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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혼사는 장사꾼 소관?

2010.05.28 12:39

평화여성회 조회 수:7260

 

혼사는 장사꾼 소관?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편집장)


얼마 전 딸아이 혼사를 치렀다. 저마다 바쁘고 어려운 형편에도 결혼식에 참석해준 이들, 축의금을 넉넉히 건네준 이들에게 인사를 차릴 틈도 아직 내지 못한 형편이다.

그런 중에라도 한마디쯤 누군가에게 건네고 싶은 경험담을 이 자리를 빌려 털어놓아야겠다. 자식 혼사 치른 이들이라면 누구나 겪었음직한 얘기지만 그 속내를 한 꺼풀 쯤 벗겨보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우리네 결혼은 당사자들이 먼저 사귀고 집안에 인사를 시킨 후 진행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당사자만의 행사가 아니다. 집안끼리 차려야할 의례, 법식이 상당하다.

그 가운데는 ‘전통’이라는 이름은 붙었지만 그다지 전통적이지도 않은 여러 절차와 습속이 남아있다. 단순히 전통이 남아 있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하게 점점 더 살을 붙여가며 혼사를 부담스럽게 만들어간다.

그 중에서도 당사자들끼리 진행하는 웨딩촬영이라는 신풍습 등 복잡한 절차는 결혼이벤트라는 신종직업군의 등장으로 굳이 부모들이 나서지 않고 진행되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자. 그들에게 이끌려 다니며 야근을 밥 먹듯 하는 직장 일에 파김치가 된 채 참 고단한 준비 강행군을 치르는 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안쓰럽기도 하고 구세대 부모로서 그런 걸 꼭 해야 하나 싶은 의아함도 샘솟는다.

그나마 저희들 쓸 집장만과 혼수품 마련은 둘이 알아서 했다니 부모 품 덜 팔아 고맙고 부담 덜어준 자식들이 대견하다.

어떻든 양가부모 상견례로 시작된 집안끼리의 절차부터 따져보자. 약혼식을 별도로 거창하게 하는 집안들도 있다지만 다행히 사돈(실상은 어원상으로 보자면 표준어에서 탈락한 ‘사둔’이 맞는 말임)집에서도 허례허식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우리는 생략했다. 폐백도 생략하자, 함도 신랑 혼자 들려 보낸다는 등등 신부 집에 적잖은 배려를 해주는 사돈 덕에 그래도 수월하게 준비한 것이라니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나 신랑`신부 어머니들끼리 만나 같은 집에서 세트로 한복을 맞추는데 그게 서로가 서로에게 해주는 것이라 한다. 결국 제돈 내고 제 옷 해 입는 것과 다를 바는 없지만 형식이 그렇다고 한다.

그 다음엔 신부 집에서 예단을 보내야 하는데 요즘은 신랑 부모님 이부자리 한 채에 반상기세트(은수저 포함) 외에는 모두 현금으로 주고받는 게 일반적이라 한다. 현물 예단의 수준도 가늠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현금 규모가 얼마가 적정선인지에도 단일한 답은 없다.

집을 산 것인지, 전세인지 혹은 집을 장만하는 데 신부 쪽에서 얼마나 보태줬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지만 상대편 집안에도 맞춰줘야 한단다. 상대편 집안의 형편과 사회적 지위에 맞추다 보면 결국 ‘계급’의 문제가 대두된다.

대체로 엇비슷한 계급`계층끼리 만나면 기대에 크게 어긋나지 않도록 편안한 수준이 정해지겠지만 돈 쓰는 일에 지극히 서툰 가난한 부모 입장에서는 적정선을 알아채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이럴 때 주변에서 충고하는 이들은 말한다. ‘장사꾼들에게 맡기라’고. 그들이 시절 풍속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고민하지 않고 할 수 있는 이들은 별반 없을 듯하다. 혼수시장에서 웬만한 것은 입만 떼면 백만 원 단위고 예단비라는 것은 중산층 기준 1천만 원부터 5천만 원까지 이른다니 평소 씀씀이로 보자면 가슴 콱 막히는 수준이다.

그런데 또 재미있는 일이 남았다. 신랑 집에서 결혼식 일주일 전 쯤 신부 집으로 보내는 함에 간소한 패물과 함께 함 값이 들어있다. 예단비에 비례해서 50~70% 수준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한다.

번잡하게 주고받는 그 형식놀음에 헛웃음이 나온다. 그렇다고 자식 혼사에 괜한 잡음 만들기 싫다는 평범한 에미 심정에 그저 시류를 따라 간다.

그 다음엔 이바지 음식이라는 게 있다. 이게 또 꽤 웃긴다. 본래는 결혼하고 친정에 머물던 딸이 시집으로 들어가는 날 조상의 사당에 참배하고 모인 친척들과 나눠 먹으라고 보내는, 근본은 제사음식이다. 폐백도 본래는 결혼식 날이 아니라 신부가 시집에 처음 가는 이날 사당에 참배한 후 살아있는 조상들에게 순서대로 인사하는 절차다. 시절 형편상 뚝딱 순서가 바뀐 것이다.

그런데 이즈음은 대부분의 신부가 시집에 들어가 사는 것도 아니고 그 전에 친정에 오래 머무는 것도 아닌데다 참배할 사당이 남은 집도 거의 없다. 친척들도 이미 결혼식 날 다 모여 신부 얼굴은 봐둔 터이니 바쁜 도시 생활에 다시 모일 리도 없다.

결국 신랑 집 친척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결혼식 당일, 혹은 전날 이바지음식이 전해진다. 흔적만 남은 이바지음식 풍습이 웃기기는 하지만 그나마 날짜를 조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 이바지음식도 본래는 떡과 과일, 술이 기본이다. 그러나 요즘은 전문적으로 하는 집에 미리 맞춰두고 시간 맞춰 배달을 시킨다. 결혼식 당일에 배달을 받게라도 되면 시부모는 아들 결혼식 끝나자마자 서둘러 이바지음식 받으러 집으로 내달려야하는 코믹한 상황도 벌어진다.

그렇게 전문적인 상업 서비스를 받다보니 상인들이 풍습을 이끌어간다. 갈비세트가 들어가고 손님접대에 유용한 전이 푸짐하고 다양하게 들어간다. 한과도 들어간다.

이럴 때 딸 결혼시키는 엄마 심정은 “그래, 좋은 게 좋은 거다”라고 한 인심 쓰지만 그 액수가 또 만만치 않다. 그러다보면 결혼이 자식을 위한 것인지, 장사하는 이들을 위한 것인지 헛갈리기 시작한다.

지금 우리네 삶이 다 이렇게 혼돈 속을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선천과 후천이 바뀌는 혼돈의 시절에 ‘마고’가 태어났다고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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