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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해 어제의 일기를 들춰보다
김경미(평화여성회 한반도평화센터)
2008.03.19 07:42
지금까지 찍은 사진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다른 사진들보다 눈동자가 가장 초롱초롱 한 것 같아서~ 머랄까... 약간.. 장난끼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이라고 해야할까?
쭉 이러고 싶은데... 때론 마니 겁이 나고, 때론 마니 소심해지고... 낯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게 단지 외로움 뿐이 아니란 것을 느껴.
내가 속한 땅이 아닌 곳에서 평화를 이야기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었는지를 여기와서야 느껴...
그동안 나는 정말 무엇을 느끼며, 어떤 마음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왔던 건지... 정말 많은 것을 감수하며 자신의 생애를 걸어 싸워오신 선배님들 덕분에 그렇게 편안하게 운동을 할 수 있었던거지...
지금 내가 느껴버린 이 두려움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이끌지... 모르겠다... 이 것을 알았다는 것이... 이제야 이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남들은 글로도, 책으로도 알 수 있는 것을... 난 왜 이렇게 발로 알아야하는지... 굳이 이렇게까지 알게 하셔야 하는지... 원망이 되기도 하지만... 어쨌든... 앞으로도 이렇게 살지... 정직하게 고민하고 있다.
평화를 이야기한다는게... 진실을 안다는게... 진실을 이야기한다는게... 절대... 쉬운... 절대... 쉽게 쓰여질 수 없는 일임을... 배우고 있다... 운동이라는게... 절대... 그렇게 만들어질 수 없음을 느낀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앞으로 내가 어떤 곳에서, 무엇을 위해, 누구를 대변하며 살게 될 지 모르겠지만...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정도의 평화와, 이 정도의 민주주의와 이 정도의 인권을 위해 땀흘리고, 피흘리고, 생을 포기한 이들의 희생은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이 땅의 진보를 위해 자신의 꿈을,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생을 거는 이들의 수고 또한 잊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들처럼, 이렇게 살거라고... 말 못하겠지만... 그러겠지만... 이들의 희생에 절대 무임승차 하지 않을 것이다. 가벼히... 쉽게 쉽게 쓰여진 시와 쉽게 쉽게 쓰여진 글로 나 또한 그렇게 사는 것처럼 나와 다른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그런 행동 또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단 한 편의 글도 쓰게 되지 못하는 날이 올지언정...
꿈같던 평화동네에서의 평화운동을 마치고... 이것을 알게 된 것이... 비록... 그럼에도 Go할지 말지는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지금 이 복잡한 마음을, 이 아프고 두려운 마음을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하나님한테 정말 무섭고 시러요라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된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얼마나 감사한지...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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