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5 18:50
더 이상 한국산 최루탄이 바레인을 울려서는 안 된다
지난 수요일인 11월 27일, 바레인워치(Bahrain Watch)와 바레인의 민주주의 및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인들(ADHRB)은 한국 최루탄 생산기업 ‘대광화공’을 상대로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이후 "가이드라인")에 의거해 한국 국내연락사무소(NCP, 위원장: 산업통상자원부 투자정책관)에 이의제기서를 제출했다. 동 가이드라인은 기업이 "인권을 존중해야"하며 "기업활동 중 인권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야기하거나 이에 기여하지 않아야 하며, 부정적 영향이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의제기서 제출단체인 바레인워치는 입수한 정부의 입찰서류를 근거로 바레인 왕정이 최루탄 160만 발을 추가 수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대광화공이 현재 대규모 최루탄 수출을 추진하고 있음을 밝혔다. 또 동 단체는 지난 2년간 바레인 내에서 최루탄의 남용으로 인해 확인된 것만 최소 39명 이상이 숨지는 등 최루탄이 중대한 인권침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히며, 만일 한국 정부가 대광화공의 최루탄 수출을 승인한다면 바레인 시민들의 인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명백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바레인워치의 이 같은 판단과 이의제기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한국 정부는 국제인권법에 따른 의무를 지며, 이는 당연히 무기의 이전 시에도 적용된다. 수입된 무기가 중대한 인권침해를 저지르는 데에 사용될 가능성이 명백한 상황에서 해당 국가에 무기 수출을 승인하는 것은 사실상 그 같은 인권침해 행위를 지원하는 것과 다름없다. 한국 정부는 대광화공과 CNO Tech 등 자국 기업이 수출하는 무기가 해외에서 중대한 인권침해에 사용되지 않도록 보장할 책무를 가진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그동안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수출을 막지 못함으로써 그 같은 책무를 져버렸다. 경찰청은 해당국 인권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기계적으로 수출을 승인해주었으며 최종 수출허가 관청인 방위사업청은 지난 2년간 대광화공 등이 바레인으로 허가 없이 최루탄을 수출해온 것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등 관리감독 상의 책임을 방기해왔다. 방위사업청은 불법적으로 최루탄을 수출해온 업체에 대해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하며, 바레인으로의 추가적인 수출신청을 절대 허가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또한 이 업체들이 제3국을 경유해 최루탄을 재수출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바레인으로의 수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다. 최근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수출이 국제적으로 크게 비난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감시의 눈을 피해 대광화공과 CNO Tech가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제3국을 경유해 최루탄 수출을 시도할 가능성에 우려가 높다. 인권침해 우려로 인해 국제사회로부터 무기 수입에 제재를 받는 국가가 관련 법규가 허술한 인접국이나 동맹국을 경유해 무기를 재수출 또는 불법 전용한 사례는 허다하다. 당장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사우디아라비아 군이 최종사용자(End User)로 명기된 무기를 박스채로 시리아 반군에 불법 전용했다는 증거가 2012년 BBC 보도에 의해 드러난 바 있다. 우리는 불법 전용의 위험성이 높은 현재 상황에서 대광화공과 CNO Tech가 바레인 인접국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최루탄을 수출할 수 있다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에 방위사업청에 바레인뿐만 아니라 불법 전용이 의심되는 인접국 등을 통한 수출 신청 역시 전면 불허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지난 11월 26일, 살라빈 알리모하메드 압둘라흐만 인권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바레인 정부 대표단이 한국을 찾아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과 면담을 가졌다. 면담 자리에서 인권장관은 "인권분야에 있어 일부 인권단체, 언론 등이 거짓된 의혹을 제기하며 바레인의 국제적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바레인워치 등의 단체들은 바레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바레인 인권상황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최루탄 수출 승인을 얻어내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과도한 무력사용, 최루탄 남용 등으로 인한 바레인 치안군의 중대한 인권침해는 이미 수많은 국제NGO 보고서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충분히 입증되었다. 외교부는 바레인 정부의 일방적 주장을 고려해서는 안되며, 오히려 국방부・방사청과의 관계부처 협의를 이끌어 바레인으로의 추가적 최루탄 수출을 막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바레인 민중들의 인권을 짓밟는 데 한국산 최루탄이 사용되어 왔다는 점에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깊은 부끄러움을 느낀다. 한국 정부가 국제인권법에 따라 지고 있는 인권보호 책무는 자국민에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자국 기업에 의한 타국 시민들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서 최루탄 수출 금지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한국의 시민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이 같은 책무를 다하도록 감시의 끈을 놓치지 않을 것이며, 바레인 민중들과 세계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한국산 최루탄 수출이 중단될 때까지 우리의 활동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의거 바레인워치 등이 제기한 이의제기에 전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하며, 한국정부에 대광화공과 CNO Tech 등이 추진하고 있는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수출을 전면 불허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바레인뿐 아니라 인접국 등을 통한 불법 전용이 의심되는 수출 신청 역시 전면 불허되어야 한다. 더 이상 한국산 최루탄이 바레인을 울려서는 안 된다.
2013년 12월 4일
바레인으로의 최루탄 추가 수출 금지 촉구 기자회견 참가단체
경계를 넘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국제민주연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나눔문화, 남북평화재단, 노동자연대다함께, 무기제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연대위원회, 비폭력문화물결,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평화포럼, 인권운동사랑방, 전쟁없는세상,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청년좌파, 통일맞이,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평화네트워크, 평화를만드는여성회, 평화의친구들 (이상 23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