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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깨 밭을 고르며 나에게 온 평화
- 여혜숙(갈등해결센터)

작년에 파주 쪽에 밭을 조금 샀다. 그래서 김포에 사는 시부모님은 일 주, 두 주에 한 번 가서 농사를 주도하시고, 남편도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밭일을 하러 간다. 나는 작년엔 딱 한 번밖에 가지 못하다가 올해에는 나도 동참하고 싶어서 자주 가려고 마음 먹었는데,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올해 처음 갔던 5월 초에는 참깨를 심을 고랑을 파고 돌을 고르는 일을 하루 종일 하고 왔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함께 일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효도라 생각하여 갔는데 안하던 호미질을 하루 종일 했더니 손에 물집까지 잡혔드랬다. 어제 딱 한 달 만에 가게 되었다. 어제는 머리를 쉬기 위해서 얼른 밭일에 따라 나섰다. 해야 될 일이 머리에 가득하고, 사람 관계에서의 갈등이 가슴에 가득해서 답답하고 전혀 평화롭지 않았는데 일하러 간 곳에서 관찰하기, 머리 쉬기가 이루어졌다. 그때 만든 참깨 고랑에는 어머니가 뿌리신 참깨가 싹을 틔워서 벌써 한 뼘씩 자란 것도 있는데, 싹이 나지 않은 구멍도 반은 되었다. 내가 한 일은 싹이 나지 않은 구멍에 다시 참깨를 심고, 여러 개 싹이 난 구멍은 작은 것은 솎아 주고, 북돋아주는 일을 했다. 어머니가 “북 돋아라”라고 하셔서‘ 아 이 말이 여기에서 나온 말이구나’하고 새삼 생각되었다.

‘북’은 초목의 뿌리를 덮고 있는 흙이고, ‘북을 돋운다’고 하면 농작물의 밑동에 흙을 긁어 모아주어 영양분이 잘 공급되도록 하며 바람에 쓰러지는 것을 막아준다는 뜻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사람을 가르쳐 일깨우고 힘과 용기를 준다’는 의미로 자주 쓰는 ‘북돋우다’란 말도 이러한 농경 문화의 산물이다 라고 정리되어 있다.

지난번에 밭을 고르고는 그 위에 구멍이 난 비닐을 덮었는데, 이것은 바람과 수분의 증발도 막고 다른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구멍에다 참깨를 몇 개씩 심었었다. 직접 해보니 농작물이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 하는 수고와 관심이 참 많다. ‘흙에서 배운다’라는 말이 겨우 이틀하고도 실감을 하게 된다. 싹이 나지 않은 구멍을 다시 손질해 보면 돌멩이가 있는 곳도 있고, 흙이 너무 깊게 있는 곳도 있어서 싹을 틔우지 못한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 그 구멍으로 난 싹은 똑바로 올라온 것도 있지만 비좁은 자리를 뚫고 올라오느라 휘어 있기도 하고 겨우 입사귀의 얼굴만 내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러 개 난 싹을 솎아 줄 때는 경쟁에서 진 내 몸이 솎여 지는 것 같기도 하고 학교에서 만나는 휘어 보이는 아이도 생각이 나서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환경에 따라 또 자신의 성향에 따라 여러 모양으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생각나고 마음이 짠해졌다. 환경과 특성에 상관없이 같은 교육을 시키고, 어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바른 교육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하는 것이 평화감수성을 심어 주고 그 과정이 평화로울 수 있을까? 그냥 땅을 고르듯이 천천히 그냥 싹틔우는지 아닌지 살펴보고 비닐도 조금 더 넓혀주는 반복적인 노력, 인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돋으려면 일단 싹이 나와야 가능하다는 것을 보면서 강점, 용기를 북돋우려면 당사자의 노력, 움직임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도 새삼 깨달아졌다. 겨우겨우 싹을 틔워서 내가 보기에 비실비실하니 ‘너 왜 그렇게 자라니’라고 지청구하기전에 ‘야 이렇게 자라주니 참 고맙구나’라고 반갑고 감사한 마음으로 보아야 그 싹을 뽑아 버리지 않고, 북돋을 수 있게 되겠구나 생각되었다. 내가 바라는 평화란 무언가? 그 사람의 모양대로 보아주고 그것들이 어울려서 그냥 그렇게 조화롭게 살아 가는 것이고 서로 북돋아 주는 것 이라고 생각되었다. 서로에게 또 나 스스로에게 ‘무얼 무얼 해야돼!’가 아니라 함께 해서 좋은, 서로 연민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의 평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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