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섭 카쉬(1908~2002)는 흑해 연안 터키령의 아르메니아 공화국 말단에서 태어났다. 그의 나이 열여섯 되던 해에 캐나다에서 사진관을 하던 숙부를 찾아 이주했다. 그후 숙부와 캐나다 인물 사진가인 존 가로에게 사진술을 배우고 자신의 인물 사진 스튜디오를 경영하면서 본격적인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번 전시회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첫 번째는 카쉬 작품의 핵심인 다양한 20세기 인물들의 초상 사진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두번째 공간은 카쉬가 포토 저널리즘 정신으로 촬영한 1950년대 캐나다의 다양한 사회상이다. 2차 세계 대전 전후 캐나다의 경제 개발을 기록하기 위한 다큐 작업을 시작했고, 17개월 동안 총 8334장의 흑백 사진 작업을 완성했다. 이 작업은 포토저널리즘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인물 작업과 마찬가지로 휴머니즘이 녹아 든 다정한 시선으로 ‘인간의 삶’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세번째 공간은 카쉬의 초기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도서관에 만난 20대 여학생의 모습, 섬세한 여인의 누드 등을 볼 수 있어 그의 사진의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카쉬 작품의 특징은 20세기를 대표할 만한 위인들을 인물의 특징을 최대한 부각시켜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이다. 인물의 손짓, 얼굴의 표정과 시선은 그가 창조한 위인들의 장점을 명확하게 표현했다. 인물의 머리 뒤편에서 비추는 백라이트 조명을 사용하여 마치 렘브란트의 초상화를 보는 것처럼 대상의 내면을 표출해내는 카쉬의 능력은 사진이 단지 순간의 포착이 아니라 한 사람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한 순간에 응집시켜 나타내는 새로운 예술의 표현 수단이라는 점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그들의 마음, 열정, 영혼에 담긴 위대함을 찍는 것"이란 카쉬의 말을 마음에 새기며 크나큰 감동을 준 전시장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