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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3차 여성정책 기본계획을 맞이하며

- 최윤정(여성평화연구원 운영위원)


1, 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에 이어 2008년부터는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시작된다. 우연하게도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여성정책기본계획은 여성정책의 총괄 격인 국가기본계획이라 할 수 있는, 그동안 여성운동의 제도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정책이다. 정치경제, 사회문화, 복지 등 각 분야를 망라하고 있을뿐더러, 이 계획에 의해 매년 여러 부처가 시행계획을 세우고 그에 따른 정책을 집행하는 추진체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상징적일 뿐만 아니라 각 부처에서 추진해야 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정책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십년 동안 이러한 여성정책기본계획에 의해, 호주제 폐지, 성폭력방지법, 성매매특별법과 같은 법률 제정과 함께 성별영향평가, 양성평등채용목표제 등 각 분야에서 여성주의적인 관점의 정책이 수립될 수 있는 제도를 개선해왔다. 그 결과 여성정책의 범위가 여성가족부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모든 부처에서 추진할 수 있다는 인식도 넓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분야에서 여성주의적 관점의 정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여성정책’이라고 하면, 성폭력 피해 여성의 인권이나 가족, 복지 분야에 한정시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그러다 보니 이러한 분야는 정책적으로 많은 성과가 있는데 비해, 다른 분야는 여전히 소극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 분야별로 여성정책의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

이 중에서 평화?통일 분야는 여성정책기본계획 내용 가운데 적은 비중을 차지해왔던 분야 중 하나다. 지난 5년간 2차 기본계획(2003~2007)을 통한 내용에는 ‘평화?통일?국제협력에서의 여성의 기여확대’라는 과제 분야 아래, 남북한 여성교류 협력지원, 남북교류 과정에 여성참여 확대 추진, 평화문화정착을 위한 여성의 역할 강화 등의 세부과제를 제시하였으나, 그 실적을 살펴보면 주로 일회적인 행사와 공모를 통한 단체 지원, 관계부처 직원교육 등으로 한정되어 있다. 남북교류를 통한 실질적인 평화 정착이 점점 중요해지는 데에도 불구하고, 이 분야에서 정책적인 노력과 성과는 많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하면, 이번 3차 계획에서는 정책 내용 면에서 좀 더 근본적이고 확대된 양상을 보인다. 전체 과제 수나 비중에 있어서는 지난 1, 2차 기본계획과 큰 차이는 없으나 소규모 교육, 행사 지원 등에 치중해왔던 것에 비해, 이번 3차 기본계획은 남북교류 협력과정에서 여성의 실질적인 참여를 위한 근본적인 체계 마련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남북한 장관급회담에서 여성분과위원회 구성, 남?북한 및 아시아 여성교류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남북협력 관련 의사결정에 여성참여 확대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을 예로 들 수 있다. 또한 예술?학술?인적자원 개발 분야에서의 여성교류 협력 지원, 북한 여성의 IT 인력 개발 및 개성공단 여성노동자 지원과 같은 북한여성노동과 관련된 정책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내용들은 3차 기본계획의 총 5개 과제 중 ‘사회통합과 평등문화 정착’ 분야에 포함돼 있다. 여기서는 남북교류협력 관련 정책 외에도 글로벌 사회의 여성이주가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이주여성들을 위한 정책을 여성정책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 중에서 이주여성으로서 새터민 여성의 취업능력 개발 등 사회적응 토대를 마련한다는 내용도 별도로 제시하고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한 정책 개발을 기대해볼 수 있다.

물론, 여성정책기본계획의 내용만으로는 눈에 띄는 큰 차이를 발견하기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내용이 향후 5년간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때로는 미미한 변화일지라도 앞으로 이에 기초한 세부정책을 관련 부처가 어떻게 발굴, 기획해나가느냐에 따라 정책효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소극적인 차원에서 머물 것인가, 적극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인가는 관련 단체들의 여론을 수렴하는 정책담당자 몫이다. 그런 점에서 이 분야와 가장 관계가 깊은 통일부 내에 여성정책 담당 조직과 인력배치가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해보고 가야 한다.(아쉽게도 통일부 사이트에서는 여성정책담당 업무에 대한 소개를 한 줄도 볼 수 없었다.)

사실, 정권교체와 함께 벌써부터 각 부처 조직개편 논의를 통해 조심스럽게 여성가족부 업무 축소, 여성정책의 위기 등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새로운 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 얼마나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지금까지의 성과를 살려서 각 분야별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여성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적극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여성정책의 미래마저 장담할 수 없는 시기에 여성단체들의 정책에 대한 관심과 목소리는 더욱 귀중해질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최윤정님은 현재 이화여대 여성학과 박사과정에 있으며, 문화관광부 여성정책 전문위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기억과 고통, 여행, 문화정책 등에 관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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