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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천성산 도롱뇽이 주는 교훈’,  ‘천성산 환경 논쟁의 허무한 종말…도롱뇽은 알고 있었다’,

‘지율 스님은 천성산 도롱뇽 알 보고 무슨 생각할까’  이 글은 지난 3월 10일 전후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기사와 사설의 제목이다.


글마다 조금씩 강조하는 바는 다르지만 대강의 내용은,  KTX가 개통된 뒤에도 천성산 습지에 도롱뇽이 살고 있고 환경단체와 지율 스님이 KTX가 지나면 생태계가 파괴될 것이라며  공사를 방해해왔지만, 결과는 우려했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비과학적?무조건적 반대운동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국민’이라며 그간 국책사업들의 사례를 들어 환경단체가 환경문제를 제기했지만 세계 1등 공항이 되기도 하고 연간 수십억의 당기순이익을 내기도 하는 사업이 됐다면서 ‘개발은 악이고 환경은 선이라는 구시대적 환경이념에서 벗어나야한다’는 교수의 의견을 빌어 환경운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기사들에 대해 지율스님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천지에 널려있던 도롱뇽 알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누구일까?"라며 갈등 당시 법정에서 ”도롱뇽을 본 일 없다던 박사님과 도롱뇽 알은 없는 죽은 산이라던 사업단 단장은 어떻게 됐느냐“고 묻고 있다.


사회적 갈등을 얘기하면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4대강 사업을 꼽지만, 그 전에는 ‘천성산’이라고 대답할 만큼 KTX 천성산 구간 공사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나라 사회 갈등의 대명사가 된 사건이다. 지율스님이 4차례에 걸쳐 200일 단식을 하기도 했고, 단식이나 공동조사 등의 이유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고 또 조선일보는 공사 중단 기간과 직접적 손실액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한 때문에 정정보도문을 싣기도 했다. 한마디로 오랜 기간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섰던 사례이다.


언론의 사설은 정도나 표현이 다르긴 하지만 아주 단순화시키면 “그것 봐라, 니(지율스님이거나 환경단체)가 말한 것이 틀렸지. 이렇게 도롱뇽이 살고 있잖아” 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걸 문제삼아서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세금도 낭비한 책임을 묻고 있다.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정부 정책에 다른 의견을 갖거나 주장하는 것은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라는 명료한 결론을 보는 것 같았다. 천성산 구간의 터널공사를 둘러싼 갈등은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종결되었는지 모르지만, 우리 사회가 이 갈등으로부터 배운 것이 전혀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사에 대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것이 내 의도는 아니다. 단지 이 기사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갈등에 대한 기본적 인식이 달라져야 갈등을 제대로 풀 수 있겠구나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한 방향만 보고 사는 것이 아닌 이상 갈등은 늘 있다. 갈등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항상 발생하는 갈등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인데, 신문의 보도는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떠한 문제도 완전하게 옳고 그르다고 할 수도 없고 명백하지도 않다. 오히려 다양한 인식과 관점 그리고 주장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부 정책과 의견이 다르다는 것 자체가 백안시되어선 곤란하다.


실제로 천성산 터널 공사를 둘러싼 갈등에서 주목해야하는 것은 양자가 서로의 의견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한 테이블에서 대화를 시작한 것이 언제인가 하는 점이다. 공사가 시작될 때부터 문제가 있다고 의견이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사업시행자(정부)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다. 양자가 대화를 시작한 것은 공사를 시작한지 3년이 지나서였다. 지율스님의 네 차례 단식 끝에 양자가 이견이 있는 부분에 대해 환경영향공동조사를 하기로 했고, 공동조사단은 환경영향조사를 해서 합의에 의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조사기록 일체를 소송 진행 중인 대법원에 제출하여 재판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실제 조사 결과 모든 쟁점이 합의에 이르진 못했지만, 이 갈등 상황은 종료되고 사업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공동조사를 합의하고 마무리하는데 소요된 기간은 1년이었다. 이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대의 목소리에 대해 “어디 그럼 한번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찾아봅시다”라는 결론에 이르는데 3년이 걸린 것이다. 지율스님이 반대해서 시간이 지연되었다고 하는 것보다 ‘갈등을 협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소요된 시간이 3년’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서로 공동조사 결과 이견이 없어서 갈등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수용하기로 한 결론에 따른 것이다.


천성산 도롱뇽 알을 발견한 것을 반가워하고, 우리가 도롱뇽의 존재를 놓고 얼마나 치열하게 대립했고 어떻게 해결했고 아직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 다루는 보도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보도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언론이 갈등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고, 보도에 이어 발생한 일본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접하면서 우리 사회가 원자력발전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 새로운 숙제를 안았다는 생각이 든다.

 

글: 김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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