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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남북정상회담 그 후. 여성평화운동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 조영주 (여성평화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07 남북정상회담에 여성분과가 신설되고 남측 여성계대표 3명이 함께 참석한 것은 그동안의 남북여성교류와 통일운동의 과정에서 획기적인 일임은 분명하고, 그 의미 또한 중하다. 그렇다면 이번 정상회담이 이후 남북여성교류나 통일의 과정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기 위해서는 여성평화운동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회담에서는 모자보건 및 영유아 지원사업, 일본군 위안부 공동조사사업, 여성 관련 법·제도 공동조사 및 연구 등의 여성 관련 의제가 다루어졌다. 이러한 내용들은 주로 ‘사업’에 중심을 둔 것이지 이후의 과제를 위한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시작인만큼 구체적이고 실천가능한 과제들을 중심으로 논의를 하는 것이 이후 과정의 기반과 토대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유의미하나, 좀 더 큰 틀, 다시 말해 어떤 방향성과 구조를 통해 이후 남북 여성이 만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러한 큰 틀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이후 실무적 차원에서나 실제 교류를 통해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과제들을 내어 오고 과제들에 대한 현실화 방안을 모색하는 순서를 밟지 않았어야할까라는 것이다. 이러한 큰 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남북여성교류와 통일운동의 경험에 대한 성과와 한계를 성찰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어떤 내용으로 남북 여성이 만날 것인가라는 방향성 모색과 함께 여성주의 의제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남측과 북측 여성들이 공유할 ‘여성’ 의제는 남측과 북측 여성이 무엇을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이자 내용이기 때문에, 여성주의적, 평화주의적 관점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또한 이후 남북여성교류 및 통일운동의 방향과 내용을 모색함에 있어 남측 여성들 간의 합의를 이루어내는 것과 동시에 정부 당국 차원의 논의가 여성들의 실제 삶과 분리되지 않도록 여성들의 현실에 근거하고 적극적으로 논의에 개입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관계에 새로운 진전을 가져올 것이고 좀 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남북협력을 이루어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할 때 여성운동 또는 여성평화운동진영은 여성‘도’ 남북협력에 참여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진행되어 오고 앞으로 진행될 남북협력의 과정에 비판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 구체적으로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가장 가시화된 개성공단의 예만 보더라도 개성공단의 다수의 노동자들이 여성들이고,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의 노동 성격이 기존에 주로 남측 여성노동자들이 종사해왔던 분야라고 할 때 이러한 현실은 중장기적으로 남북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에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남북경협에 대한 여성주의적 개입이 필요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내용이 구체적으로 다루어졌는데, 이러한 경협이 남북여성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뿐만 아니라 공단을 중심으로 한 남북경협의 방식이 과연 평화적인 것인지, 환경과 생태에 무관한 것인지 등에 대한 평가와 성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남북 간 여성교류와 협력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교류와 협력은 서로에 대한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틀에 묶인다면 더 이상의 진전을 가져오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교류와 협력을 위한 새로운 내용과 담론을 만들어내는 만큼 중요한 것은 성찰과 평가가 아닐까. 새로운 내용과 담론, 방향성은 기존의 것들을 성찰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나올 것이고,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담론과 운동의 방향성에 대한 비판적 개입은 새로운 것을 더욱 새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여성‘도’ 참여하고 함께 한다를 넘어 기존의 틀과 담론을 흔드는 것이 여성평화운동이 해야 할 몫일 것이다.
**조영주님은 평화여성회 부설 여성평화연구원의 운영연구위원입니다. 현재 이화여대 북한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여성인권, 북한여성, 경제평화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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