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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활동을 통해, 일상을 통해 평화로 이르는 길

 

여 혜 숙(갈등해결센터)

 

 

2010년 올해부터 소년사건을 다루는 서울가정법원에 화해권고제도가 시범 운영되고 있다. 이는 2008년 소년법이 개정되면서 소년법 제25조에 화해권고조항이 신설되었는데 이를 시행하기 위한 것이고, 앞으로 전국적으로 시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화해권고제도의 취지는 피해자의 정신적 ·신체적·물질적 피해 회복과 보호, 이를 통한 가해소년의 건전한 사회복귀를 돕기 위한 것이다. 즉 잘못을 한 소년에게 판사가 처분결정을 내리기 전에 가해·피해 당사자가 동의하면 만나서 서로 대화하여 화해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울가정법원에서는 화해권고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민간위원 10명과 변호사 5명 총 15명을 화해권고위원으로 위촉하였는데, 민간위원 10명중 7명이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활동가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같이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가 한국에서 처음 실시되는 화해권고제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2006년부터 3년간 한국형사정책연구원(김은경박사)의 회복적 소년사법 실험연구에 함께 참여하고, ‘피해자-가해자 대화모임’을 갈등해결센터의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수행해 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또한 그 이전부터 중립적 제3자로써 갈등해결과정에 참여하는 조정(mediation)에 관심을 갖고 조정자훈련을 차분히 진행해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과정들은 갈등해결센터가 한국에 ‘화해·조정’이라는 갈등해결과정을 정착하는 데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요즘 나는 이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있는 폭력을 용인하는 ‘말’과 ‘생각’들을 만나게 된다. 화해권고 당일에 만나기 전에 양쪽 당사자와 보호자를 만나는 예비조정을 하게 되는데, 소년들을 만나보면 그 소년들은 내 아이와 다르지 않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들이다. 그래서 당사자들은 그 일이 있은 후로 “다시는 폭력을 쓰지 않고 대화로 해야 겠다”, “친구가 시비를 걸어도 피하겠다”, “앞으로는 괜히 힘을 과시하려고 욕이나 싸움을 하지 않겠다”, “사소한 일이 이렇게 커지는데 내 힘으로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행동을 조심해야 겠다” 는 반성과 결심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른들의 고정관념과 편견과 만날 때면 그런 생각과 가치관을 갖게 된 배경과 맥락은 이해되지만 변화란 것이 쉽지는 않겠다는 <벽>이 느껴질 때가 많아서 안타깝다.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 것”이란 말 속에는 상대 당사자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도 포함되지만 자녀의 잘못된 행동을 ‘그 시기에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치부해 버리면서 잘못을 용인하고 오히려 상대의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게 된다. 쌍방이 서로 폭력을 썼다면 “서로 때리고 맞았으니 말 할 필요 없다”는 태도를 보이거나 재발되지 않기 위해 오히려 “힘 있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상대를 인정하고 협력적으로 또는 타협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경쟁적이고 대립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대화로 문제해결을 하는 길은 참 멀구나 하는 생각에 당황하기도 한다. 그래서 지치지 않고 끈기 있게 할 수 있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냥 적당히 하지 뭐. 이 정도면 되지 않겠어?”라는 속삭임의 유혹이 들리기도 한다.

8년 전 처음 ‘1기 갈등해결강사트레이닝’에 참여하면서 나에게 온 변화는 평화와 폭력감수성이 높아 진 것이다. 그 후로 지금까지 일상에서 평화와 폭력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고 갈등을 잘 다룰 수 있는 관점과 태도, 방법을 교육 훈련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담당해 올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행복하고 감사한 일이다.

 

이 글을 쓰는 오늘 아침에 다시 생각되는 것은 갈등해결교육을 하는 사람으로, 평화활동가로의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화에 대해 늘 꿈꾸고, 자신의 일상을 성찰하며 평화의 기운을 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폭력감수성이 높은 만큼 내 속의 폭력성과 직면하고 바꾸어 낼 수 있는 용기가 필요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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