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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 시대 열어갈 주체는 ‘여성’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
2012년 03월 26일 (월) 10:46:51 한연희 기자 redbean3@naver.com

   

▲ 지난 13일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핵 없는 세계와 동북아시아 여성의 삶’을 주제로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가 열렸다. 이틀간 진행된 회의에서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독일 등 여성대표단은 서울핵안보정상회의 참가국에게 전하는 제안서를 도출했다.

 

1986년 4월 26일과 2011년 3월 11일은 러시아 체르노빌과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전사고가 발생한 날이다. 체르노빌은 26년이 지난 오늘날 까지도 원자력 발전소 5킬로미터 지역에  생명체가 살지 못하고 있고 후쿠시마는 체르노빌의 전철을 밟고 있는 중이다.

 

이 두 사건은 ‘핵발전소’가 인류에 얼마나 거대한 위험성을 던지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우리사회 원전 건설에 대한 재고와 점차적인 핵발전소 폐기의 필요성을 공론화시키는데 충분했다. 그렇지만 경제발전에 목마른 정부는 오히려 원전에 대한 무한 애정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이다. 핵발전소 수출을 따내고 핵안보정상회의를 곧 개최한다. 반대 논의는 여성들이 시작했다.

 

지난 13일 ‘핵 없는 세계와 동북아시아 여성의 삶’을 주제로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12 동북아여성평화회의에서 일본, 러시아, 미국, 독일 등 6개 나라 여성대표들은 핵안전의 허상을 짚어내고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서 탈핵과 대체에너지 사용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특히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핵발전소 진행계획을 중단한 독일의 사례와 그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역할을 해낸 독일 여성들의 경험이 집중 조명됐다.

 

탈핵을 주도한 독일 녹색당에서 원자력정책대변인을 맡고 있는 실비아 코팅울 하원의원은 “핵 재앙은 인간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방사선에 노출된 대지에서 수확되는 농산물에도 장기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가까운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바이에르 치즈생산공장에서 생산된 5천톤의 유청분말은 최대 킬로그램 당 8천 베크렐 수준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야생 동물 고기에도 방사능이 발견되어 연방정부는 사냥꾼에게 피해보상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팅울 의원은 체르노빌 사건을 계기로 환경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고 다음 해에 녹색당에 가입해 정치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소련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국경을 넘은 독일에도 영향을 미쳐 독일인들에게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코팅울 의원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입문하게 됐고 녹색당의 핵 반대 운동에 동참하게 됐다. 코팅울 의원은 “독일에서 지금까지 원자력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녹색당 유권자의 상당수도 여성이며 녹색당 국회위원들의 과반수 이상이 항상 여성들이다”며 정책변화를 위한 여성의 결집을 강조했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독일 외딴 지역에서 ‘원자력에 반대하는 부모들의 모임’이 시작돼 전역에서 이어졌다. 젊은 부모들은 자녀들이 핵으로부터 자유로운 미래를 살아나갈 수 있도록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돈과 함께 독일 전역에서 모은 기부금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 시설을 만들고 그것을 사용할 만큼 성장시켰다”고 소개했다.

 

또한 생명을 낳고 키우기 때문에 더욱 생명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존재인 ‘여성’들이 주체적이고 주도적으로 힘을 발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시아여성들도 탈핵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가족을 위해 먹거리를 마련하고 보살피는 것은 대부분 여성들이다. 하지만 방사선에 오염된 음식물은 어린 생명체에게는 독약과도 같다”면서, “여성이 남성에 비하여 이성적인 측면이 부족하다고 여겨지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여성들은 오늘 우리가 내린 결정이 미칠 미래의 영향에 대하여 훨씬 신중하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코팅울 의원의 발표가 끝나고 일본 키미코 히라타(키코 네트워크 소장), 러시아 야나 유 블리노프스카야 해양주립대학 교수, 미국 엘레노어 르케인(새로운 방향을 위한 여성행동 창립회원), 중국 첸 후아이팬 (중국인민평화군축협의회 사무부총장), 한국 정경란(평화를 만드는여성회 정책위원장) 등 여성대표들이 각 나라 상황 등을 나눴다.

 

경제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는 탈핵이 민감한 사항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명을 지키기 위한 대체에너지 개발의 필요성은 공유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여성대표들은 다음세대 생명을 책임지기 위해 탈핵을 유도해나가는 일에 뜻을 같이 하고 풍력 및 자연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개발과 사용을 권유해 나가기로 했다.

 

이번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주관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최소영 총무는 “독일이 체르노빌사건을 계기로 탈핵을 추진했고 후쿠시마 사고를 통해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 에너지 운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우리에게는 후쿠시마 사고가 큰 교훈이 되고 있지만 정부차원의 탈핵 논의와 움직임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면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살리고 책임지는 일은 어쩔 수 없이 여성의 몫인 것 같다.

 

여성들이 탈핵을 이끌어내기 위해 주도적으로 일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총무는 또한 “이번 대회는 핵 없는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은 동북아여성들의 생명존중과 평화공존의 가치를 모색한 자리였다”고 평가 했다.     

 

http://www.cwmonitor.com/news/articleView.html?idxno=36188      

한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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