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대한민국


-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 편집장)

새해 들어서자마자 미네르바로 뉴스를 도배하는 양상이다. 주가는 죽 쑤고 있고 정치권은 언론관계법을 개악하려는 정부·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 간의 첨예한 갈등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 그런 뉴스들을 일시 잠재울 만큼의 위력을 지닌 뉴스였다.

검찰로서는 언론관계법을 개악하려는 집권세력들을 향해 크게 한건 상납해 올린 사건이다. 동시에 죽 쑤고 있는 경제의 책임을 현 정부 밖에서, 힘없는 희생양을 찾아내서 면해보려는 얄팍한 수가 너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이다. 오죽하면 구속 발표 후 달린 리플이 “백수가 만수보다 낫네.”였을까. 하지만 아마도 이 사건으로 검찰은 청와대로부터는 상찬을 받았음직하다.

실상 그 누구라도 윗자리에 있어보면 웬만해서는 몸 사리지 않고 충성하는 아랫사람들을 마다하기는 어렵다. 아부라는 걸 번연히 알면서도 말리지 못한다. 속뵈는 짓인 줄 알면서도 흐뭇해지기 십상이다. 지금 검찰의 저 헌신적 충성을 마다할 집권세력이 아닌 것이다.

검찰이 발표한 표면적 구속 사유는 ‘허위사실 유포’라고 돼 있다. 검찰 발표대로 하자면 ‘허위사실 유포 죄’는 오히려 그 많고 많은 대한민국 애널리스트들에게 적용돼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지난 대선에서 되지도 않을 주가지수 3000의 헛공약을 남발한 현 집권세력이야말로 허위사실 유포의 선두주가가 아니냐는 반박들이 비등하다. 또 그럴라치면 지금 인터넷에 난무하는 인신공격, 성적 희롱 등은 다 어쩌고 하필 미네르바 하나냐 싶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온통 자본이 파수를 서는 언론통제의 시대에 그나마 숨통을 틀 수 있던 인터넷 토론장에도 드디어 자본의 하수인들인 정치권의 진군이 시작됐다는 신호라는 점에서 큰 문제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개인 IP 추적해서 구속하기는 식은 죽 먹기인 걸 저들도 알고 또 많은 인터넷 사용자들도 안다. 그리고 이번에 검찰이 미네르바를 그렇게 추적, 구속함으로써 확실히 확인시켜줬다.

언론 자유의 측면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는 점 못지않게 미네르바 구속 발표와 그에 따른 메이저 언론들의 보도 경향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충격은 이 나라의 소위 오피니언 리더라는 집단이 지닌 천박한 속성의 발견이었다.

검찰의 발표도, 메이저 언론들의 기사 헤드라인도 온통 미네르바가 ‘전문대 출신의 백수’라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심지어는 ‘가짜에게 속았다’는 선정적 제목도 등장했다.

무엇이 가짜라는 말인가. 내용이 가짜였다는 얘기인가. 그건 아니었다. 그가 경제전문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 경제전문가란 누구인가. 국내외 명문대 출신 경제학 박사들만 경제전문가인가. 학벌이 없는 사람은 전문가가 되지 말란 법이 있는가.

자격 시비를 거는 언론 플레이에 반박이 커지자 뒤늦게 그의 예측이 실상 대단한 게 아니다, 수십 편 써 올린 글 중에 겨우 세 개만 맞는 예측이었다는 등의 정확도를 들춰 흠집 내기 기사들이 나타난다.

그럼 그 긴 시간동안 그만한 예측조차 하지 못한 많고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다 무엇들 했다는 말인가. 오히려 가당치도 않은 헛된 기대를 키워주기에 앞장섰던 게 이 나라의 대단하신 경제전문가들 아니었던가. 이 나라의 소위 지도층이라는 집단의 실력이 그저 알맹이를 감별할 능력은 없으니 겉포장만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수준임을 부정할 수 없도록 확실히 보여준 해프닝이었다. 이는 또한 참여정부 내내 ‘고졸 출신 대통령’을 인정할 수 없었던 저들이 와신상담 끝에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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