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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베이징에서 닻 오른 '민간 6자회담'

[기고] 서울 도쿄 상하이 등 10개 도시 회의에 평양 대표단 첫 참가

 

                                                                                                       /정경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정책위원장

 

*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기사입력 2011-04-03 오후 1:34:00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40110403122441&section=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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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3월 29~30일 중국 베이징에서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쉽'(Global Partnership for the Prevention of Armed Conflict: GPPAC) 동북아시아 지역모임이 있었다.

    서울, 평양, 도쿄, 교토, 베이징, 상하이, 홍콩, 타이베이, 블라디보스톡, 울란바토르 10개 도시의 대표들이 모여 동북아시아의 무장 갈등 예방과 평화 형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논의했다.

    남북 관계가 악화되어 있고, 동북아시아에 긴장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사이에 대립을 넘어서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이번 행사의 백미는 평양 대표단이 참가했다는 점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무엇보다 일본의 평화 운동 단체 '피스보트'의 노력이 컸다.

    ▲ 일본 평화운동 단체 '피스보트' 홈페이지. 지진 구호 활동과 평화 운동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2003년 10월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당시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파트너쉽' 동아시아 지역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회의가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열렸다. 코피 아난 당시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장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시민사회가 적극적인 활동을 해줄 것을 요청해와 이에 호응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그 회의에서 필자는 처음으로 일본 피스보트의 요시오카 대표를 만났다. 그 모임에서 요시오카는 그 특유의 추진력으로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GPPAC 동북아와 GPPAC 동남아를 독자적으로 구성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나 역시 그의 주장에 동의해 이 모임에서 GPPAC 동북아 네트워크 구성이 결정되었다.

    2004년 한국에서 GPPAC 한국위원회를 만들고, 일본 피스보트가 동북아시아 각국을 방문하면서 GPPAC 동북아는 점차 현실화했다. GPPAC 동북아 네트워크의 특징은 국가별 네트워크가 아니라 도시별 네트워크라는 점이다.

    피스보트가 동북아 각국을 방문하면서 중국/대만/홍콩 문제, 남북한의 문제에 주목하면서 국가별이 아니라 도시를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다양한 의견을 드러내고 모을 수 있는 틀로서 GPPAC 동북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절묘한 안이었다. 중국의 '하나의 중국정책',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갖고 싶어 하는 대만, 홍콩의 독자적인 경험을 고려하며, 남북한의 대립을 염두에 두고 도시 중심의 네트워크를 시작한 것이다.

    2005년 2월 평양 대표단 없이 9개 도시의 대표단이 모여 '갈등, 분쟁 예방을 위한 동북아 지역회의'가 도쿄에서 개최되었다. 이후 거의 매년 GPPAC 동북아지역회의가 열리고 있다. 지역회의가 열릴 때마다 지역사무국인 피스보트는 평양의 참석을 요청해왔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피스보트는 지속적으로 평양 측에 요청해 마침내 이번 행사에서 성사된 것이다. 평양이 참가함으로써 GPPAC 동북아에서 오랫동안 추진해온 '민간 6자회담'이 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피스보트의 헌신적인 활동

    또한 비상 상황에도 이 행사를 조직한 피스보트의 헌신이 인상적이었다. GPPAC 동북아 사무국인 피스보트는 행사가 있기 전 일어난 일본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피해 구호활동으로 바빴다.

    일본 내에서 자연재해 및 방사능 피해자를 돕기 위한 비상 활동에 들어간 피스보트가 GPPAC 동북아 행사를 개최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기도 했다. 그러나 피스보트는 이 비상상황에도 GPPAC 행사를 베이징에서 진행했다. 비상상황에도 국내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적인 틀과 헌신이 돋보였다.

    일본인 참가자들을 보며 무엇보다 가슴 아픈 점은 핵무기 반대와 핵발전소를 반대하며 핵발전소의 피해를 예방할 것을 수십 년 동안 주장해왔던 일본 활동가들이 당하고 있는 잔혹한 현실이었다.

    1945년 핵폭탄의 열에 탄 인간의 모습을 기억하며 핵의 위협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핵발전소의 피해자가 되는 보통 일본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핵무기 폐기뿐만 아니라 핵발전소 문제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핵발전소 문제는 일본 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중국, 대만 그리고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주장하는 북한의 문제이기도 하다. 동북아시아의 에너지 문제에 대한 장기적이며 대안적인 모색이 부각되고 있다.

    진정성이란?

    요시오카 대표가 피스보트를 시작한 계기는 대학 시절 정신대 문제 등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저지른 악행을 알게 되면서부터라고 했다.

    회의 기간 중에 한 일본 참석자는 영토분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행사를 한국, 중국, 러시아 등 동북아 모든 국가에서 열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열 수 없다고 했다. 현재 동북아시아에서 영토분쟁의 원인을 일본에서 제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원인을 제공한 일본인으로서 회의 중에 사죄를 했다.

    선조들이 저지른 죄에 깊이 참회하며, 히로시마 피폭민들이 당했던 고통을 인식하고, 양심에 따라 과거사와 냉전으로 얼룩진 지역/국가 간 불신을 넘어서 평화적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하고자 인내를 가지고 실천하는 일본인을 보면서 나는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돌이켜 보게 된다.

    피스보트에는 수많은 화려한 수사가 아니라 현장과 현장을 누비며, 사람들을 열린 마음으로 만나 이야기를 듣고, 지원이 필요한 곳에 달려가는 활동력이 있다.

    피스보트를 보며 중국 우화에서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한 노인이 자기 집 앞을 가로막은 산을 옮기려고 시도하자 어리석은 자로 불리게 되지만 노인은 인내심을 갖고 매일매일 굳은 결심으로 조금씩 파서 결국 산을 옮기고 만다는 이야기이다. 노인은 산을 옮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인내와 의지를 갖고 우직하게 흙을 나르는 실천을 했다.

    GPPAC 동북아 네트워크에 북한 참가는 그 의지와 인내가 우리의 희망임을 깨닫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남북 사이에 우리가 원하는 진정성은 무엇일까? 남북 분단의 쓰라린 현실을 인식하며 '진정성' 운운하며 대화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남북 사이에 화해와 평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갖고 신뢰를 쌓으며, 한반도 평화체제와 비핵화를 위해 인내와 의지를 갖고 우직하게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이제 GPPAC 동북아는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다. 민간 차원에서 분쟁 당사자들이 모두 모였다. 이제 귀를 열고 마음을 모아 서로에게 위협이 아닌 희망을 주는 파트너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만나야할 것이다. 동북아시아의 무장 갈등 예방을 넘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체제 형성을 위한 민간의 역할을 기대해본다.
     
     
    *필자의 " 민간6자회담"에 대한 글은 <평화자료실>에 있는 "국제연대"란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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