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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지난 10월 23일 목요일 오후 일을 멈추고 신촌으로 향했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에서 진행하는 “‘존중’이 오가는 백화점 만들기 캠페인”을 보고 여성과 평화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서 시민들과 함께 벌이는 캠페인의 과정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촌 U-PLEX에서는 역시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습니다. 민우회의 많은 활동가들과 회원들이 준비에 한창이었습니다. 고객 선언 서명을 받는 가판과 내가 바라는 휴게실의 모습을 꾸밀 수 있는 화이트 보드를 설치하였고, 몇 달동안 민우회의 ‘우.다.다(우리가 간다, 바꾼다)’ 액션단의 활동가와 회원들이 백화점들을 돌아다니며 백화점 노동자의 근로 실태를 파악한 조사 결과들을 엑스베너로 뽑아 나열 시켰고, 휴게 현장을 해외사례와 비교 촬영한 사진들을 이젤로 전시하였습니다.


백화점 노동자들에 대한 활동가들과 회원들의 이야기는 고객인 ‘우리’가 그들의 든든한 빽(?)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호소였습니다. 그래서 백화점 노동 현장의 나쁜 근로 조건을 외화 시키고, 한 켠에서는 “이런 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은 우리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백화점에 요구하는 서명과 백화점 노동자들에게 과도한 감정노동을 강요하지 않기 위해서 자기 ‘존중 선언’을 하는 장으로 만들어 나갔습니다.


미리 자료를 읽고 갔지만, 현장에서 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더 많은 공감의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목을 많이 쓰는 직업인데도 매장에서 물 한 모금 먹을 수 없게 하는 점, 계속 서있어야 함에도 높은 구두를 신게 하고, 앉아 있을 공간이 없는 곳이 대부분인 점, 미스터리 쇼퍼 제도로 불시에 서비스 점검을 몰래 실시하며, CCTV로 노동을 감시하는 점, 이런 결과로 기계적인 친절 만을 베풀 수 없게 하는 것들이 폭로되었습니다. 백화점 노동자들은 화장실도 에스컬레이터도 ‘고객용’과 분리되어 사용해야 하며, 휴게 공간도 마땅치 않게 좁다는 내용들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성희롱과 감정노동에 쉽게 노출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시민들에게 내용을 알려주면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하고 흔쾌히 서명을 해주었습니다. 고객이면서, 다른 사회현장의 노동자로서, 또는 같은 여성으로서 이 문제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표하는 시민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백화점을 이용하고 백화점 노동자의 서비스를 이용합니다. 백화점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백화점 노동을 경험합니다. 백화점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그들만이 겪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저도 페밀리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 데 상황이 비슷했습니다. 매장에서 물을 마시지 못하게 했고, 앉아서 쉴 공간도 마땅치 않으며 30명이 한 방을 휴식처로 이용해야 했습니다. 많은 노동 공간들이 노동을 위한 공간이 아닌 자본을 위한 공간이 되어 가면서 이런 현장들은 사회에 비일비재 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용하는 고객이자 노동자인 우리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고 이런 목소리들을 모아가는 현장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하루였습니다.


대다수가 여직원인 백화점 노동공간인 현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모으고 자신부터 변화하겠다고 약속하는 활동들을 지켜보았습니다. 현장을 조사한 사람, 캠페인을 만든 사람뿐만 아니라 자기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고민을 토로하고, 공감하여 서명을 하는 모든 움직임 모든 것들이 이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일상에 평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이렇게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 고객들은 자본과 시스템에 강요된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들은 우리의 삶 속에서 우리 존재 모두가 존중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바랍니다.”

 

 

** 망지의 '톡' '톡'은 평화여성회 인턴활동 중인 망지가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여러 활동, 캠페인 등을 경험하며 여성과 평화에 대해 고민해보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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