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직원들이 장기 억류된 상황에서도 정부가 PSI 전면참여를 공식화했다. 야당도 시민사회단체도 모두가 반대하지만 이제까지 보여준 현 정부의 성향이 그런 반대 따위에 눈도 깜빡하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절로 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모른 체 할 수도 없는 문제이니 걱정만 커진다.
PSI 전면참여는 집권하자마자 계속 갈등의 적수를 쌓아가기만 하던 MB정부가 그 연장선상에서 내놓은 현재적 결론이다. 10년간 공들여 온 남북관계를 집권 초반부터 냅다 휘저어 놨다. 남북관계를 겨우겨우 회복시켜 가는 과정에서 힘겹게 6자 회담에 한국이 겨우 앉을 자리를 잡을 수도 있었다.
그 전에 언제 우리의 민족문제에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실을 수나 있었던가. 그저 미국이 원하면 그 길로 갈 수밖에 없는 줄 알고 체념이 내면화된 50년 세월이었다. 그런 패배주의, 사대주의 노예근성을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면서 가냘프게나마 극복해가기 시작한 한국 사회였다.
그 모든 노력으로 쌓아올린 성과들을 이 정부는 너무도 빨리 허물어 버리고 있다. 10년 전으로 되돌리기를 넘어 20년, 혹은 30년 전으로 회귀하는 것이 집권 목표인 것처럼 서두르고 있다.
그리고 그런 과거 회귀 행태의 여러 희생양 가운데 중요 대상이 그간 진전을 이루어가던 남북관계다. 남과 북의 관계개선은 단지 민족문제를 넘어 우리 모두의 평화로운 일상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은 간단없이 무시된다.
이럴 땐 차라리 이명박 정부가 제대로 된 실용정부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싶다. 10년의 투자는 이제 겨우 결실을 바라볼 때를 맞을 상황이었다. 그런 성과를 모두 버렸다. 오직 원점으로 되돌리기에만 몰두하고 있다.
일단 발표가 늦춰졌다고는 하나 PSI 전면참여 역시 어떤 실용적 이득도 기대할 바가 없는 무모한 선택일 뿐이다. 남북 교류 선박이 아니라면 북한 선박이 한국 영해를 지날 일도 없다. PSI 참여를 빙자해 공해상까지 나가 북한 선박을 제재하고 나선다면 같은 민족 간 ‘또 한 번의 전쟁’을 부를 위험은 급증한다.
결국은 강대국을 위한 놀음에 생각 없이 놀아나다 오직 우리의 위험만을 증대시킨다는 얘기다. 남북관계를 점점 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고 경제적으로도 남북한 모두를 수렁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 자명하다.
남과 북이 상생의 길을 찾자고 마음만 먹으면 주변 강대국들의 압박을 크게 받지 않으면서도 할 수 있는 길들이 이제 찾아진 상태다. 남과 북이 ‘평화’를 키워드로 삼아 동·서해 분단선을 공동관리 하며 세계적 환경·생태 관광지로 가꾼다면 정치·군사적 위험이 급감함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국가신용도가 높아져 어설픈 운하 건설보다 월등히 큰 이득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MB 정부는 자꾸 갈등만을 키워가고 있다. 아무리 북한에만 그 책임을 전가하려 해도 세계는 남·북한 모두를 위험한 비문명국으로 인식해 간다. 그런 시선은 현 정부가 돌아가고 싶어 하던 그 시절, 세계로 나섰던 많은 한국인들이 뼈아프게 체험한 일이기도 했다. 이제는 이 정부가 그 지점까지 되돌아가고 싶은 것인지를 물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