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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그들의 싸움이 아닌 우리의 싸움이라 느끼면서 

                  최민정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활동가)

 

 

 

나는 평화를만드는여성회에 들어 간지 5개월이 되어가는 신입 활동가이다. 줄곧 사회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동안의 참여는 강연이나 모임에 참석하는 정도였으며, 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공부하거나 실질적인 운동에 참여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 ‘2012 강정마을 생명평화활동가대회’의 참여는 긴 이름만큼이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내가 소속된 단체가 이 행사의 준비위원회로서 지속적으로 참여해왔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내가 이 대회의 준비위원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하는 사전회의에서조차 발언하기가 쉽지 않았고, 이는 제주해군기지건설에 대한 나의 입장이 확실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여서 더욱 그러했다. 내가 이 대회에 참여해도 되는지, 참여한다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제주해군기지건설문제가 뜨거운 이슈이고 갈수록 갈등이 커지는 안건에 대해 나의 입장을 정리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회에 대한 부담감과 제주도에 처음 간다는 설렘을 안고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를 탑승했다. 대회시작시간에 맞춰 여유롭게 비행기를 탑승하였지만 기상악화로 착륙이 지연되면서 조금 늦게 제주대학연수원에 도착하였다.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 착륙 지연으로 늦어져 <간담회1: 정세와 전망 및 모둠별 토론>이 예정보다 늦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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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1>을 통해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다양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다. 특히, 오혜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 선생님의 해군기지건설 저지운동 현황과 대응전략을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의 말씀을 통해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둘러싼 쟁점과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사실적인 근거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이러한 내용을 이제야 안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리고 활동가인 나도 이런 내용을 이 대회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자세히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일반인들은 더욱 정보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는 인터넷 검색으로는 이 사안을 반대하는 법적인 이유 등 설득력 있는 사실근거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인터넷에 이미 올라와 있는 자료일지라도 일반인이 직접 찾아보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많은 정보들에 밀려 중요한 정보만을 선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언론이 부각시킨 면만 공유하고 있으며, 논리적인 소통이 아닌 감정적, 이념적인 논쟁만을 온라인상에서 반복하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이 대회에서 들은 풍부한 내용들이 바깥으로 전해졌다면 소모적인 논쟁이 아닌 실질적인 논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앞으로 더욱 객관적인 사실과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영덕 (제주환경운동연합 대표) 선생님의 강의와 강정주민의 말씀을 들으면서도 깨닫게 된 사실이 많았다. 강정마을은 축복받은 마을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바다가 있고 뒤로는 산이 있어 물이 풍부하고, 토지가 비옥하여 과실이 풍부하게 맺히며,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마을! 제주도민들도 부러워하는 땅인 강정마을! 아는 사람만 알던 작은 마을이 갑자기 소용돌이 속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환경이라는 점을 미뤄두고서라도 자신들이 평생을 살아왔고 일궈왔던 곳을 내놓으면서 충분한 설명도 듣지 못하고, 자신들의 터전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할 해군기지건설로 망가뜨리고 있다는 점에 분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분들은 어려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땅이라서 안 된다’는 일방적인 요구도 아니었다. 단지 왜 우리 땅이어야 하는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싶어 했고, 타당한 검증 과정과 적법절차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는 매우 일반적인 요구인데, 이를 일방적인 요구로 치부하며 언론을 통해 왜곡되게 부각시키고 있는 점에 분통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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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제주포럼이 열리는 프레스센터 앞에서 제주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였다. 정당하게 집회신고까지 한 기자회견이었지만 경찰이 배치되어 긴장감이 고조되었었다. 그리고 오후에 미사를 드리다가 한 분이 나서서 공사장으로 향하는 레미콘 앞에서 절을 하기 시작하셨다. 한분이 두 분이 되고, 두 분이 열 댓 명이 되어 레미콘 앞에서 백배를 올리는 엄숙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공사장에 진입해야 하는 차량들이 멈춰져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경찰들이 이 상황을 알리는 무전을 하기 시작하였고, 방패막을 든 경찰들이 차량 옆에 배열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경찰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무전을 통해 ‘이러한 상황이 몇 십분 지속된다면 진압한다’고 하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시위는 이처럼 조용하게 이루어지는데 시위 주변은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이 기이하게 여겨졌다. 그 후 미사를 드리던 신부님들이 절을 하시는 분들을 다독여 차량 옆으로 데리고 나오셨다. 이 과정에서 한 신부님이 눈물을 흘리셨고 그 눈물이 내 마음에도 작은 파도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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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한 일정에 강정마을을 충분히 돌아 볼 수는 없었지만 아침식사를 하루 거르고 그 시간에 강천교 옆 숲길을 걸어 강정바다를 보러 갔었다. 서울토박이인 내가 본 바다는 해변 뒤로 보이는 바다가 전부였는데, 강정의 바다는 천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바다로 대자연의 신비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숲길도 자연 그대로를 느낄 수 있을 만큼 초록이 푸르렀다. 숲길에서 어제는 우리의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배열하고 서있었을지 모르는 경찰들이 사진을 찍으며 ‘어떻게 찍어도 화보다’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분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을 느끼는 분들이라는 사실에 안도감과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꼈다. 강정에 와서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막연하게라도 아름다운 이곳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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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릴 시간이 부족하여 여러 활동가분들과 친해지지 못해 아쉬웠지만 강정지킴이들의 얘기를 들으며 그들의 열정을 보고, 제주해군기지건설 반대 운동의 쟁점과 이유, 상황에 대해 듣고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글을 마무리 지으면서 강동균 강정마을 마을회장님이 하신 말씀을 전해드리며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하고 싶다. 강정마을 싸움은 나라전체를 위한 싸움이며 민의, 풀뿌리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운동이다.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고민해야하며, 국책사업은 민의가 반영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앞으로도 싸울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은 결국 우리가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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