번의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을 지내고 있고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기도 하였습니다. 유엔 자유권위원회와 사회권위원회 위원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유엔의 주축 국가이고 아시아의 인권 상황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상을 가진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유엔 인권이사회를 비롯한 각 위원회와 조약기구들의 권고를 받아들이고 그 수준에 걸맞은 법률과 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은 막중한 의무이고 책임입니다.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독소조항들에 대해 위헌을 결정한다면, 이는 온전한 평화와 인권의 사회로 가는 큰 걸음이 될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국회와 시민들이 함께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헌법재판관님들의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8개 여성시민사회단체 : 경남여성단체연합, 광주여성노동자회, 광주여성민우회, 광주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인권지원센터, 광주여성장애인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김해여성의전화, 수원여성회, 여성생활문화교육공동체 광주여성센터, 제주여민회, 창원여성살림공동체, 창원여성의전화,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포항여성회, 한국여성장애인연합, 한국여성단체연합, 함께하는주부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