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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병장' 사태로 본 관심병사, 배려와 돌봄 필요
 
입력 24시간전 | 수정 4시간전

▲ 강원도 동부전선 GOP서 총기난사 후 도주해 구속된 임 병장이 8일 오후 22사단에서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난 6월 21일 저녁 노크귀순으로 유명해진 동부전선 22사단에서 제대 3개월을 남겨 둔 임병장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해 병사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중상을 당했다. “왜 임병장은 제대 3개월을 남겨두고 극단적인 일을 벌였는가?”라는 질문 속에 그가 ‘보호관심병사제도’에 의해 A급 관심병사에서 B급 관심병사로 등급이 조정되어 총기를 지급받고 초소근무를 하던 중 발생한 사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관심병사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급증했다.

 

필자는 처음에 군대가 관심병사라고 지정하는 이유를 돌봄과 배려의 차원으로 생각했다. 그보다 군대는 보호관심 병사제도를 계급과 군기(軍氣)가 우선인 집단생활에 적응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병사들을 ABC 3등급으로 분류해서 관리하는, 즉 관료주의적 효율성의 관점에서 작동시키는 것이다. 물론 자살과 같은 위험한 시도 경험이 있는 병사들을 특별히 관리할 필요는 있다.

그런데 동성애자는 무조건 자살시도자와 같은 A급으로, 한부모 가정이나 경제적 빈곤자는 B급으로 분류하게 되어 있어 인권침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얼마 전 한부모 엄마들이 자신의 자녀들이 관심병사(B급)라면 조부모 손에 자란 오바마 미국대통령도 한국에 오면 B급 관심병사가 될 것이라는 항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관심병사는 계급이 전부라 할 수 있는 군대에서 ‘계급열외’(해병대의 기수열외와 유사)로 조롱과 왕따를 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임병장 역시 투명인간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 그와 함께 군 생활을 한 동료 부대원들이 “임 병장이 자주 열외됐다” “선임병한테 왕따를 당했고 후임병한테 인정 못 받았다”는 증언에서도 나타났다.

 

그러면 동부전선 22사단의 임병장만 특별한 왕따를 받는 B급 관심병사인가?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에 의하면 “22사단에는 전체 병사의 약 20%에 해당한다”며 “22사단에만 특별히 집중된 건 아니고 일반적으로 지금 관심병사가 많다”고 했다. 다섯 명 중에 하나를 관심병사로 분류해서 관리한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11년 7월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자 당시도 국방부의 최고책임자였던 김관진 장관은 재발 방지를 위해 구타와 가혹행위, 인격모독, 집단따돌림은 어떤 경우에도 금지한다는 ‘병영생활행동강령’을 하달했다. 변화는 없었다. 이번에 임명된 한민구 국방장관 후보자는 “인격존중의 병역문화가 정착되도록 간부의 의사를 변화시키고 리더십을 개발하는데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 약속했다. 과연 변화가 올 것인가?

 

임병장 뒤에는 비슷한 환경에 놓인 또 다른 임병장이 줄을 서 있을지도 모른다. 군대가 사회복지지관이 되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인격과 개성을 지닌 젊은 병사들을 군부대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등급을 매겨 분류한 결과 낙인이 찍혀 계급열외와 같은 집단 따돌림 같은 것은 방지하겠다는 의지와 관심이 절박한 시점이다. 그것은 관심병사에 대한 진정한 돌봄, 배려, 그리고 비밀유지가 동반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1297호 [오피니언] (2014-07-08)
김정수 /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 이 글은 평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김정수원장이 여성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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