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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

-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만남


정경란(동북아여성평화회의 코디네이터)


한반도에서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전쟁이 발생한 지 60년, 아직도 지속가능한 평화는 없다. 올해 천안함 사태는 한반도의 불안정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여성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10월 5일부터 7일까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과 여성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가 열렸다. 중국?러시아?미국?일본?한국 그리고 북아일랜드 여성이 참가했다.

 

2007년 처음 회의를 구상했을 때는 <여성6자회담>을 열 계획이었다. 당시 정부 차원의 6자회담에 여성은 보이지 않았다. 한반도의 평화와 운명을 결정할 협상테이블에 남성만이 보였다. 여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이 현실이 대안적인 여성6자회담을 구상하게 된 이유다.  ‘평화를만드는여성회’는 국회의원과 여성단체 대표로 구성된 <한국여성평화방문단>을 조직했다. “여성6자회담” 준비하기 위해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를 방문하고 남북 교류의 현장에서 북한 여성을 만났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에서 화해ㆍ협력ㆍ평화를 성취하기 위해서 평화협상과정에서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고 여성의 요구가 수용되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여성6자회담에 참여할 것을 요청했다. 또한 북한과 미국,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동북아 여성들이 활동하기를 촉구했다.

 

2008년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여성위원회’, ‘평화를만드는여성회’가 중심이 되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여성들과 함께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2008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서울에서 개최하였다. 중국?러시아?일본?미국?한국 여성 단체 및 국제여성단체 대표와 일본 및 한국 여성의원이 참가했다. 한국과 일본 의원의 대화, NGO 대표의 대화 모임을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확대했다. 참가자들은 동북아 지역에서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경험과 관점을 제시하였다. 더 나아가 이 지역에서 식민지 경험, 냉전 그리고 다른 사회체제에서 비롯된 상호 불신과 오해를 극복하기 위한 상호신뢰와 공동이해를 모색했다.

 

2009년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회‘는 미국 워싱턴에서 “동북아시아의 평화ㆍ화해ㆍ협력을 위하여”라는 주제로 조지워싱턴대학 아시아문제시거센터(The Sigur Center for Asian Studies)와 공동으로 ’2009 동북아여성평화회‘를 개최하였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한국?영국 여성들이 행사에 참가했다. 한명숙 대한민국 전직 총리와 멀란 버비어 미국 국제문제여성대사가 기조 발표했다. 참가자들이 미국정부와 의회에 보내는 제안서를 작성해 의회와 국무부를 방문하였다. 북핵문제와 한반도평화협정 등을 포괄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청하고, 나아가 평화형성 및 해외원조 과정에서 여성들의 역할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성킴 미국 6자회담 특별대사와 필립 골드버그 북한 제재대사를 만나 한반도 문제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나누었다. 이 행사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형성과정에서 여성의 참여와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여성 외교의 활성화 뿐 만 아니라 민간(여성)과 정부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① 공개 심포지엄 ② 전략회의-한반도 평화체제 형성과 여성의 역할 모색 ③ 동북아시아 여성 교류 및 네트워크 강화 ④ 국회 및 미국 대사관 방문  ⑤ 남북 분단의 현장 DMZ 방문으로 구성되었다. 

 

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의 목표와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6자회담 참가국 여성을 초청해 여성네트워크를 강화했다. 행사를 계속할수록 외국 여성들을 초청하는 일이 쉽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에 평화, 안보 영역을 다루는 여성단체들이 별로 없고, 미국의 여성평화단체는  동북아지역과 관련하여 관심이 적고, 일본 단체는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많았으나 북한과 연대하는 문제에 부담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한 전문가와 정책결정자 들 중에서 여성이 적다. 만약 관심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인 고려에 따라 참가를 주저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여성단체 활동가, 학자, 국제단체 대표, 정부 관료 등 다양한 영역의 여성들을 초청하여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여성들의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둘째, 동북아 평화를 위한 여성들의 공동방안을 모색했다. 각국 대표들은 논의를 통해 6자회담 참가국에게 드리는 제안서를 채택했다. 천안함 사태이후 한반도 불안정을 우려하며 군사훈련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대화와 협력 추진 및 6자회담 개최, 한반도 비핵화 실현?한반도 평화포럼 구성 ?북미?북일 정상화를 포함한 9.19 성명 이행 및 정전협정의 한반도평화포럼으로 전환을 위한 조치를 취할 것 △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325’ 이행 △6자회담을 위한 여성협의회 추진 △북한 지원 프로그램에 여성 직원 30%를 충원할 것을 요청하였다.

 

셋째, 각국 대표들이 합의한 제안서를 6자회담 참가국에 전달하고 여성과 정부 사이의 협력을 추진하고자 했다. 한반도 전쟁의 종식과 평화 성립은 정부 사이 평화협정 체결 뿐 만 아니라 남북 주민이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한반도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조성하기 위해 민간과 정부의 활동이 긍정적으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해 여성들이 6자회담 참가 정부들과 협력을 모색하고자 했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 대표들은 대사관을 방문해 각국의 한반도 정책을 듣고 평화회의에서 논의한 여성들의 정책제안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천안함 사태이후 한국?미국?일본 대 북한?중국?러시아 정부가 대립하는 민감한 시점이어서 대사관 방문이 쉽지 않았다. 또한 여성들이 각국 정부와 대화하는 통로가 없어서 여러 노력을 기울였으나 효과는 별로 없었다. 미 대사관을 방문하고 한국 국회의원과 면담했다.

 

넷째, 여성?평화?안보에 관한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325 이행을 촉구하였다.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와 안보 관련 정책결정자의 대다수는 남성이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평화와 안보의 유지, 촉진을 위한 모든 노력에 여성들의 동등한 참여와 완전한 개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UN안보리 결의안 1325를 실현하기 위해 동북아 국가들의 인식을 전환하는데 기여하고자 했다.

 

다섯째, 여성 글로벌 리더십 향상에 기여하고자 했다. 여성단체, 국제기구, 정부관계자, 평화협상 참가자들과 만나고 공개토론회 개최, 국회 및 대사관 방문, 전략회의, 현장방문 등을 통해 소통능력의 향상, 국제현안에 대한 전문성과 식견 확대, 국제행사 조직능력 배양 등 국제적 리더로서 자질을 높인다. 여성들이 평화협상의 소극적 구경꾼이 아니라 적극적 참가자로서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했다.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만난 적도 별로 없는 동북아 각국 여성들이 모여 협의하고 공동의 제안서를 만들어 정부에게 로비하는 일은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DMZ 방문이 참가자 전원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오두산 전망대, 임진각, 도라산 전망대, 철조망, 민통선, 통일촌, 개성에서 나오는 남한 차, 도라산 역의 평양으로 향하는 철길, 대인지뢰 피해자……. DMZ의 철사가 우리의 몸을 감고 있는 듯 이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임진각에서 6자회담 참가국에 드리는 제안서를 낭독할 때 참가자들은 그 열망을 목소리에 실었다.

 

동북아여성평화회의는 아직까지 북한 여성이 참여하지 않는 미완의 여성6자회담이다. 북한의 부재는 현재 남북관계와 한반도의 불안정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성들은 뚜렷한 목표와 큰 꿈을 가지고 동북아여성평화회의를 3회째 개최했다.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도 많은 분들의 도움과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추진위원회의 의지가 회의를 지속할 수 있는 이유였다.

 

한국 여성의 지위는 지극히 낮다. 10월 12일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0년도 성 격차 지수’는 남성에 대비한 여성의 지위를 잘 보여 준다. 한국은 세계 134개국에서 104위다. 정치 분야에서 순위는 86위다.

평화와 안보영역에서 여성의 지위는 더욱 낮다. 분쟁 상황이 남녀에게 미치는 영향은 다르다. 분쟁상황과 군사문화가 성매매를 부추긴다. 한반도에서 열전은 없지만 냉전이 지속되면서 군사주의가 만연한 것이다. 한반도 분단은 동북아 분단으로 연결되어 ‘적’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고 군사비 지출을 증가하며 군사훈련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군비지출은 55%나 증가하였다. 동북아지역의 군사비를 남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경제적 지원, 교육, 의료, 심리적 안정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

 

최근의 여성평화운동은 여성을 분쟁의 피해자로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분쟁해결의 당사자로서 이해한다. 국제사회에서 갈등해결과 평화과정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와 적극적인 개입을 주창하는 활동이 유엔을 중심으로 강화되어 왔다. 특히 유엔은 2000년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한 결의안 1325호를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진해왔다. 유엔 조직이 이행해야할 행동계획을 작성하고 유엔과 각국 정부가 1325를 이행하는 것을 평가하기 위해 주요 지표를 작성하였다. 이 지표는 분쟁지역에서 국제여성평화운동이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 준다. 3P와 R&R이다. 첫째, 분쟁이 남녀에게 다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분쟁 예방 활동과 전략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주류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Prevention).  둘째, 정책 결정에서 여성의 대표성과 평화과정에서 여성의 동등한 참여를 촉진한다(Participation). 셋째, 여성과 여아의 인권, 신체적 훼손을 막고 경제안보를 보장한다. 또한 법률적 제도적 개혁에서 성인지적 관점을 주류화한다 (Protection). 넷째, 모든 구호회복 활동에서 여성의 동등한 접근을 보장한다. (Relief & Recovery).

 

또한 개별 국가차원에서는 1325 이행을 위한 국가행동계획(National Action Plan)을 작성해서 이행하고 있다. 현재 필리핀을 포함해 23개국 정부가 국가행동계획을 작성하였다. 한국정부는 2000년 유엔안보리 결의안 1325를 지지하는 그룹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재 1325 이행을 위한 활동을 찾아보기 어렵다.

 

한반도와 같은 분쟁지역에서 평화과정에서 여성참여는 지극히 중요하다. 평화과정에서 여성들이 어떻게 참여하느냐에 따라 분쟁 후 여성의 지위가 크게 달라질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 민간, 남북 정부, 국제사회의 협조라는 삼위일체 속에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남북한 주민과 정부가 평화를 향한 강력한 의지가 있을 때 현실화할 것이다. 한반도 절반인 여성들이 한반도 평화과정에 참여하지 않는 한 지속가능한 평화는 불가능하고 평화 없이 여성의 발전은 없다.

 

아직 많은 어려움이 우리 앞에 있다. “평화가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We believe peace is coming!)”라는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참가자들의 외침이 떠오른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미래를 희망하는 모습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 민족화해 통권 제47호(2010년 11월 12일)에 기고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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