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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여성부, 여성가족부 그리고 소멸(?)


-홍승희 (평화여성회 웹진 편집장)


이달 중 출범하게 될 차기 정부가 ‘작은 정부’를 내세우며 몇몇 정부 부처의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합쳐지거나 사라지는 대상 부처 가운데 통일부와 여성부가 포함돼 있더니 그나마 다행으로 통일부는 살아남은 듯하다. 그러나 여성부는 패자부활전에서마저 탈락, 목을 겨냥한 칼날 앞에 떨고 있는 꼴이 됐다.

자식 많은 가난한 집안에선 순서상 늦게 태어난 어린 아이일수록 생존 확률이 낮아지기 쉽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약한 새끼는 먹이경쟁에서 밀려 생존율이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여성부의 처지가 꼭 그 모양새다.

여성부는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늦게 태어난, 가장 작은 부처다. 국민의 정부에서 여성부로 태어나 참여정부에서 여성가족부로 성장하더니 그만 정국의 ‘우향우’ 방향전환과 더불어 명줄이 끊길 처지가 됐다.

자본과 자본가의 옹호를 기치로 내걸고 작은 정부를 ‘공약’했던 차기 정권은 작은 정부를 위해 가장 작은 부처의 명줄부터 끊겠다고 나선 셈이다. 그 모습에서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바람 앞의 등불같이 위태로운 오늘 여성부의 처지는 실상 이 나라 다수 여성들의 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여성 대중들이 그리 자각하든 못하든.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 때 ‘여성’이 가장 위태롭듯 지금 여성부 역시 먼저 칼날을 맞는 것이다.

이런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부 존폐문제에 대해 여성대중들은 무관심하다. 이미 차기정부를 위해 선거기간은 물론 그 이전부터 올인했던 대형 언론들은 여성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여성운동가나 여성단체들만의 여성부 폐지 반대 목소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미 여성운동 자체가 대형 미디어들의 외면을 받은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러니 여성대중들에게 무언가를 알린다는 자체가 참으로 어려워졌다.

그런 배경에는 여성운동 진영이나 여성부 스스로의 일부 책임도 있을 것이다.

불평등한 위치에 놓인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통해 평등사회로 한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국민의 정부에서 여성부가 출범했지만 참여정부 들어 ‘여성가족부’로 개칭하고 업무영역을 넓혔다. 그러나 결과는 독립적 존재로서의 여성보다는 가족 속의 여성이 강조되는 모습으로 비쳐지기도 했다. 부처 입장에서는 그로 인해 다룰 수 있는 예산도 커지고 간여할 영역도 넓어져 좋았을지 모르지만 ‘여성’ 문제가 뒷전으로 밀린 듯 보이는 여성가족부로는 보건복지부로 개명하기 이전 보사부 시절의 일개 국 차원의 업무 안으로 회귀하는 인상을 주었고 결과적으로는 부처 설치의 의미가 희미해져 버렸다.

언론을 통해 대중의 눈에 비친 여성 정책은 지엽적인 이슈에 매달리며 남성들의 적대감만 키우는 꼴이 됐다. 여성부 설치를 오랜 숙원으로 키워온 여성계와 여성운동 출신 초기 여성부 공무원들 입장에서 서둘러 가시적 성과를 얻고자 하는 조급함이 있었을 터이다. 거기에 정책생산의 미숙함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무리수도 두어졌을 터이다. 그런 실책들의 누적이 끝내는 여성대중과는 더 멀어지는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바로 그런 미숙함이야말로 여성부가 더욱 필요함을 반증한다. 여성들이 행정경험을 쌓을 기회가 그만큼 부족했고 정책의 입안하고 실행할 기회도 얻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차기 정부는 ‘실용’을 내세운다. 그런 그들이 보기에 여성가족부는 실용성이 매우 낮다. 무슨 생산기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차기 정부의 인선 분위기로 보자면 그간 여성부가 특정 학교 출신들에 의해 사실상 독점되다시피 했던 결과와 부처 폐지 사이에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싶은 의구심도 있다. 그렇다면 파벌싸움에 나라를 들어 외세의 식민지로 바친 역사를 상기하도록 권고할 일이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여성은 여전히 ‘배려’가 필요한 약한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또 오랫동안 불평등을 감수하도록 길들여져 온 관성이 사회적으로 엄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부의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이 사단을 계기로 여성운동도 이젠 좀 더 재미있고 신나는 운동, 활력 넘치는 운동, 행복해지는 운동이 되기 위한 환골탈태를 시작해야 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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