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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명 희(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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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en Cross DMZ!
노벨평화상 수상자 등 한국전 참전 12개국 여성 평화운동가들이 북한에서 DMZ를 거쳐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장면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이게 될까?’ 싶은 마음이 먼저 든 게 사실이다. 한국이 어떤 나란가. 분단 후 70년 동안 이뤄진 반공교육이 뼛속까지 박혀있는 곳 아닌가. 여성평화 걷기축제 당일까지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게 기다렸다.

그런데 그녀들이 진짜 왔다! “와~ 되네~” 너무나 신기했다.
그녀들이 북한에서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한에 내려온 다음날 국제여성평화회의가 열렸다. 평화여성회가 주관하는 행사여서 진행을 돕느라 편안하게 참석할 순 없었지만, 역사적인 순간에 무언가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에 뿌듯하기도 했다.

사실 나는 글로리아 스타이넘(세계적인 여성운동가)이 누군지,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누구인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녀들이 어떻게 평화운동을 실천해 왔는지 알게 되면서, 한국에서 여성으로서 평화운동을 하는 것에 더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페미니스트들은 ‘IS보다 더 문제’라는 불편한 시선을 받지만, 내전상황에서 평화적인 방법으로 협상을 이끌어내는 그녀들도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녀들이 이런 퍼포먼스를 꿈꾸고 실행에 옮겼다는 사실에 존경의 마음이 일었다. 평화운동이라는 것은 이렇게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가능하다고 믿게 해주는 것, 무드를 조성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들이 돌아가고 나서 이런저런 평가의 이야기들이 오가는 가운데 작은 팔찌와 직접 쓴 메모를 건네받았다. 그건 글로리아스타이넘이 한국에서 고생한 활동가들에게 주라고 남기고 간 선물이었다.
또 한 번 “와~!”
한 번도 본적 없는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를 짐작하고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그걸 표현하고 실천하는 힘이 느껴졌다. 까마득한 선배에게 살아있는 평화운동의 본보기를 전수받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럽게 행사를 맡아 진행하는 담당 활동가들의 어려움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느꼈던 답답함. 그리고 활동가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을 하면서 느꼈던 막막함. 이런 감정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을 받았다.

다른 의견에 더 귀 기울이고 손잡고 안아주던 그녀들의 몸짓과 표정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외국인이어서 더 인상 깊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리마 보위, 메리어드 맥과이어뿐만 아니라 지금도 곳곳에서 여성으로서 평화운동가로서 하루하루 땀 흘리고 있는 수많은 그녀들에게, 선배로 동료로 있어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함께 하자고 인사하고 싶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언니가 남긴 메시지로 마지막을.
Without imagination, nothing is possible. Nations may be bound by necessity, but they are founded on dreams. (상상력이 없이는 아무 것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필요에 의해 세워진 국가도 그 기초는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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