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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글쓰기

선·후배 관계

2010.06.24 14:42

평화여성회 조회 수:9587

 

선·후배 관계

 

                                                                   홍승희(평화여성회 웹진 편집장)

 


최근 386세대 언저리의 두 그룹에서 선배와 후배 사이에 똑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재미있는 경험을 했다.

평소 매우 친하게 지내는 선·후배가 즐겁게 술자리를 하던 차였다. 선배는 평소의 어투대로 후배의 행동에 비평을 던졌으나 이미 40줄에 들어선 후배는 평소와 달리 발끈하며 선배에게 불만을 퍼부었다. 동석했던 다른 이들은 모두 머쓱해져 끼어들 생각조차 하기 어려웠다.

 

실상 비평을 던진 내용이야 별스러울 게 없었다. 그런데 후배는 자신도 이제 그런 충고를 들을 나이는 아니라며 선배가 세월 흐른 것을 잊고 예전처럼 타이르려 한다고 반발한 것이다. 나름대로는 후배를 염려해 던진 한마디에 후배가 언성을 높여가며 반발하자 양쪽 선배 모두 매우 당혹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을 보였다. 실상 두 술자리의 선`후배들이라 해봐야 나이 차이 불과 두세 살이니 그들의 사회적 경험의 차이가 그리 클 리도 없건만 선배 눈에는 후배는 그저 늘 어리게만 보인게다.

이런 두 그룹의 선`후배 간 충돌을 보면서 지난 시절의 ‘한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라던 술자리 농담 섞인 모토를 떠올리며 변해가는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도 되고 별 생각 없이 습관처럼 행해온 나의 행동 하나하나를 되짚어보는 성찰이 불가피해졌다. 문득 형제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 속에도, 혹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 발생하는 갈등에서도 이런 모습들이 발견된다는 사실을 떠올리게도 된다.

 

부모나 손위 형제들은 종종 자신이 나이 든 것은 깨달으면서도 자식이나 동생 또한 나이 들어간다는 것을 잊기 쉽다. 그러나 서른 넘고 마흔 넘은 자식이나 동생은 이미 사회의 중핵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마땅히 다른 자리에서는 그에 따른 대접을 받는 그들이 어린 시절의 기억에 머물며 자신에게 날 넘는 충고를 하니 얼마나 불편하겠는가 말이다.

역동성을 생명으로 하는 사회적 자리나 역할은 서서히 젊은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위치로 물러나자 생각은 했으면서도 막상 걱정과 염려는 내려놓지 못해 충고랍시고 주제 넘는 참견을 하고 있었을 스스로의 모습을 되짚는 과정은 그다지 편치 않다.

 

따지고 보면 세상 숱한 일들 속에도 과한 걱정과 염려로 앙앙불락하는 일이 좀 많은가. 남의 시야와 판단을 못 믿어 가르치고 싶어 안달하고 있지는 않은가.

 

지난 지자체 선거 결과를 보면서 스스로 대중의 인지를 너무 얕잡아 봤다는 반성을 하는 이도 보았다. 그러면서도 자꾸 대중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오만에 빠진다는 자기비판도 곁들였다.

 

TV드라마에서 보여주는 우리 사회의 어머니들은 자식의 뜻을 꺾기 위해 늘 악을 쓰는 모습이다. 그들의 주장은 한결 같다. 자식이 행복하지 않다는 데도 ‘그게 다 너를 위해서’란다. 후배의 성장을 잊은 선배의 지나친 염려나 진배없는, 요즘 아이들 식으로 표현하자면 ‘오버하는’ 모습일 뿐이다.

 

그런 모습이 혹시 내 안에 혹은 우리 안에 넘치는 것은 아닌가 싶어 나부터 되돌아보기를 거듭해야 할 듯하다. 개인사에서의 나는 물론이고 우리의 운동 역시 그런 오류에 빠지지는 않을지 늘 경계하고 성찰해야만 시대의 흐름에 뒤로 밀려나지 않는, 시대 속에 살아있는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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