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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의명분보단 나 자신을 설득시키는 평화운동 하고 싶어
- 이순 넘긴 윤수경 신임대표의 평화운동 어떤 그림 나올지 기대-
- 장정화 (평화여성회 회원, 초록정당을만드는 사람들 활동가
“수영에서 제일 먼저 배우는 게 고개를 숙여 물에 뜨는 것입니다. 고개를 숙이는 것은 ‘몰두’하는 게 아닐까요. 평화여성회에 몰두해 배우면서 열심히 여성평화운동을 하겠습니다.”
사회공동모금회에서 살림꾼 역할을 8년간 해온 윤수경씨가(전 사회공동모금회 사무총장) 평화여성회에서 앞으로 3년간 신임 공동대표를 맡게 되면서 새해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故 이우정 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알게 된 평화여성회
윤대표는 평화여성회의 ‘대모’였던 故 이우정 선생님과 70년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간사시절에 맺게 된 인연으로 이우정 선생님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1997년에는 평화여성회 창립을 곁에서 지켜보았고, 그 이후에도 반핵평화운동단체 언저리에 있으며 평화운동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 후, 1998년에는 운동 영역을 옮겨 사회공동모금회 초대 사무총장을 지내며 2005년까지 년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모금사업을 총괄했다. 평화여성회에서는 그는 1997년 통일사업위원장을 맡아 북한이탈여성 교육사업을 진행한 바 있고, 민화협 여성위원장을 지내기도 해 주로 통일운동에 관여했다.
작년 2007년에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길목에 선 평화여성회로부터 대표직 제안을 받고 그는 처음에는 망설였단다. 단체에 대한 기여도가 적어 자격이 충분치 않다고 여겨 주저하던 와중에, 아들의 중학교 시절이 문득 떠올라 다시 용기를 갖게 되었다.
“저희 애가 너무 착해서 담임 선생님이 걱정하실 정도였어요. 그때 다짐했죠. ‘아이를 바꿀 순 없어도 세상을 바꿀 수는 있겠지. 선의의 사람들이 억울하게 피해입고 사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지’라고 말이죠.”
수십년을 운동해오면서 남들이 말하는 ‘개량주의자’가 되어왔다며 웃음을 지었다.
사회공동모금회에서 소외계층, 노숙자, 중층장애인 등에게 금전적 지원을 하면서, 그들의 열악한 삶을 누구보다 그대로 지켜보아왔던 터라, 자신은 상당히 ‘현실적인 운동가’로 변모했다고 털어놓았다.
“대의명분 보단, 나 자신을 설득시키는 운동하고 싶어”
그는 평화여성회에서 치중하는 남북교류 평화운동의 중요성을 간과하진 않지만, 일상생활과 의식을 변화시키는 일상평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일제지배와 박정희 군사정권을 거치면서 우리 의식 속에 잠재해있던 군사주의가 자본주의와 결합해 점점 더 천박한 사회가 되어가고 있으므로 평화운동도 품위있는 세상을 만드는데 일조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대의명분이나 이념을 쫓는 운동이 아니라, 나 자신을 충분히 설득시킬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한해 평화여성회에서 있었던 내홍 후에 대표를 맡게 된 부담을 여쭙자, 그는 “이 세상에, 사람과 사람 간에 못 풀 일이 없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 그는 예순을 넘기고 보니, “절대로 안 될 일”과 “절대로 해야 될 일”이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순’(耳順)은 예순살을 뜻하는 한자말로 ‘귀가 부드러워진다’ 뜻이다. 사전적 의미론,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것을 들으면 곧 이해가 된다는 뜻이다. 이순을 넘긴 윤수경 신임대표의 연륜이 드러나는 평화운동이 평화여성회의 미래를 어떻게 채색할지 그의 활동이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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