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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현장 -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해외 여성토론회 2014/05/06 (민화협 민족화해 통권 제68호)  
다시 남북 여성들이 만나다


여혜숙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2014년 3월 28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심양에서 ‘일본군성노예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해외 여성토론회’가 개최되었다. 2007년 서울에서 열린 제8차 아시아 연대회의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남북 여성들의 공식 만남이었다. 2013년 8월 말 중국 심양에서 실무대표자회의가 있은 후 그해 11월에 토론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여러 사정에 의해 미뤄지다 어렵게 성사 되었다.

우리는 1991년 ‘아시아의 평화와 여성의 역할’ 토론회로 남북 여성 교류가 시작되었듯 다시 이 기회를 통해 남북여성교류가 재개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되었다. 또한 이른 바 보수 혹은 진보로 분류되는 여성단체들이 한 주제로 함께 모였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필자는 민화협 여성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자격으로 진민자 위원장과 함께 대표단에 참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북여성교류뿐 아니라 대부분의 민간교류가 남북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형편이라 토론회를 준비하며 변화하는 정세에 마음 졸이기도 하고 남북여성교류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또한 오랜만에 개최되는 남·북·해외 여성 행사이기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았음에도,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참가자를 단체당 두 명 이내로 제한한 것과 신청한 대표가 통일부의 불허로 함께 가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그리고 제3국에서 만나야 하는 복잡함과 함께, 넉넉지 못한 민간단체들이 비용을 마련하느라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3국에서 북한과 북한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었던 새로운 경험을 주기도 했다. 분단과 통일의 문제는 동북아시아, 그리고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다시 생각게 한 시간이었다.

“훨훨 날아 고향으로 가고 싶어”

어쨌든 만남은 소중한 것이었다. 남측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를 단장으로 한 대표단 11명과 참관단 11명, 실무팀 3명으로 총 25명이 참여했고, 북측(단장 김명숙 조선민주녀성동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해외측(단장 안병옥 6·15공동선언실천 일본지역위원회 명예의장)은 각각 대표단 10명씩 참여했다.

남측에서도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참여했고, 북측에서도 20대부터 세대가 골고루 참여해 세대가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번에 처음 참여한 남측의 젊은 활동가는 “북한 사람들은 우리네 엄마시절의 사람 같다. 서로 말을 섞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또 북측 대표단이 무서운 줄 알았는데 유쾌하고 재미있는 분도 있다는 평이었다.

오랜만의 만남이었지만 같은 말을 사용한다는 것, 분단 전에 같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 같은 여성이라는 것, 통일에 대한 열망을 같이 갖고 있다는 것에서 마음은 금방 열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갖는 만남이라, 언론의 관심도 많았다. 북측 대표단은 많은 취재진의 모습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첫 만찬에서 필자는 옆에 앉은 북측 대표단에게 ‘얼마 전 있었던 3·8절(세계 여성의 날)은 어떻게 지냈는지’, ‘남성들에게 많이 대접받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식이야기나 생활 속의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었는데 낙지와 오징어를 남한과 반대로 부르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다.

토론회는 남·북·해외 측의 인사말 후 남측 대표단과 함께 온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되었다. 올해 87세인 길원옥 할머니는 평안북도 희천 태생이다. 13살이었던 1940년 고물장사를 하던 아버지가 감옥에 가게 되어 벌금 이십 원을 구하기 위해, 취직시켜 준다는 말을 믿고 만주 하얼빈으로 끌려가 위안부로 동원되었다.

그리고 “그러다 해방이 되어도 좋은 줄도 모르고, 이젠 살았다는 생각도 없고 그저 무의미하게, 너무 허무하고, 앞으로 살아갈 일들이 끔찍했다”고 증언하셨다. 이런 자리에 참여해 증언하는 것은 후세들에게 진실을 알게 하기 위함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일본정부로부터 한 마디라도 진실한 사과의 말을 듣고 싶다고 하셨다.

“무기를 사들이고 전쟁을 하면서 그것이 평화를 위하는 일이라 하지만 휴전선에 봄이 와야 진정한 새벽이다. 아~ 나비가 되어 날고 싶다. 훨훨 날아 고향으로 가고 싶다. 가시덤불을 걷어 내고 평화, 통일을 만들어 나가자.”

할머니가 증언하시는 내내 참석자들은 눈물지으며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어 세 가지 주제를 가지고 토론이 진행되었다. 첫 번째 주제는 과거 일제 식민지 범죄, 두 번째는 일본군성노예범죄, 세 번째는 최근 일본의 군국주의 동향이었다. 토론들을 모아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다음엔 우리 땅에서 만납시다”

일본이 과거 식민지통치하에서 일본군성노예로 20만 명의 여성을 비롯해 조선인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840만 명 이상을 강제 징병과 징용으로 피해를 준 사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무책임한 태도와 아베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되풀이되는 망언, 일본의 재무장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들을 모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일본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재일조선인에 대한 반인권적 행위와 이에 맞서 싸우며 지켜내려는 이들의 모습을 영상과 증언을 통해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후세들에게 역사를 바르게 교육시켜야 할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또한 남북 여성들이 평화의 기운을 가지고 더욱 연대해 나가야 한다는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2박 3일의 짧지만 꽉 찬 만남 뒤에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마지막으로 참여자 모두 둥글게 손을 잡고 ‘다시 만나요’를 부를 때는 여러 가지 착잡한 생각으로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공항으로 향하는 남측 대표단을 배웅하는 북·해외 대표단과 인사를 나누는 실무팀은 끝내 서로 포옹하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남북 여성이 만나 교류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의견을 치열하게 토론하기도 하고, 여성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협력하고 통일을 일구어 가는 일은 여전히 멀기만 한 일일까?

“다음엔 우리 땅에서 만납시다”라는 약속이 빈말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여성들이 통일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지속적으로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여성들의 평화감수성을 발휘해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더 많은 이들이 함께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민화협 여성위원회의 활동이 조금 더 활성화 되어야겠다는 반성도 하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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