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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평화의 어머니 되기 - 안이희옥(소설가)

나는 비혼이다. 비혼 중에서도 아예 결혼은 안한 독신이다. 따라서 자식이 없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을 보면서 만약에 내가 아이를 낳았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볼 때가 있다. 만약 나에게 세 명의 자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큰아들은 매우 지성적이고 사회 구조와 모순을 파악하고 있어서 병역 거부를 하겠다, 군사문화에 저항하겠다며 군대를 안 가고 있다. 병역 거부의 철학과 명분, 병역거부의 역사, 병역거부 시 받을 법적 규제와 불이익을 통달하고 있으면서도 군대 가지 않겠단다. 덕분에 재판정에 뻔질나게 들락거리고 곧 감옥에 갈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둘째 아들은 단순하고 개구쟁이다. 이순신 장군 같은 위대한 군인이 되기를 원하고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활기찬 녀석이다. 이 녀석의 활력과 힘을 제대로 키우지 않으면 잘못하면 비뚤어질지도 모른다. 게임도 전쟁 게임만 하고 스포츠를 즐기며 동서양의 위대한 장군들 이름을 줄줄 외고 있다.

셋째는 딸인데 두 오빠와 그들이 속한 남성문화에 짓눌려 숨이 막히고 죽을 지경이라며 남자들을 못 쓰게 만드는 군대 문화 따위는 없어져야 한다고, 자신은 가지도 않을 군대에 대해 감 놔라 배 놔라 왈가왈부한다. 역사적으로 남성군대문화가 여성들을 어떻게 억압해 왔고 덕분에 한반도의 가족과 일터가 어떻게 얼룩지고 왜곡되어 왔는가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조목조목 반박한다.

자, 이 개성이 다른 싸우는 세 자녀들을 두고 부모로써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 아마 부모는 특히 어머니는 골치가 아프고 가슴이 벌렁거리다 못해 이마를 싸매고 드러누워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 어머니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결혼해서 자식들을 낳고 키운 이유가 무엇인가, 자식들의 앞날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심각하게 고민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결국 인간이 바라는 이상사회란 어떤 것인가까지 생각해 볼지도 모른다. 어머니 생각에 행복한 이상 사회란 그렇게 복잡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인류의 모든 사람이 개성에 맞는 일자리가 있어 의식주가 해결되고 마음이 평화로운 세상. 이 말하기는 간단한, 성경에서 몇 천 년 전에 꿈꾼 무기를 갈아 보습을 만드는 세상은 여전히 지구에서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마 인간의 본성과 운명, 공동체의 흥망성쇠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무기를 제거하자는 평화수호 세력이 있는가 하면 살상 무기 장사가 일거리인 세력도 있는 것이다. 덕분에 착하고 순진한 소년들이 군대문화를 통과한 후 사나운 짐승 같은 사내로 변화하고 군대, 학연, 혈연, 지연이 일평생을 좌지우지하는 사회. 따라서 모든 어머니들이 필승 고지를 향해 아이들을 줄 세우고 족치는 지독한 경쟁 사회. 여기에 무슨 평화로운 마음이 깃들 것인가? 아마 어떤 어머니도 자녀들이 사회에서 낙오되거나 희생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내 아이가 병역거부로 희생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고, 내 아이가 장군 못 되서 비뚤어지지 않기를 바랄 것이고, 내 아이가 사나운 남성들 때문에 피해 입는 여성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평화의 어머니가 될 것인가? 어쩌면 이 시대의 어머니들은 21세기 벽두를 맞아 뼈를 깍는 결단을 하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각각 다른 체제의 모든 국가가 강한 군대를 유지하며 긴장상태에 있는 상황보다는 모든 국가가 군대로부터 벗어나서 지구 전체가 군사적 긴장을 풀 수 있는 세상을 꿈꾸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 안이희옥 선생님은 소설가이시며 작품으로는 장편소설 "버지니아 울프가 결혼하지 않았다면", "여자의 첫생일"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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