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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평화는 목표가 아니라 여정이다.

 

                                                                                                                                                                  김 선 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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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재단에서 공모한 글로벌리더십 역량강화 과정에 선발되어 약 3개월간 미국에 다녀왔습니다. 난생 처음 밟은 이국땅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혼자 다녀오는 것이라 기대만큼 걱정도 컸습니다. 어떤 사람에겐 익숙한 미국일지 모르지만 저로선 처음 보는 다른 문화인만큼 새롭고 재미있었습니다. 

 

이번 연수에서는 Summer Peacebuilding Institute 4개의 세션에 참가했습니다. 세계 각 국에서 다양한 평화운동과 갈등해결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배우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리고 갈등해결과 평화를 새롭게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스스로 정리한 말로 보자면 ‘평화는 목표가 아니라 여정이다‘는 것이 이번 연수에서 제가 얻은 배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지역조정센터를 방문했다. 여기서 조정실습도 했는데, 조정할 수 있는 방이 2개 코커스를 할 수 있는 대기실이 2개 그외 회의실등이 있었다. (사진 설명)

 

Trauma healing을 배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Trauma를 경험했을 때 신체 반응이 어떤지 얘기하는데, 저는 얘기할 만한 것이 없다 했더니 그럼 스트레스 상황에 대해서 얘기하라고 교수가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더니 제 짝이 좀 이상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짝더러 네 경험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이 친구가 이웃집에 폭탄이 터졌을 때 무서워서 꼼짝도 못했던 거라고 했습니다. 순간 제가 멍해졌습니다. 제 짝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조정자입니다. 그이에게는 포탄이 일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공포 또한 일상에서 겪은 트라우마일 수도 있었습니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 만큼이나 제가 작게 느껴졌습니다. 그보다 며칠 전에는 10여 년간 300여명의 여성이 한 지역에서 실종되거나 사망되었음에도 범인을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다른 나라 참가자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런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지 않은 것도 있지만, 경찰의 부패로 인해 살인자를 찾더라도 사건이 무마된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동안 이해했던 부정부패의 수준을 뛰어넘는 것이었습니다. 평화운동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패의 문제를 얘기했을 때 그 문제를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생명이 오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나라에서 일하는 평화활동가들은 자칫하면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제서야 평화운동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부패를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로 거론하는지 이해됐습니다.

 

이러한 다른 나라의 경험을 들으면서 각 나라마다 갈등해결과 평화의 방점이 모두 다르게 찍혀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평화는 한 길이고 하나의 목표라고 아무도 가르쳐준 적 없어도 저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던 모양이었습니다. 어~ 다르네하면서. 실은 시대마다 그 과제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고부군수 조병갑과 같은 사람이 21세기에는 없을까? 그의 학정에 봉기했던 사람들이 21세기는 없을까? 평화는 목표로 정한 어느 시점까지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 가는 길에 서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화로 가는 길에 조정도 하고 평화교육도 하고 전쟁을 반대하기도 하고 여러 길이 있다는 것을 다시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평화는 목표가 아니라 내가 평화라는 곳을 향해 가는 여정에 서 있고, 평화여성회에서 만난 모든 이들은 평화로 가는 길에 만난 길동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길동무라 생각하니 훨씬 마음이 따뜻하고 편안해졌습니다. 길이 갈라지면 갈라지는 대로 길을 따라 갔다고 또 길이 모이면 모이는 대로 또 만나고.

 

제가 연수를 다녀올 수 있도록 후원해 준 여성재단의 사업명칭이 글로벌 리더십 역량강화였습니다. SPI과정의 모든 교수진들이 내내 한 말이 “당신들 나라의 문화에 맞게”였습니다. 자신들의 논의가 서양문화와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니 만큼 각 나라의 실정에 맞게 적용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떠한 제도이던지 그 제도의 배경이 되는 역사와 문화를 알 때 제도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적용도 역사와 문화를 감안해서 할 때 제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글로벌 리더십이라는 것도 결국은 각국 사회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고 보니 평화도 그렇고 리더십도 그렇고 각각 그것이 필요한 상황에서 그 역사성과 사회성을 갖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수를 마치고 바로 다음날 돌아왔습니다. 성미가 그런지 집이 그런지 알 수 없지만, 돌아와서는 한동안 드라마를 물리도록 봤습니다. 미국서 받았던 영어스트레스를 그렇게라도 풀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무엇을 배우고 왔느냐는 어떠했냐고 궁금해하셨습니다. 저도 아직 정리중입니다. 어떤 것은 정리가 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제게 과제이고 그렇습니다. 아마도 앞으로 활동 과정에서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스스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이었고 귀한 충전의 시간이었습니다. 짧다고도 길다고도 할 수 있는 시간 동안 온전하게 새로운 배움의 기회를 갖도록 기회를 주고 배려해주고 도와준 평화의 길동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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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Friends for Peace라는 어린이 청소년 평화교육 단체를 방문했다. 우리말로 평화방이라는 곳에 붙어있던 포스터.

 아마 우리 말로 평화로 가는 성공적인 방법 10가지쯤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진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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