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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 이 글은 <작은책>에 기고한 글입니다.

                                                                                                                                                                                 <안김정애 상임대표>


광복 70주년, 여성의 힘으로 평화를부제를 단 위 행사가 2015524일과 25일 이틀간에 걸쳐(북한 일정은 평양-개성-판문점으로 이어진 519일부터 24일 오전까지) 비무장지대 일대와 임진각 누리공원, 그리고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펼쳐졌다.

국제평화여성운동가인 글로리아 스타이넘, 노벨평화상 수상자 메어리드 맥과이어, 리마 보위 등 한국전 참전 12개국 여성 평화운동가들을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틴 안(가수 조용필 처제로도 알려짐)2015Womencrossdmz 국제대표단으로 조직해 낸 것으로, 최초로 외국계 여성들이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를 걸어 내려왔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국제대표단이 작성한 평화걷기 선언문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그리고 외세에 의한 한국 분단 70주년을 맞이하여 용서와 이해 그리고 대화를 위한 새로운 만남의 장을 만들기 위해, 인위적으로 사람이 만든 분단으로 인해 빚어진 참혹한 이산가족의 결합을 위해, 세계의 전쟁종식과 한반도의 비무장을 위해, 공적 투자를 군사비 지출보다 국민의 복지 향상을 위해, 특히 여성, 어린이, 노인들을 위해 쓰도록 촉구하기 위해, 1953년 정전협정을 영구적 평화협정으로 교체하여 한국전쟁을 정식으로 종식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걷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제대표단은 애초 분단의 상징이자 정전협정 장소인 판문점을 걸어 남한으로 내려오고자 했으나 관할 책임자인 유엔사령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한국정부가 요구하는 바대로 경의선을 따라 내려올 수 밖에 없었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평화여성회)는 실행위 단체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평화여성회는 여성의 힘으로 한반도 평화통일과 동북아 평화를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1997년 창립되었으며, 그동안 남북여성교류, 국방비 삭감운동, 동북아 여성 6자회담 개최, 여성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엔안보리결의 1325 국가행동계획 수립 촉구운동 등 한반도 평화통일과 군사주의 반대 등을 목표로 활동해 왔다.

이번 행사는 이명박 정권부터 계속되어 온 소위 5·24 조치 이후 남북 민간인 교류 불허 상황에서 6·15 공동행사도 불투명한 가운데 그나마 분단과 평화통일문제를 국내외에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행사일을 524일로 잡은 것에 대해 일부에서 ‘5·24조치해제 요구를 내세운 것인가에 대한 일부 의견이 있었으나 원래 여성계에서 524일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이다.

올해 2월 말에야 2015 Womencrossdmz(WCD) 한국위원회가 발족되었는데, 기존처럼 거창한 조직을 갖추지 않고 행사의 취지에 전폭적으로 공감하는 자발적인 NGO 중심으로 행사가 전개되었으며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위 단체 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비교적 원활한 진행이 이루어졌다고 자평한다. 조각보는 여성의 섬세함과 남북여성 마음 잇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색동으로 된 조각보는 남북한의 찢어진 마음과 상처를 잇고 보듬는다는 의미를 띠었다.

항간에서는 본 행사단체가 종북과 반미, 과격단체로 이루어져 있으며, 북한에서 만경대 방문 시 국제대표단의 일부가 김일성 찬양을 했다는 이유로 행사 취소와 반대 데모가 있기도 하였다. 임진각과 서울 시청 앞 등에서는 엄마부대, 어버이연합, 탈북자 단체 등이 “WCD는 김정은의 하수인” “왜 북한 인권과 핵문제는 제기하지 않는가?” 등의 피켓이 등장하였고, 25일에 있은 국제평화회의에도 북한이탈자라고 신분을 밝힌 한 여성이 참석하여 내가 쌀을 지고 가 북한에 있는 식구들에게 주려고 하는데 왜 김정은은 그걸 허락 안 하는가?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왜 북한인권과 핵문제를 이야기하지 않는가?” 라고 발언하였고,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리마 보위는 이 여성을 끌어안고 이해와 화해, 용서가 필요하다고 설득하였다.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는 남남갈등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였다.

애초 국제대표단은 남북한에 걸친 판문점을 모두 통과하기로 하였으나, 북측은 허용한 반면 유엔사와 한국정부는 반대하여 남측 판문점 통과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엔사는 남측 판문점 통과가 유엔사 관할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한다면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며, 한국 정부는 판문점은 우리 관할이 아니므로 승인 사항이 아니며, 우리 정부 관할인 경의선으로 통과하는 것을 권고하였다. 결국 남측 판문점 통과는 실패하였고, 국제대표단은 내년을 기약하며 경의선으로 들어 올 수 밖에 없었다. 또한 군은 처음부터 비협조로 일관하였는데, 통일대교 북단과 철책선 걷기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국제대표단과 300인 맞이 걷기코스는 논두렁을 걷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그리고 1953727일 북한과 중국, 미국이 당사자가 되어 정전협정을 체결한 곳, 남성들에 의해 조인된 정전협정의 장소에서 세계여성평화운동가들이 평화협정문에 싸인하는 장면을 퍼포먼스로 보여 줄 것을 기대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이루어질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분단 70년을 맞는 이 땅, 한반도.

이번 행사를 함께 하면서 자괴감과 비참함, 창피함이 마구 뒤섞여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다.

혹자는 혹시 분단 100년에 우리가 이런 행사를 또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묻는다. 아니다. 기필코 그 전에 허리 잘린 이 한반도는 다시 이어져야 한다. 우리를 늘 괴롭혀 왔던 분단의 괴물들을 더 이상은 허용하지 말자. 우리 안의 레드 콤플렉스도 이제 그만. 훌훌 털고 자유롭게 날자. 날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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