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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 및 성명서 Speeches & Statements

일본 여성 관점에서 본 동북아 평화

 

교육학 박사 고즈이 아키바야시
평화와 자유를 위한 여성 연맹 국제 부회장
리츠메이칸 대학교 국제관계학부 부교수

(일본 교토)

 

서론

 

동북아시아의 평화는 오랫동안 역내 정부와 시민 단체가 활발히 추진해온 문제입니다. 그러나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비전과 향로는 아직 불분명합니다. 여성운동가들의 반군사주의 운동에 전념하는 사람으로서, 오늘 발제를 통해서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 달성을 가로막고 있는 주요 문제점들을 규명해 보고, 또한 이를 위한 시민 사회의 노력을 성 인지적 관점에서 논의해 보겠습니다.
좁은 의미의 평화는 무력 갈등과 전쟁이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정의에서 보면 동북아시아는 평화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남북한 휴전 이후로 이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평화연구학 분야에서 평화의 정의는 광범위합니다. 노르웨이의 출신의 평화학자 요한 갈퉁은 1960년 말 평화에 대한 기본틀을 제시했습니다. 평화에는 두 가지 종류, 즉 긍정적인 평화와 부정적인 평화가 존재한다고 했습니다. 세부적인 내용도 있지만 요약을 해보면 부정적인 평화란 무력 충돌이나 전쟁 등 개인적이고 직접적인 폭력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반면 긍정적 평화는 빈곤이나 차별 등 사회 시스템 내에 구조화 되어있는 구조적인 폭력이나 폭력의 형태가 사라진 상황을 말합니다. 여성평화연구가인 베티 리어던은 긍정적인 평화는 만인의 인권이 실현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광범위한 관점에서 볼 때 동북아가 평화로운 상태인지 의구심이 생기는데, 바로 이러한 점을 오늘 발제에서 논의하고자 합니다.

 

1. 정치적인 문맥과 이슈
현재 동북아 상황을 살펴보면 포괄적인 평화는 분명 아직 도래하지 않았습니다. 긍정적, 부정적인 평화 모두 아직 요원합니다. 최근 이 지역에서 전쟁이 발발한 적은 없지만 무장 충돌 및 전쟁 준비 가능성은 항상 존재해 왔습니다. 그럼 일본의 정치적인 맥락에 비추어 동북아시아 평화 논의에 대한 세가지 주안점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과 일본에 미치는 영향, 증대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화 움직임,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의 미군 주둔 문제입니다. 
일본인들은 평화로운 지역에 산다고 믿는 듯합니다. 1930년대와 40년대 아시아-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 영토에 무력 충돌이 발생한 적이 없고 아시아 지역의 다른 전쟁에 대해서는 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부 침략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자위대의 보다 강력한 군사력을 원하는 일부 국수주의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전쟁의 부재로 오히려 일본인들은 세계의 위험에 대해 잘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Heiwa-boke(평화 불감증) 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습니다.
국수주의자들은 이 신조어를 언급하며 국제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 행사를 포기하고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헌법 제 9조를 옹호하는 평화 운동과 대중 정서를 조롱합니다. 이들은 올해 초 북한 핵실험 당시, 주로 인터넷을 통해서 북한의 대일 위협 가능성을 보여 주어 대중을 선동하고자 했습니다. 소수의 자칭 국수주의자들뿐 아니라 주요 언론들도 북한의 군사력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은 없이 그 위험성에 대해서만 앞다투어 보도했습니다. 6자 회담의 평화 외교 및 다른 국제 기구들의 평화 달성 노력을 폄하한 북한 정권의 일방적 행동은 거센 비난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한편 이를 기회로 삼아 일본의 군사화를 합법화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군사적 위협에 순진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대중에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실은 저 또한 평화 불감증 및 평화와 전쟁에 대해 안일한 일본인들의 자세를 비판합니다. 일본인들은 자국의 군대나 군사력 증가, 그로 인한 헌법 위반에 대해 너무나 무관심 합니다.
일본의 군사화는 친 부시 노선 성향의 고이즈미 정부 (2001-2006) 이후로 확연한 강화 추세입니다. 양국은 미군과 자위대의 긴밀한 군사 협조에 동의했습니다. 자위대 확대 요구는 일본 내와 미국 두 곳에서 나온 듯합니다.
자위대는 1950년 제 2차 대전 종료 후 미국 통제 하에 경찰예비대로 출범했습니다. 1930년대와 40년대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했던 군부 제국주의 국가였던 일본의 정치 체제는 변화를 맞이했습니다. 그러나 군부 제국주의 시절의 일부 제도와 인사들은 경찰예비대 출범 이후에도 계속 자위대에 존재했습니다. 헌법에 규정된 활동상의 제약으로 인해 자위대는 오랜 세월 동안 자국 내 재해 복구 사업에 관여해 왔습니다. 그러나 외부 침략 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위대의 임무를 확대하여  정상적인 국가로 거듭나야 한다는 논의는 항시 있었습니다.
2007년 방위청의 방위성 승격을 계기로 자위대의 임무는 확장됐습니다. 과거에는 국내 문제로만 임무가 국한되어 있었으나 현재는 재해 작업뿐 아니라 대테러전에서 미국을 돕는 등 해외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양에서 미군의 수송 작전을 돕고 있으며, 소말리아 연안에서는 해적들과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모두 자위대의 확대와 일본의 군사화 움직임을 보여주는 예입니다.
미국도 일본 정부에 군사력 증대 압력을 주고 있습니다. 2005년 미 국무장관, 미 국방 장관 및 일본 외무성 장관으로 구성된 미일 안보협의회는 “미일 동맹: 미래를 위한 변화와 재편”이라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양국 군대간 상호운용성이라는 이름 하에 긴밀한 군사 협력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긴밀한 양자 협력의 필요성을 보여 주지만 “불확실성”에 대한 정확한 규명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2006년 발행된 재편성 계획 실행에 대한 서류와 로드맵에서 일본의 군사력 증강에 대한 구체적 내용이 발표됐습니다. 8,000명의 미 해군을 오키나와에서 괌으로 이동하는 계획안은 많은 논란을 야기했습니다. 괌은 태평양 연안에 위치한 미국령 영토이며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수월하게 실시할 수 있는 주요 기지입니다. 주일 미군 기지의 약 75%가 오키나와에 집중되어 있어, 괌 이전안은 오키나와의 부담을 덜기 위함이라는 논쟁이 있었습니다. 오키나와는 1972년 까지 미국이 통치했고 일본 정부에 반환된 이후에도 대규모의 미군이 주둔해 있었습니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의 감소를 오랫동안 간절히 소망했고 요구해 왔습니다.
미 해군 이전이 오키나와의 부담 해소를 위해서라는 안보협의회의 주장은 의심의 여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오키나와에서 이동할 군대의 수는 논의 되고 있지만 잔존 군대의 수는 미지수입니다. 둘째로, 전체적인 재편성 계획안에는 현재의 미 해군 캠프의 인근에 위치한 본 섬 북쪽 지역에 최신 군사 시설을 확충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따라서 결국 일본 내 미 주둔군 숫자는 감소하지 않을 것이며, 미군의 군사력은 보강될 것입니다.
이외에도, 동북아시아 평화 논의에 있어 이 지역의 역사를 빠뜨릴 수 없습니다. 일본은 과거 아시아 국가들을 침략하고 식민지화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피해 보상 문제에 대해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공식적인 사과와 피해 보상의 책임이 있으며, 일본 시민은 정부의 조치를 촉구하는 정치적인 의사 표현을 할 책임이 있습니다. 과거 역사와 일본의 미흡한 해결책으로 인해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역내 더 큰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맥락을 형성한 후에는 새로운 정치적 발전이 필요합니다. 올해 8월 30일 하원 선거에서 여당인 자유민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은 참패를 맛보았고, 그 결과 새로운 연립여당인 민주당, 사회민주당 및 국민신당이 창립되었습니다. 새 정부의 구체적인 외교 정책 방향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미군 주둔, 미일 군사 협력 및 동북아 평화에 있어 많은 정책 변화가 예상됩니다.

 

2. 성 인지적 관점에서 본 시민 사회의 노력 : 비핵화와 비군사화

이번 회의에서 일본 여성으로서 본 동북아 평화에 대한 견해를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따라서 일본 내 주요 인종 그룹에 속한 사람으로서의 개인 경험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내 소수 인종 그룹도 존재하며 그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여성 평화 운동에 대한 저의 신념은 두 가지입니다. 평화와 정의를 위한 국제여성연맹(WILPF) 활동과 군사주의 폭력에 반대하는 오키나와 여성행동(OWAAMV)과의 연대 활동입니다. 서로 분리된 단체이지만 업무는 상호 연관되어 있습니다.
WILPF 일본 지부는 가장 유서 깊은 여성 기구 중의 하나인 WILPF의 일부입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지를 외치기 위해 유럽과 미국에서 1300명의 여성들이 모인 헤이그 회의가 발단이 되어 1915년 설립되었습니다. 최근에 발견된 사실에 의하면 당시 회의 주최측에서 일본 여성들을 초청했으나 여러 정황상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몇 년 후 일본 여성들이 WILPF의 여성들과 연대하면서 일본 지부가 탄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WILPF 설립 당시의 철학은 전쟁 분석에 있어서 독특했습니다. 전쟁의 근본원인을 해결하고 빈곤과 차별을 전쟁과 연관 지은 점에서 갈퉁의 포괄적인 평화와 개념이 유사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일세기 동안 비폭력 평화 세계를 달성하기 위해 각지에서 행동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목적을 염두에 두면서 최근 제네바 본부와 뉴욕 지부는 핵 폐기 및 무장 충돌 하에서 성별에 기반한 폭력을 포함한 핵무장해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WILPF의 두 가지 활동은 동북아의 비핵화와 비군사화 달성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믿습니다.
WILPF International에는 핵 해제 전담 프로그램인 Reaching Critical Will (RCW) 이 있습니다. RCW를 통하여 WILPF는 UN의 핵 해제 관련 활동을 모니터링하고 UN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며, 국제 및 지역 NGO들과 연대하여 핵 해제 노력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WILPF의 성에 기반한 폭력 철폐 운동은 PeaceWomen 프로그램 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PeaceWomen은 2000년에 UN 안보리 결의안 1325호인 “여성, 평화, 안보”가 채택된 후에 설립되었습니다. WILPF는 다른 NGO들과 제휴하여 UNSCR 1325호의 채택 및, 안보리의 발표문과 결의안에 최초로 성 인지적 관점 도입을 이루어 냈습니다. 이 결의안의 도출은 1995년 중국 북경에서 개최된 제 4차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한 북경행동강령(BPFA)의 완전한 이행을 위하여 실시한 로비활동의 결과입니다. 북경행동강령의 주요 12가지 분야에는 무장충돌과 여성 문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여성평화기구들은 북경행동강령을 검토하는 유엔여성지위위원회(UNCSW) 회의에 참석하여 UN의 안보 발표문에 성인지적 관점을 포함하는 가능성에 대해 토론을 시작했습니다. 활발한 로비활동 결과,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UNSCR 1325의 채택은 세계여성평화운동의 일대 쾌거이지만, 규정 이행은 아직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 결의안은 유엔 회원국, 유엔 및 산하 기관들에게 평화협상, 전후 복구사업, 모든 평화안보 정책에 성 인지적 관점을 포함하도록 촉구하고 있습니다. 결의안의 이행과 로비활동 모니터링은 PeaceWomen에서 맡고 있습니다.
성인지적 관점에서 가장 면밀히 군사주의를 분석하고 이에 도전하면서 비군사화를 요구했던 여성평화운동은 오키나와에서 있었습니다.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오키나와 여성행동(OWAAMV)은 오키나와에 있는 여성 평화와 인권 관련 단체들의 네트워크입니다. 71인의 오키나와 대표단이 북경회의 NGO 포럼에 참석하여 1995년 9월 발생한 오키나와 미군의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를 마치고 귀국한 후인 1995년 공식 설립됐습니다. OWAAMV는 사회적 단체인 군부대에 대해 여성학적 분석을 제시합니다. 즉, 군부대는 폭력이 내재하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에 성 기반 폭력이나 성폭력이 불가피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 분석자료는 밤낮 전쟁 준비에 여념이 없는 미군 주둔 지역에 거주하는 오키나와 여성들의 역사적 경험 및 일상 경험을 바탕으로 도출 됐습니다. 적을 죽이는 훈련의 일부로서 다양한 차별이 조직화 되어있는데, 가장 극심한 종류는 여성혐오증으로서, 이를 통해 군인들이 타인, 즉 적을 혐오하게 된다고 자료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OWAAMV는 1945년 이후 발생한 미군 성범죄 숫자를 집계하고 있는데 공식집계에 누락된 사건이 많아서 지금까지 7차례 개정되었습니다.
오키나와 여성들은 군사주의적 국가 안보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누구를 위한 안보인가?” 오키나와의 안보를 위해 주둔하고 있는 미군들이 주민들의 삶을 불안하게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불신은 역사적 사건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일본의 식민 지배를 겪었고 아시아-태평양 전쟁 당시 제국주의 정부가 본토의 시민들과 황제를 보호하기 위해 오키나와를 희생시켰습니다. 그 결과 전체 주민 삼분의 일이 목숨을 잃었는데 대부분 민간인 이었습니다. 과거의 경험을 통해 군대가 시민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따라서 OWAAMV의 여성들은 비군사화가 실현되는 세상, 군대가 없는 세상, 충돌과 갈등이 여성혐오증, 인종주의, 차별에 근거한 무력과 권력에 의해서가 아닌 외교와 대화로 해결되는 세상을 촉구합니다.
그들의 요구와 비전은 과거의 중대한 역사를 반영하며,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동북아의 포괄적인 평화 달성을 향해 우리의 나아갈 길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결론

마지막으로 동북아 식민지 과거와 현존하는 군사주의 문제의 해결을 재차 강조 드립니다. 비핵화, 무장해제, 비군사화, 그리고 이를 위한 정책이 이루어질 때 동북아의 미래에 평화가 도래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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