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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문

 

3월 6일, 윤석열 정부는 가해기업의 사과도 배상도 참여도 없이 우리 기업의 기부를 모아 국내 재단이 대신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는 안을 강제동원 ‘해법’으로 공식 발표했다.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으로 “우리 국민의 아픔을 적극적으로 보듬는 조치”이자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실질적 해법을 제시”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을 다시 구걸했다. 정부 관계자와 여당의 핵심 관계자들은 ‘강제징용 문제가 2018년 우리 대법원 판결로 불거졌다’며 ‘죽어도 배상 못하겠다는 일본 정부와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결단’을 했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에 맞서 제기한 세계무역기구 분쟁해결절차를 중단한다고도 밝혔다. 

 

가해사실을 부정하고 피해국에게 해법을 가져오라 윽박지르던 일본 정부는 의기양양 오만한 태도로 사과나 배상 참여 없이 과거 정권의 담화 계승 의사만 외무상의 입을 통해 표명했다. 피고기업 일본제철과 미쓰비시 중공업도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이미 해결되었다”며 추후에도 나설 뜻이 전혀 없음을 밝혔다. 

 

이로써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땅에 떨어뜨리고, 국민의 아픔을 다시 짓밟으며, ‘식민지배는 불법’이라는 우리 헌법의 근본 질서를 스스로 훼손했다.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면서까지 가해자에 머리 조아리며 면죄부를 주었다.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굴욕감을 주고, 인권을 유린당한 일제 피해자들을 불우이웃 취급하며 모욕감을 안기는 2차 가해를 자행했다.

 

실로 참담하다. 대한민국 헌정사에 이처럼 본말이 전도된 백기투항 망국적 외교참사가 있었던가. 윤석열 정부에게 국민은 누구이며 국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소송당사자들은 일제히 반발했고 양금덕 할머니는 ‘굶어 죽어도 이런 식으로 안 받는다’며 분통을 터뜨리셨다. 

 

피해자들이 오랜 세월 투쟁해 쟁취한 법적 권리를 소멸시키고 강제동원과 청구권협정에 대한 최종적인 법적 판단을 무시한 굴욕적 해법이 검찰출신 대통령과 검찰출신들이 장악한 행정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입만 열면 ‘법대로’를 외치고 자의적 법의 잣대로 무고한 시민들을 겁박하고 탄압하는 자들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삼권분립을 위반하고 ‘한일관계 개선’을 빌미로 일제가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행위에 면죄부를 주었다.

 

2018년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일제의 한반도 불법강점, 이로 인한 반인도적 불법행위 중 하나인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법적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강제동원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미쓰비시 등 전범기업이 피해자 개인에게 “불법 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이번 해법은 ‘한반도 불법강점은 없었다,’ ‘강제동원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배상문제는 다 해결되었다,’ ‘배상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다’는 등 일본 우익과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고스란히 받아들인 꼴이 되었다. ‘2015 한일 위안부 합의’보다 못한 퇴행이요, 최소한의 국가의 역할조차 방기한 대참극이다. 

 

한국 전경련과 일본 경단련의 ‘미래청년기금’ 조성이라는 후속 조치는 이런 치욕적인 상태를 가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요, 미래세대를 식민화하려는 음모다. 일본 유학생을 위한 장학기금 조성이 한반도 불법강점, 강제동원과 무슨 관계가 있으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방안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가. 양국 기업이 나서 제국주의, 식민주의, 군국주의 정신에 투철한 인간을 체계적으로 길러내 자신들의 탐욕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겠다는 말인가.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 대신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을 내미는 것도 면피용 계책에 불과하다. 당시 오부치 일본 총리는 ‘일본이 과거 한때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한국 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 주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표명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조건이 일본정부의 책임 인정, 반성과 사죄임을 명시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제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인정이나 강제동원에 대한 직접적 사죄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무엇보다 일본 정부는 이후 그 추상적인 약속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퇴행에 퇴행을 거듭해 왔다. 거짓으로 거짓을 덮고 자기합리화와 역사지우기를 위한 영혼 없는 면피용 선언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입증해 왔다. 고노담화 계승을 말로만 외치며 일본군성노예제를 부인하고 역사 교과서 왜곡을 자행하며 피해자들을 모독했던 사실을 윤석열 정부는 잊었는가. 일본이 진정으로 ‘통절한 반성’을 한다면, 지금이라도 사죄하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따르면 될 일이다.

 

그러므로 초점은 5여년 간 지속된 ‘배상 문제 해결,’ ‘이를 통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개선’이 아니다.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 민중들이 어렵게 쟁취한 민족자존과 해방, 민주주의의 역사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면서 윤석열 정부 스스로 국가의 존립 근거와 헌법질서를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처참한 역사 인식을 바탕으로 다시 미래세대의 발목을 잡는 심각한 역사적 퇴행을 자행했다는 점이다. ‘한일관계 정상화’라는 구실로 일제 피해자들을 제물삼아 미일 안보동맹의 하위 파트너로 머리 숙이고 들어가려 했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6일은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악의 날, 제2의 국치일로 기록될 것이다. 1910년 경술국치일,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들이 자화자찬하고 일왕에게 그 은공을 칭찬받으며 작위를 받던 날을 우리는 잊지 않는다. 역사를 망치고 민중의 피와 삶을 지우고 사법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진행된 ‘주고받기식’ 야합의 말로가 어떻게 될지 똑똑히 보여주고자 한다. ‘미래’와 ‘기회’라는 사탕발림으로 가린 채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와 역사를 가해국에 팔아먹은 대가가 어떤 것인지 반드시 보여줄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수치를 잊지 않고 분노를 마중물 삼아 정의와 민주주의, 인권과 평화를 위해 더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공식 문서 한 장 없는 이 희한한 해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피해자의 존엄과 명예 회복을 위해, 법적 소송은커녕 고국 땅조차 밟지 못한 채 억울하게 구천을 떠돌고 있을 수많은 일제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기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존과 국민의 안녕을 위해,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를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한다.

 

2023년 3월 7일

굴욕적인 강제동원 정부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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