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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국방예산 삭감 촉구 시민사회·정당 공동 기자회견 개최]
일시 장소 : 11. 09. (화) 오전 10시 40분, 국회 소통관
‘충분한’ 국방예산을 줄여 ‘중단된’ 남북 대화를 살리고
‘부족한’ 코로나⋅기후 위기 대응에 사용합시다
남북의 군비 경쟁이 과열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15일 남과 북이 같은 날 연달아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진행한 데 이어 북한은 SLBM 등 미사일 발사 시험을, 남한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지난 10월 북한은 국방발전전람회 <자위 2021>을 최초로 개최하고 5년간 개발한 최신 무기를 공개했고, 남한은 2년마다 개최되는 방위산업 전시회 <Seoul ADEX 2021>을 열고 최첨단 무기와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판문점 선언의 ‘군사적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군축’ 합의가 무색할 지경입니다.
정부는 2022년 국방예산으로 2021년 대비 4.5% 증가한 55조 2,277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정부안대로 확정될 경우 내년 국방예산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시작된 2017년의 40.3조 원보다 무려 15조 원이나 늘어나게 됩니다. 또한 국방부는 지난 9월 <2022~2026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약 315조 원의 국방예산을 사용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 계획대로 매년 5.8%씩 국방비가 늘어날 경우 2026년에는 무려 70조 원이 넘게 됩니다. 이는 <2021~2025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른 국가 총지출 연평균 증가율 5.5%보다도 높습니다. 이에 비해 2022년 외교·통일 예산은 국방 예산의 1/9에 불과합니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진전하지 못한 원인 중 하나는 남한의 과도한 군비 증강이었습니다. 이미 남한의 군사력과 국방비 지출은 북한을 압도하고 있습니다. 2020년 전 세계 군사비 지출 10위를 기록한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남한이 재래식 전력을 계속 강화할수록 북한 역시 핵⋅미사일과 같은 비대칭 전력 개발에 몰두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한반도에 끝없는 안보 딜레마를 만들어 왔습니다.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과 보복 응징 등 공격적인 군사 전략을 바탕으로 한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사업’은 ‘핵·WMD 위협 대응 관련 사업’으로 이름만 변경되어 그대로 추진되고 있으며, 2017년 이래 약 25조 원이 투입되었고 내년 예산에도 약 4.6조 원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통해 경항공모함 도입도 공식화했습니다. 탄두 중량과 사거리를 대폭 늘린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는 한편 핵추진 잠수함 개발, F-35A 추가 구입과 F-35B 구입 등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의 2020년 GDP 대비 군사비 지출 규모는 약 2.8%로 소위 ‘주변국’이라 일컫는 중국(1.7%, 추정치)과 일본(1%)과 비교해도 훨씬 높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과도한 군비 증강의 이유로 전작권 조기 환수를 들어왔지만, 정작 전작권 환수는 조건에 얽매여 기약이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 한국이 경항공모함과 항모 전단 구성, 해군 기동함대 사령부 창설 등 한반도를 넘어서는 지역을 작전 범위로 하는 원거리 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군이 동원될 가능성을 높일 뿐입니다.
국방예산을 삭감하여 더욱 시급한 곳에 사용해야 합니다. 정부는 2022년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위기 대응 등을 위한 예산으로 약 12조 원을 책정하고, 기후대응기금으로 약 2조 5천억 원을 신설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기후 악당’으로 지목된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탄소 중립 정책을 뒷받침할 예산으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정부는 2022년 예산을 발표하며 “회복·상생·도약을 위한 적극적 역할을 수행하는 예산”이며 “코로나 위기로부터 일상과 민생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한 예산”이라고 강조했지만, 보건·복지·고용 분야의 예산 증가율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가계 부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소득과 자산의 불평등은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집합금지·영업제한 조치 등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에 대한 충분한 손실 보상이 시급하지만 관련 예산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며 절실해진 공공병원의 실질적인 확충이나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 등을 위한 예산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최근 한국의 상대 빈곤율은 OECD 37개국 중 4번 째로 높고 특히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은 43.4%(2018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며 자살률은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세계 10위 군사비 지출국인 대한민국의 민낯입니다. 평범한 시민의 삶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력을 확대하여 지키고 싶은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회의 엄격한 예산 심사와 국방 예산의 삭감을 촉구합니다. 군비 증강은 남북 간 대화와 신뢰 구축을 가로막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듭니다. 더구나 사회 안전망 강화, 불평등 해소, 기후 위기 대응 등 보다 시급한 문제를 위해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예산을 이미 충분한 군비 증강에 투자하는 것은 더욱 부적절합니다. 국회는 엄격한 예산 심사를 통해 불필요한 무기 획득 사업을 실제로 폐기하고 과도한 국방비를 줄여 시급하고 필요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나아가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군사 합의>에 바탕한 군비 축소 계획을 수립하고, 남북 군사 회담을 재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모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위드 코로나’ 2022년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야 합니다. 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우리가 깨달은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전 세계는 더 가깝게 연결되어 있으며,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목전까지 온 기후 위기 또한 전 세계가 연대하고 협력하여 해결해야 할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입니다. 군비 증강과 군비 경쟁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답이 될 수 없습니다. 이제 ‘충분한’ 국방비를 줄여 ‘중단된’ 남북 대화를 살리고 ‘부족한’ 코로나⋅기후 위기 대응에 사용합시다!
2021년 1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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