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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평화운동의 안식처, 팬들힐을 다녀와서


- 이학영(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영원히 닫혀있을 줄 알았던 남북철도가 오늘 열리고 있습니다. 휴전선이 열리다니요. 거기다가 기차가 다닌다니요. 상상만 해도 너무 행복합니다. 그 기차 타고 늙으신 어머니 모시고 백두산 구경 가고 싶습니다.

며칠 전에 부천YMCA 김기현 사무총장의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습니다. 일상적인 조의를 표하고 말았는데 장례를 끝내고 부쳐온 그의 이메일 편지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어머님을 떠나보내는 순간을 함께 해주시고, 위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희 어머님은 1.4후퇴 때 월남하신 실향민이십니다. 전쟁의 기운이 한창이던 때 이루어진 여고 졸업식은 “졸업식장에서 바로 간호병을 차출한다”는 흉흉한 소문 때문에 온 가족이 가슴 졸이며 참석했고, 1.4후퇴로 평양에서 국군이 후퇴할 때 인민군에 끌려갈까 걱정하던 (2대 독자인) 외삼촌이 막내인 어머님과 함께 월남하셨습니다. 여고를 졸업하자마자 꽃다운 나이에 “남한에 몇 달만 내려가 있으면 다시 고향으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빠와 단 둘이 월남하신 어머님은 결국 평생 부모님과 고향을 그리워하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저희 집은 명절 때면 항상 어두운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명절이 싫었고, 철이 들어서야 그 어두움의 정체를 확인하고, 어머님과 아버님의 슬픔(아버님 역시 실향민이십니다)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아이들을 기르면서 외아들과 막내딸을 남한으로 보내고 하루하루 애끊는 기다림의 세월을 지내셨을 할아버지, 할머니의 아픔이 가슴 저리게 다가왔습니다.`

참으로 잔인한 인간의 역사입니다. 남북 철도가 열리는 이날, 나는 기도합니다. 다시는 이 땅에 사람이 사람을 살상하고 부모형제가 나뉘어 다시는 못 만나는 그런 일이 없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팬들힐(www.pendlehill.org)을 다녀왔습니다. 미국 필라델피아 인근에 있는 작은 퀘이커 마을입니다. 팬들힐 마을이 있는 펜실베니아주는 영국식민지 시절, 윌리엄 팬이라는 귀족이 영국왕으로부터 하사받은 땅이었습니다. 그는 유럽에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진행되는 전쟁과 갈등, 살상을 바라보면서 종교적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그런 사회를 꿈꾸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기가 하사 받은 펜실베니아에 유럽에서 박해받던 모든 종파들이 자유롭게 이주해서 정착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는 지금도 당시 유럽에서 건너온 많은 소수 기독교 종파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아직도 초기 기독교 전통을 고수하며 마차를 타고 다니는 아미쉬 교도들부터 사람 하나하나에 하나님이 존재하신다고 믿는 퀘이커까지 서로 자기들의 공동체를 유지하고 살아갑니다. 그들의 신조는 다르지만 지금도 전쟁과 폭력을 반대하며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는 함께 도우며 일한다고 합니다.

팬들힐 마을은 종교를 뛰어넘어 모든 사람들이 와서 쉬고 평화를 토론하고 공부하는 그런 공동체입니다. 너른 북미의 숲 속에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함석헌 선생님이 머물며 씨알과 평화사상을 키워 가셨던 곳이기도 합니다. 하얀 사과꽃이 무리무리 피어나던 그곳에서 평화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가슴에 담고 돌아왔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온전하게 존재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평화, 멀지만 가야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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