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1 11:36
평화여성회 조회 수:4215
가장 낮은 자리에서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서 : 오체투지 2차년도 순례에 부쳐 - 신경림 우리가 나서 자란 땅에 두 무릎을 꿇고두 팔굽을 붙이고 이마를 맞추면우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것하늘을 우러러산과 바위와 나무와 풀을 우러러내가 흙이 되고 땅이 되고땅 속의 하찮은 미물이 되어서천지에서 가장 낮은 것이 되어서낮은 걸음으로 걸으며 다시무릎과 팔굽과 이마를 땅에 깊이 붙이며우리가 염원하는 것은오로지 이 땅에서 대립과 갈등이 없어지는 것손과 손이 서로 굳게 얽히는 것숨결과 숨결이 따듯하게 섞이는 것사람과 사람 생명과 생명이오직 하나의 염원으로 서로를 모독하는 말도서로를 상처내는 폭력도사람을 죽이고 우리가 쌓은문명을 파괴하는 온갖 무기도무릎과 팔굽과 이마처럼 땅에 붙여흙이 되게 하면서이 땅을 평화의 땅으로이 땅을 사랑의 땅으로이 땅을 희망과 생명의 땅으로 부드럽고 포근한 땅에 다시무릎을 꿇고 팔굽과 이마를 붙이고 가진 사람 못 가진 사람 모두 하나가 되어서높은 사람 낮은 사람 모두 하나가 되어서남쪽 북쪽 모두 하나가 되어서 지리산에서 계룡산까지계룡산에서 다시 묘향산까지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