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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인천아시안게임, 남북 화해의 기회 놓친 아쉬움의 자리
입력 2014-09-25 13:12:33 | 수정 2014-09-25 오후 1:21:00

▲ 24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녀 종목별 결승 도마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난 9월 20일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예선전인 북한과 홍콩의 경기를 관람하고 왔다. 경기는 북한 여자축구팀이 홍콩을 5-0으로 크게 이겼다. 평소에 축구나 야구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내가 이번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팀, 그것도 여자축구팀의 경기에 남북공동응원단(북한 응원단이 오지 않아서 실제로는 북한팀을 응원하는 남한 응원단이 됨)이 조직됐다는 말에 토요일 오후의 휴식을 반납하고 달려간 것이다.



여자축구 예선전이 열린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북한 여자축구팀과 북한 선수단으로 참석한 북측 인사에 대한 환영 분위기로 오랜만에 남북의 화합이 이뤄지는 가슴 뭉클한 순간이었다. 게다가 세계적 수준의 북한 여자축구팀이 홍콩에 대승한 후 남쪽의 공동 응원단의 열렬한 응원에 보답하는 의미로 관중석에 와서 손을 흔들며 감사를 표할 때 남쪽 응원단의 환호의 열기가 고조에 달했다. 같은 민족으로서의 감정이란 그런 데서 드러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의 일들은 북한에 대한 적대적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내는 행동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일산에서 보수단체 사람들이 경기장 주변에 북한기(인공기)를 거는 것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다른 나라 국기들까지 모두 함께 걸지 못했다는 기사를 보면서 ‘어찌 이렇게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생각한 이는 나 혼자는 아닐 것이다.



이번 아시안게임 최대의 흥행 요소가 북한의 ‘미녀’ 응원단이 될 것이라 이구동성으로 예측했지만 이러한 적대적 분위기과 경색된 남북관계의 높은 파도를 넘지 못하고 북한 응원단은 오지 못했다. 오히려 평화와 화합의 제전이라 불리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순간에도 탈북인 단체들은 북한에 약 20만 장의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 이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방관하는 경찰이나 정부 당국이 진정으로 남북의 화해를 원한다면, 아니 이렇게 냉각된 남북관계에도 불구하고 인천까지 내려온 북한 선수단에 대한 최소의 배려를 생각한다면 대북 전단을 살포하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해서는 안됐을 것이나 유감스럽게도 중단되지는 않았다.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이러한 적대감과 더불어 응원단이 오지 않은 북한 선수단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여전히 ‘미모’를 자랑하는 북한의 여자선수들에 대한 기사를 중심으로 북한 선수단의 활약을 보도하고 있다.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홈페이지 포토갤러리를 들여다보면 북한 선수단의 활약은 북한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들 사진(‘북한 미녀 선수 리일심 당당하게 입장’ ‘북한 김은아 이 정도면 남남북녀 맞죠?’ ‘북에서 온 미소’)과 ‘앳된 외모의 북한 미녀 선수단’ 등 북한 여성 선수들의 미모를 강조한 사진과 기사들이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다. 북한 선수들의 활약을 보도한 기사나 응원의 열기를 전달한 사진도 실려 있지 않았다.



이번 인천아시안게임이 치러지고 있는 순간에도 살포되는 대북 전단과 북한의 미녀 선수단을 중심으로 한 흥미 위주의 언론 보도를 보면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북한, 특히 북한 지도부에 대한 적대화와 북한 여성에 대한 외모나 미모 위주로만 관심을 드러내는 타자화라는 이중적 관점으로만 보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북한에 대한 적대화와 대상화·타자화라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관점을 극복하지 않는 한 남북의 진정한 화해와 협력을 위한 대화를 통한 신뢰의 형성은 애당초 불가능할 것이다. 참으로 아쉽기만 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다.



1307호 [오피니언] (2014-09-23)
김정수 /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원장






* 이 글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부설 한국여성평화연구원 김정수원장이 여성신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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