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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쉼 여행? - 김정아(평화여성회 )

가족들을 두고 온전히 쉬기 위해 혼자서 떠나기는 처음이라서 많은 설레임으로 맞은 제주여행이었다. 이 여행의 이름인 ‘쉼 여행’처럼 몸과 마음을 편히 쉬고 싶었다. 여러 단체 분들이 함께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을거니까 평소의 내 모습이 아닌 조용한 사람으로, 제주는 이전에 4.3 유적지도 자세히 돌아봤고, 관광지도 대개는 가봐서 이번 여행은 그저 ‘편안한 쉼’, ‘나에게 떠나는 여행’이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내 기대는 공항에서 내가 좋아하는 평화여성회 분들을 여러분 만나면서부터 어긋나고 있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선혜선생님께 시작한 이야기가 내릴 때까지 계속되었으니 말이다.

제주 여행은, 제주도가 강행하고 있는 해군기지건설에 맞서 싸우고 있는 강정마을에서 시작되었다. 삭발투쟁으로 모자를 쓰신 마을회장님과 사무국장님은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사라질 위험에 처한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시겠다며 앞장서셨다. 그분들의 마음에 불고 있음직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우린 거친 돌 길을 걸었다. 곳곳에 ‘해군기지건설반대’가 적힌 노란 깃발이 나부끼고, 솟대, 구름 등 최병수 화가의 나무조각 작품들이 바다를 지키고 있었다. 바다, 마을의 역사,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 용천수를 설명하시는 그분들의 말씀에서 고향땅에 대한 강한 자부심과 사랑이 느껴졌다. 마을회관에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시는 회장님의 말씀에는 그 어떤 경제논리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곳에서 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지역민들의 마을에 대한 애정이 절절이 느껴졌다. 마을을 지키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라는 사모님의 지지에 힘입어 열심히 지켜내고 있는 마을 회장님과 주민들의 염원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힘찬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강정마을만이 아니라 ‘평화의 섬’ 제주 전체를 지켜내려면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할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다.

둘째날 우린 올래길을 따라 4.3 유적지를 돌아봤다. 제주여민회 김기려선생님의 자세한 설명으로 제주 4.3의 아픔이 되살아나고, 4.3에 이은 6.25의 상흔들이 아직도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는 말씀에 가슴이 아팠다. 다행히 무릉 곶자왈의 숲은 거센 바람과 비에 지친 우리를 편안하게 맞아주었다. 아주 다양한 나무들과 풀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는 숲에서 맨발로 만난 숲길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중간에 4.3 당시 총살지역과 비슷한 형태의 숲에서 왈칵 올라오는 슬픔 때문에 힘들었지만, 이내 숲의 품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다른 분들은 고사리나물을 꺽으며 즐거워했고, 난 참으로 오랜만에 자연의 평온함에 나를 맡겼다.

역시 여행은 만남이었다. 첫째날은 대전여민회에서 오신 세분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역의 활동가들이 일당백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새삼 느꼈다. 두 번째 날은 명희샘이 카드를 통해 삶에 대한 질문에 많은 조언을 주셨고, 다른 분들과 꿈 이야기들을 통해 서로를 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다. 여행 중에 여러 선생님들과 나눈 이야기들은 역시 여행은 만남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아쉽게도 마지막 날이 돌아왔고, 우린 김정숙선생님의 안내로 제주의 신들을 모신 신당들을 찾아 갔다. 전에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제주의 여성 신들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어서 선생님이 쓰신 ‘자청비 가믄장아기 백주또‘를 꼭 사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기사아저씨의 배려로 우린 해변길 드라이브를 끝으로 제주와 작별을 했다.

제주의 평화와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기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쉬러갔다가 마음의 짐만 안고 돌아온 2박 3일의 제주여행이었다. 서울로 와서도 계속 제주와 연결된다. 남편이 강요배화가의 작품집 ‘동백꽃 지다’를 가져왔다. 여행에서 돌아와 본 영화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는 제주를 배경으로 여성의 삶을 다루고 있었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듣다 ‘제주 해군기지건설’ 관련 내용이 나오자 귀가 쫑긋해진다. 신문기사에서도 제주도 관련 기사들이 자꾸 눈에 들어온다.

올해 9월에는 1만 8천 신의 고향 제주에서 문화,예술올림픽인 제3회 세계델픽대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세계의 무당, 예술가들이 모여 신들의 축제를 한다고 하니 그들이 제주의 수많은 영령들을 위로하고, 신들의 힘으로 평화와 생태의 보고 제주를 지켜주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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