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방어체계, 창과 방패의 논리



김창수(자주평화통일민족회의 정책실장)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과정에서 ABM(탄도탄요격미사일) 조약과 NMD(국가미사일방어)에 관련한 사안이 논란이 되었다. 지난 2월 27일 김대중 대통령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발표한 `한러 공동성명`에는 `1972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조약의 보존, 강화`라는 항목이 들어 있었다. 미국이 NMD 체제 구축을 위해 ABM 조약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러 정상이 `ABM 보존, 강화`를 발표했기 때문에 논란이 되었다. 물론 한국정부는 `이 조항은 가치중립적인 표현으로서 2000년 6월의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발표문과 9월의 미일공동성명에도 들어 있는 표현이다`고 해명했다.

한국정부의 해명과 같이 한러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ABM 보존과 강화`는 ABM에 대한 국제 표준기준으로 그동안 많은 국제회의에서도 언급했던 표현이다. 군비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군축협정인 ABM 조약에 한국정부가 도덕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언론들은 한국이 러시아와 `ABM 보존과 강화`를 약속한 것이 NMD반대라고 확대해석을 하고, 김대중 대통령은 미국에서 `ABM 보존과 강화`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했다.

미국이 NMD를 추진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레이건이 `별들의 전쟁`(SDI)을 통해서 추구했던 것과 같이 중국, 러시아 등 잠재적인 미국위협세력들을 첨단군사기술로 압박해서 대결을 통해 승리를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런 구상에 비추어 볼 때 한국정부의 혼선은 한국정부가 이미 동아시아판 NMD인 TMD(전역미사일방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고려해본다면 앞으로도 계속 갈등요인으로 잠복할 것이다. 따라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려는 한국정부에게는 큰 시련이 될 수 있다.

흔히 방패는 방어용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힘 센 사람이 강한 방패를 가지고 있을 경우 그 방패는 단순한 방어용 방패에 그치지 않는다. 강한 방패로 상대방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때문에 상대방을 마음놓고 공격할 수 있게 된다. 힘센 사람이 강한 방패를 가지고 있으면 주위 사람들이 불안해진다. 주위 사람들은 힘센 사람의 방패를 뚫을 수 있는 더 강한 창을 개발하려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무한대결로 빠져들게 된다.

미사일 방어체계도 창과 방패의 논리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이 NMD를 추진하는 것은 다른 나라에 대한 공격능력을 강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상대방의 반격능력을 NMD로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마음놓고 공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변국가들은 더 강력한 미사일 공격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한 군비경쟁에 빠지게 된다.

군비경쟁이 한참이던 1972년에 미국과 구 소련은 ABM 조약을 체결하였다. 미국과 소련의 미사일 공격능력은 이미 60년대 말에 상대방을 완전히 소멸하고도 남을 정도에 달했다. 이에 따라 상대방의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 개발 문제가 논의되었다. 그러나 요격미사일이 개발되면 그만큼 요격미사일의 방어를 뚫는 공격무기가 새롭게 개발되어 핵 군비경쟁이 확산될 것이고, 또한 요격미사일방위체제를 구축하면 상대방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할 결단을 쉽게 내리게 된다. 즉 요격미사일방위체계의 구축이 핵전쟁 발발의 위험성을 증대시킬 것이라는 국제평화세력의 여론이 거세지자, 미국과 소련은 1972년에 요격미사일의 보유수를 각각 100기 미만으로 하고 그 배치도 한 도시에 국한시키는 `요격미사일제한협정`(ABM)을 체결했던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국가전역에 대한 미사일 방어체계인 NMD를 추구하는 것은 ABM 조약 위반이다. NMD를 추구하는 미국은 ABM 조약을 개정하고 싶지만 러시아는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소련과 ABM 조약을 맺었기 때문에 소련이 소멸한 상황에서 ABM 조약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제법적으로 소련의 지위를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소련이 미국과 맺은 협약은 러시아가 승계하고 있다. 미국이 소련은 붕괴했기 때문에 ABM 조약의 효력이 상실했다고 한다면 미국이 소련과 맺은 모든 군축조약 역시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러시아가 소련과 맺은 모든 군축협정을 파기한다면 지구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진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지구를 8번 이상 파괴하고도 남을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NMD를 추진하기 위해서 ABM 조약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 가운데서 TMD란 해외주둔 미군을, NMD란 미국본토를 적의 미사일로부터 방위한다는 것이다. 1998년 8월 31일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실험 이후로 미국과 일본은 북한 미사일에 대응한다는 구실로 NMD와 TMD를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의 NMD-TMD 강행은 크게 네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첫째, 지구를 군비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 넣게 된다. 둘째, 너무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NMD 초기 연구개발 비용만 해도 6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600억 달러라면 향후 10년간 개발도상국가의 모든 인구에게 초등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또 향후 6년간 모든 개발도상국의 관개 및 하수도시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셋째, 공중에서 미사일을 격추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 이미 미국은 세 번에 걸쳐 진행된 실험에서 실패한 바 있다. 넷째, 북한 미사일 위협을 과대평가하고 있다. NMD-TMD를 추진하기 위해서 일부러 북한 미사일 위협을 부풀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가 NMD-TMD에 매달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는 최고 2400억 달러까지 예상되는 이 사업은 탈냉전 이후 위축된 미국 방위산업체의 새로운 젖줄이다. 부시 행정부는 자신들을 지지해준 방위산업체의 이해관계를 피하기 힘들다.

둘째,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미국의 경쟁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이 NMD를 구축하면 중국과 러시아는 군비지출을 강화해야 한다. 영국 더 타임스는 NMD 때문에 러시아가 앞으로 10년간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1300억 달러를 군비로 지출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2025년 이후 미국을 위협할 세력으로 예상하는 중국의 목을 죄이기 위해서 전세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NMD-TMD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강경세력들은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우는 우주 핵전쟁계획인 SDI를 추진하여 소련을 군비경쟁의 도가니로 몰아부친 것이 소련이 붕괴하게된 요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은 NMD- TMD를 추진하여 잠재적 위협세력인 중국을 압박하려 하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은 세계를 군비경쟁으로 몰아 넣는 NMD-TMD를 중단하고, 그 천문학적인 돈으로 21세기 평화를 위협하는 최대의 현안인 빈곤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해야할 것이다.

미국이 NMD-TMD를 강행하기 위해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하는 것은 한반도의 긴장을 격화시키게 된다. NMD-TMD 강행으로 인한 동북아 군비경쟁 초래는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를 악화시킬 것이다.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은 NMD-TMD 구축이 가지는 반통일적이고 반평화적인 요소를 정확히 바라보고, 세계의 평화세력과 함께 NMD-TMD 반대를 위해 힘을 결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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