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날입니다. 오늘은 처음으로 활짝 핀 개나리를 보았습니다. 순간 “생명”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에게 이 봄의 따뜻한, 생명의 피어남, 삶의 소중함을 축하하고픈 마음이 생겼습니다.
생명을 축하하는 봄입니다. 하지만, 온전히 축하할 수 없는 것은 그 생명과 젊음, 봄을 채 맞이하기도 전에 억울하게 죽어간 한 젊은이, 아프가니스탄 다산부대의 윤장호 하사의 얼굴과 이름이 동시에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윤장호 하사의 얼굴은 참으로 해맑았습니다. 그러나 미소지으며 웃는 그 얼굴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것은, 한국군 파병을 막지 못한, 파병부대를 완전히 철수시키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미안함 때문입니다. 개나리가 피어나듯 봄을 축하하고 젊음을 꽃피워야 할 젊은이의 죽음에 우리들 평화운동을 하는 이들이 느끼는 책임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윤장호 하사의 죽음에 슬퍼하고 미안해 하고 또 이렇게 상황을 만든 우리 정부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매일 아프간과 이라크에서는 또 다른 윤장호 하사가, 그 얼굴은 모르지만 여전히 해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 그 이름도 우리들에게 알리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지 못한 채 생명의 활동을 중지당한 이라크와 아프간의 사람들, 그들을 기억해야만 합니다. 윤장호 하사를 기억하는 것, 그의 생명에 대해 안타까와 하는 것은 동시에 오늘도 이름 없이 죽임을 당하는 이라크와 아프간 사람들을 기억하는 것이며, 그 기억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과 손의 움직임을 요청하여, 한국군이 하루 빨리 파병할 수 있도록 우리 평화운동의 힘을 모으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김정수 (평화여성회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