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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성의 힘으로 탈핵 선언 이끌었다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 '핵 없는 세계와 동북아시아 여성의 삶'
12.03.14 11:53 ㅣ최종 업데이트 12.03.14 16:36 권승문

  
13일 ‘핵 없는 세계와 동북아시아 여성의 삶’을 주제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가 열렸다.
ⓒ 권승문
동북아여성평화회의

독일이 탈핵 선언을 하게 된 배경으로 여러 가지 요인들이 제시된다. 체르노빌 핵 참사 이후 촉발된 독일 시민의 지속적인 반핵운동, 시민의 강한 저항의식을 구체화시킬 수 있었던 '녹색당'이라는 정당의 존재, 아래로부터 시작된 재생가능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실험과 이를 뒷받침한 정책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인 요인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독일 탈핵 선언을 이끈 주체로서의 '여성'이다.

 

지난 13일 '핵 없는 세계와 동북아시아 여성의 삶'을 주제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에서 독일 하원의원이자, 녹색당 원자력 정책 대변인이기도 한 코팅-울 의원은 독일 탈핵 선언을 이끈 여성의 역할을 강조했다.

 

  
독일 하원의원이자, 녹색당 원자력 정책 대변인 코팅-울 의원
ⓒ 권승문
독일

독일의 반핵 상당수는 '여성'

 

코팅-울 의원은 "체르노빌 핵사고 이후 가족과 나를 지키기 위해 녹색당에 가입해 정치적으로 활동하게 되었으며, 나뿐만 아니라 수천 명의 여성이 녹색당의 핵 반대 운동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독일에서 지금까지 핵발전에 반대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여성들이고, 녹색당 유권자의 상당수도 여성이며, 녹색당에서 선출되는 국회의원들의 과반수는 항상 여성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위험에 대해 훨씬 많이 경계하기 때문에 핵발전과 같은 위험 요소들에 좀 더 비판적인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며, 여성들은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이 미칠 미래의 영향에 대해 훨씬 신중하게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1986년 4월 26일 체르노빌 핵 참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26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핵발전소에서 5km 떨어진 프리프야트 마을에는 그 어떠한 생명체도 살고 있지 않으며, 심지어 곤충조차도 발견되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에도 여전히 많은 야생동물과 버섯들이 방사선에 오염되어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먹거리와 아이들

 

코팅-울 의원은 "아직도 자신들의 가족을 위해서 먹거리를 마련하고 가족들을 보살피는 것은 대부분 여성의 역할인 만큼 음식의 품질은 여성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하지만 방사선에 오염된 음식물은 어린 생명체에게는 독약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독일 바이에르 치즈생산 공장에서 생산된 5천 톤의 유청 분말은 최대 kg당 8천 베크렐 수준으로 오염돼 있었다. 또한 최근까지 방사능에 오염된 독일의 야생 곰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독일 소아암등록센터가 시행한 핵발전소와 소아암 발생 위험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첫째 핵발전소에서 가까운 곳에서 사는 아이일수록 암이나 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았고, 둘째 핵발전소에서 50km내에 사는 아이는 이러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보통 아이보다 높았으며, 셋째 같은 반경 내에 사는 소아는 보통 아이보다 백혈병에 걸릴 확률이 2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지영선 공동대표는 "방사능은 태아와 어린이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아이들의 어머니인 여성들이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일본과 한국의 여성들은 위험을 호도하는 정부 대신, 직접 나서 방사능을 측정하는 등 핵의 위험으로부터 다음 세대를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며 "또한 여성들은 스스로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면서 낭비적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 정책 전환을 요구하는 활동도 활발하게 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 안보가 아니라 핵 없는 세상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 지영선 공동대표
ⓒ 권승문
핵없는사회를위한공동행동

코팅-울 의원은 또 "핵발전소는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며 "핵발전소 수의 확산은 더 많은 군사적 목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는 위험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란과 북한은 핵에너지가 군사적 목적으로 오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현재 북한은 미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우라늄 사용과 핵 실험을 중단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40여 개 국가는 짧은 시간 내에 핵무기를 마련할 수 있는 과학자들을 갖추고 있으며 90% 이상으로 농축된 핵 물질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은 항상 핵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수천 톤의 농축 핵 물질들은 그저 땅속에 묻혀 있고 철조망에만 간신히 둘러싸여 있는 경우들이 대부분이다.

 

코팅-울 의원은 "최근 핵 비확산 정책들은 이러한 위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핵발전소를 운영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고 이 위험한 에너지원의 개발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영선 대표는 "핵과 관련한 불편한 진실들을 깨닫게 해준 후쿠시마 사고 1주년에 즈음해 서울에서 개최되는 핵 안보정상회의에 대해 우리는 경악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핵무기와 핵발전을 온존시킨 채 그것들은 테러리스트로부터 보호한다고 해서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등 핵무기 보유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면 무엇보다 먼저 자신들의 핵무기 감축을 논의해야 한다"며 "핵발전소의 안전 규제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자체를 줄여나가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후쿠시마 핵사고에 교훈을 얻기는커녕, 핵안보정상회의 개최를 핵발전소 수출 확대를 위한 발판으로 이용하려는 한국 정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핵 없는 동북아를 위한 한국 여성의 역할

 

2010년 4월, 독일에서는 핵에너지 사용을 반대하기 위해 15만 명이 모여 하나의 인간 체인을 만들어냈다. 2009년에 집권한 기독민주당과 자유민주당 연합정당이 독일 내 핵발전소의 운행연수를 연장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핵사고 이후에는 대략 20만 명의 사람들이 독일 전역에서 핵에너지 사용을 중단하기 위해 시위를 했다.

 

코팅-울 의원은 냉전 시기에 동독과 서독이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서로에게 핵무기를 향하고 있었다는 점을 많은 독일인이 핵에너지 사용에 반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핵전쟁에 대한 공포가 결국 사람들이 핵에너지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게 했다"고 밝혔다. 냉전 이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남한은 미국의 핵우산 제공 정책에 기대고 있는 한반도의 현실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 할 수 있다.

 

한편,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여성위원회,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등 22개 여성단체는 지난 2012 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 대한 한국 여성의 입장, '여성은 핵없는 평화로운 세계를 원합니다'를 지난 1월 13일 발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핵 안보는 핵무기 폐기부터 시작해야 하고, 둘째 핵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기하고 수출을 중단해야 하며, 셋째 정부는 핵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해 여성 및 시민사회와의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2008년 서울에서 열린 1차 회의를 시작으로,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회의를 개최했으며,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여성이 해야 할 구체적인 활동을 제안하고 서로 토론하며 실천방안을 모색해왔다. 또한, 정부와 의회 그리고 6자 회담 당사국 대사관을 방문해 평화실현을 위해 제안하고 그 실행을 촉구하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권승문 기자는 녹색연합에서 탈핵과 에너지전환, 기후정의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녹색연합 녹색에너지디자인 팀블로그에 동시게재됩니다.

ⓒ 2012 OhmyNews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08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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