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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문 및 성명서 Speeches & Statements
 

여성, 동북아평화를 말하다




                                남윤인순

추진위원회 운영위원장,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들어가는 말


최근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6자회담 내에서 한국의 역할이 약화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자회담 틀 내에서 북핵문제는 진전되고 있지만 2008년 2월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북핵폐기 우선을 내세우며 남북관계를 경색시키고 있어 6자회담에서 한국의 역할과 발언권은 과거와 같지 않다.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다국적인 노력이 결실을 맺는 마당에 한국의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어리석은 정책은 재고해야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동북아 평화를 염원하는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한국의 여성단체, 여성의원,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북핵문제 해결과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각국의 역할을 모색할 수 있어서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 이번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계기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각국의 조치들이 조속히 이행되고, 남북관계도 평화체제로 전환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발제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문제점, 그리고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을 위한 한국여성운동의 흐름과 과제를 다루고자 한다.                 


1. 남북관계의 역사적 변화

 

1945년 일본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된 한반도는 1948년 남, 북이 각각 단독정부를 수립하면서 분단되기 시작했고,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이후 1953년 휴전협정이 맺어지면서 지금까지 분단된 채 살아가고 있다. 1970년 초반 동·서 데탕트가 진행되면서 남북관계도 변화가 일어난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2년 남북적십자회담을 시작하면서 남북 최초로 ‘7.4 남북공동성명’이 채택되면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3대원칙이 발표되었다. 1980년대 후반 냉전질서가 해체되면서 남북관계는 중요한 전기를 맞이하게 된다. 1991년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채택되는 등 간헐적이지만 남북 정부 당국자간의 대화가 지속되었다.

이 시기에 민간의 방북은 허용되지 않았지만 1989년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대표로 임수경씨가 평양을 방문하고 휴전선을 통해 남한으로 내려오면서 탄압 속에서도 통일운동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1997년 북한에서 큰물피해로 식량 기근이 심각해지자 남한에서는 북한동포돕기 운동이 범국민적으로 일어난다. 1998년 국민의 정부가 탄생하면서 대북정책이 대립에서 화해협력으로 전환되면서 2000년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이 채택된다. 6.15 공동선언에는 우리 민족끼리 통일문제를 해결하고, 경제협력과 사회,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고, 가족 및 친척 방문단을 교환해 나가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6.15 공동선언을 계기로 남북 사이의 정부와 민간 차원의 다양한 교류가 활발히 일어났다. 2002년 참여정부가 등장하면서 평화번영정책을 추진하고 개성공단 등 경제협력사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하였고 2007년 10월 남북정상선언1)이 채택되었다.    


2. 2008년 이명박 정부 등장과 통일·평화 정세


이명박 정부는 지난 10년간 유지해 온 화해와 협력, 평화번영이라는 기조에서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 6.15선언과 10.4 정상선언에 대한 실천 약속이 없자 북한은 사실상 ‘통미봉남’의 길로 들어가 대화를 중단하고 있으며,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이후 관광이 중단되고 민간교류도 중단되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의 중요 변수인 북핵문제는 단계적인 진전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대북관계도 국제적인 흐름 안에서 평화적인 기조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1) 북핵문제와 남북관계

 

○ 북핵문제의 현주소(2008, 김성배)

 

- 2002년 10월 2차 북핵위기 발생 후 관련국들은 6자회담을 탄생시키고 집중적인 협의를 통해 최초로 북한의 핵폐기 공약을 명시적으로 담은 9.19 공동성명을 도출한 바 있음.

 - 9.19 공동성명 직후 돌출한 BDA 금융제재 문제와 북한의 핵실험 강행으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조치인 2.13 합의 채택 ; 영변 핵시설 폐쇄·봉인과 BDA 금융제재 해제가 핵심

 - BDA 금융제재라는 난제를 푸는데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었지만 결국 핵폐기를 위한 2단계 조치를 담은 10.3 합의 도출 ; 북한의 핵신고 및 불능화 시한(07.12.31)과 관련국들의 상응조치 명기

 - 북한의 핵신고 시한을 넘겼지만 북미간 집중 협상으로(4.8 싱가포르 합의) UEP, 시리아 핵협력 문제를 우회적으로 돌파

 - 북한의 핵신고 및 미국의 적성국 교역법 배제 /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 통보(6.26)로 2단계 조치가 마무리 국면에 진입

 - 2차 북핵위기가 발생한지 거의 6년만에 9.19 공동성명에 명기된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 포기”를 위한 3단계 진입의 토대 마련

 - ARF(7.22-24)를 계기로 6자 외교장관 회동

○ 북핵문제와 남북관계(2008, 김근식)

 - 남북관계의 유지와 발전은 북핵문제 악화를 막아내는 안전판이면서 동시에 북핵문제 진전에 기여하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임.

 · 6자회담이 대결국면을 지속할 때는 그로 인한 한반도 긴장 고조를 완화시키고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남북관계였음.

 · 6자회담이 협상국면에 진입할 때에는 북한과 미국의 타협을 더욱 가능하게 하고 북한의 건설적 행동을 유도할 수 있었던 것도 남북관계임.

 · 2005년 6자회담이 장기공전되는 상황에서 이른바 6.17 면담을 성사시킴으로써 북한의 회담복귀를 이끌어냈음. 남북관계 진전이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동시에 6자회담 진전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동시병행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함.

- 경색된 남북관계는 북핵문제 해결과정에서 한국의 역할을 약화시키고 있음.

 ·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남북관계가 중단된 상황에서 한국의 입지는 축소될 수밖에 없음.

 · 남북관계 복원을 통해 한국 정부는 정세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함. 

2)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내용과 문제점, 과제(2008, 김근식)

○ 대북정책 방향 : 비핵, 개방, 3000

 - 비핵 : 북핵 폐기 우선, 북핵문제의 진전 없이 남북관계의 독자적인 진전은 사실상 불가능

 - 개방 :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요구하며 상호주의 강조

 - 3000 : 북한의 국민소득 3000불 달성 지원


○ 대북정책의 문제점

 -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은 ‘상호주의’ ‘북핵연계’ ‘인권개선’ ‘한미공조’ 등의 구호만 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없음.

 -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다’는 엄격한 상호주의 강조하며 인도적 지원마저 중단된 상태임.

 - 비핵화와 개방 정도에 맞춰 남북경제협력을 연계한다는 구상인데 결국 북한이 움직이지 않으면 이명박 정부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게 됨.

 

○ 대북정책 과제

 - 북핵상황 진전을 계기로 경색된 남북관계 복원에 나서야 함

 - 6.15 공동선언을 존중하고, 10.4 정상선언을 실천하겠다는 의지 표명

 - 금강산 관광객 사망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중단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복원해야 함.

 - 조건없이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과 비료 등을 지원해야 함.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10.4 남북정상선언을 이행해 나가야 함.   

 - 6자회의에서 한국의 적극적, 전향적 역할을 찾아야 함

 

3. 한국여성운동의 통일·평화운동 흐름


10년전만 해도 한국의 여성들은 통일에 대한 관심이 낮은 편이었다.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남북여성교류 활동을 통해 남한의 많은 보수층 여성들도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협력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직 통일운동내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높지 않지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내에서 30% 여성할당제가 제도화되어 있다.

또한 진보적인 여성운동을 중심으로 남북여성교류, 북한 여성 및 어린이 지원사업, 한반도 및 국제 평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 통일· 외교정책에 여성의 참여 확대, 평화교육 및 평화문화 확산 등 다각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위의 활동 이외에 통일운동에 여성주의 관점을 결합해서 차이에 대한 소통과 관용, 갈중중재 등 평화적 과정으로 통일을 이루어 나가는 구체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1) 남북여성교류활동2)


○ ‘아시아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1991년-1993년/동경, 서울, 평양, 동경에서 개최)

○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여성연대(1993- )

  - 정대협 주최 제 3차 종군위안부아시아연대회에 북한 참가(1995)

  -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여성인권에 관한 남·북·일 여성의 3자회담(1998)

  - 종군위안부 문제 남·북·일 토론회(평양, 2002)

○ 대북지원 여성교류와 인도적 지원을 통한 남북여성협력(1997년- )

  - 밥나누기 사랑나누기 운동 : 북한 어린이에게 분유 26톤 보냄(1997)

  - 북한 어린이 내복보내기 운동(2001)

  - 북녘 룡천돕기 모금운동(2004)

  - 북한 수재민 돕기 모금운동(2006)

○ 교류활동

  - 6.15 및 8.15 민족공동행사 시 남북여성상봉모임 및 토론회 개최(2001년-2008년)

  - 6·15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해외공동행사준비위원회 여성본부 결성

  - 2002 남북여성통일대회(금강산), 2005 남북여성통일행사(2005)

  - 남북여성대표자회의(2006년,2008년 / 금강산)


2) 평화만들기 활동


 ○ 반전평화운동 전개

  -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는 다양한 활동(2004-

  -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진상규명 및 대책활동(2002)

 ○ 평화교육, 평화문화 확산(수시로)

  - 갈등중재교육 강사양성 및 교육 확산

  - 평화교육 아카데미를 통한 평화교육 지도자 양성

  - 평화를 주제로 한 노래, 아동극 제작 및 순회공연

  

3) 통일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여성참여 확대 요구


 ○ 통일, 국방, 외교 관련 정부 위원회에 여성 50% 참여 요구

 ○ 통일부 산하 여성정책전담부서 설치 요구

 ○ 통일, 외교, 국방정책의 성별영향평가 실시 요구(유엔 안보리 1325조항 실천 요구)

  
4. 한국여성운동의 통일·평화 과제

 

지금까지 한국의 여성평화운동은 매우 다양하고 역동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여성 대중들이 통일, 평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 여성들은 여전히 통일, 평화에 대한 관심이 적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분쟁지역에서 여성들이 겪는 고통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가 분쟁지역 위험국가로 남아 있는 한 여성, 아이들의 평화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평화감수성이 높은 여성들이 적극 나서서 한반도 통일 및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1) 정부에게 6.15 남북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실천 촉구

 

 ○ 10.4 정상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공동행사 개최

 ○ ‘6.15 남북공동선언’ 기념일 제정

 

 2) 남북여성교류의 대중적 확산 및 남남, 남북 여성간의 통일문제 인식차이 해소 노력


 ○ 남북여성교류 정례화 및 여성 내 다양한 부문 간의 교류로 확대

 ○ 보수, 진보 층을 아우르는 여성평화토론회 등 활성화

  

 3) 통일, 국방, 외교정책 과정에서의 여성참여 확대 및 젠더관점 도입 요구


 ○ 유엔안보리 1325 조항을 현실화하기 위해 통일, 외교 정책 결정과정에 여성참여 확대

 ○  통일, 외교 정책에 대한 성별영향평가 실시


4) 동북아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여성연대 구축

 

 ○ 한반도 평화체제 실현의 중요성 여론화

 ○ 동북아여성평화실천 네트워크 구성


5) 지속적인 통일·평화교육, 평화문화 확산


 ○ 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통일, 평화 교재 개발 및 보급

 ○ 평화노래, 평화인형극 등 보급

 ○ 일상속의 평화를 위한 생활문화 개선 

 

6) 여성, 평화 NGO의 역할 확산과 역량 강화


 ○ 평화형성자로서 여성의 평화 역량 키우기

 ○ 평화, 통일문제 여성전문가 육성


맺는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동안 민간단체들의 노력으로 형성된 평화·통일의 기운이 다시 위기를 맞고 있지만, 국제적인 흐름은 북핵문제의 단계적 해결로 진행되고 있으므로 한반도 평화는 큰 틀에서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현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해서 6자회의 틀 내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6자회의에서 각국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 한반도 평화는 필수적 조건이다. 평화형성자로서 우리 여성들은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과 나아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김성배, ‘북핵문제 해결 전망과 남북관계’ , 민화협 정책토론회, 2008

김근식, ‘북핵문제 해결 전망과 남북관계’ , 민화협 정책토론회,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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