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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안암천변에서-대포동·개성 그리고 남·북 관계

- 홍승희 (평화여성회 웹진편집장)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라는 데 현장 확인도 한적 없는 남한 정부는 미사일 발사라고 왕왕댔다. 북한이 이번엔 대포동 1, 2호 때와도 달리 아예 국제기구에 사전신고를 하며 인공위성 발사라고 주장하는 마당이다.

물론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고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마땅하겠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정부 내에서 조용히 대응할 일이었지 언론플레이부터 할 일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한·미 합동 군사훈련으로 양국에 대해 날을 세우던 북한을 더 자극해 얻을 게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남북 간 통행이 북한 측에 의해 중단됐다. 그 바람에 개성공단에 일하러 들어갔던 남한의 기업 관계자들이 졸지에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가 됐다.

북한과의 평소 소통이 원활했다면 적어도 상대의 기류 정도는 읽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다. 금강산 관광길을 먼저 막고 극우단체들의 삐라 살포는 못 본 듯 넘어가버린 남한 정부의 단견에 보는 이가 더 속이 답답하다.

북한을 외교적 파트너로 볼 뜻이 없었던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 기조는 웬만큼 예상했던 문제다. 외교능력 역시 애초부터 미덥지 않았던 대목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명박 정부의 집권초기부터 북한을 몰아붙이려는 의지는 서로의 형편과 상황이 너무 무시된 것이어서 염려를 불러일으켰다. 경제적으로 곤궁한 처지인 북한에 경제적 교류 외에 다른 교류는 막아도 아쉬울 게 없으리라 여기고 몰아가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정치가 경제보다 우위에 있는 사회라는 사실이 무시된 오만한 발상에 불과했다. 남한 사회처럼 돈으로 사람도 사고 개개인의 자존심도 살 수 있을 듯이 행동함으로써 파트너십을 아예 싹부터 잘라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 싹이 비록 여리고 위태로운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을지도 오랜 기간 근심어린 마음자세로 지켜보고 가꿔야 할 수준이지만 그 수준에 이르기까지도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던가. 그 공들인 시간과 비용과 인내의 결과를 한순간에 날려버릴 무모한 기세는 전혀 CEO 대통령답지도 않은 일이었다.

싹이 돋기까지의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리 상황이 열악해도 일단 돋아난 싹이 잘 자랄 확률은 매우 높아진다. 그처럼 값진 투자를 전임 정권들이 욕먹어가며 해냈고 현 정부는 그 싹이 자라는 모양만으로 세상에 큰소리 칠 매우 유익한 성과를 낼 참이었다.

그런 투자의 가치를 무시하고 현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 하나만 유지하는 것도 크게 인심 쓰듯 했다. 그러다 제 국민의 안전 문제에 관해 주도할 수도 없는 역전 상황으로 몰렸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국이 개혁 개방을 시작하기 전에 핵무기부터 세계 공인을 획득해뒀었던 전철을 기억해야 한다. 힘없이 개혁 개방함으로써 북한 사회 스스로가 붕괴될 것을 염려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다. 북미 수교를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갑자기 발사체를 끌고 다니며 지금 무엇을 하려는지 염려될 수는 있다. 그러나 적어도 미사일을 위협 발사함으로써 북한 스스로 진전시켜온 북미관계를 끝장낼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대포동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화도 단절된 상태에서 북한이 국제기구에 인공위성 발사라고 신고한 걸 놓고 미사일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공개적 비난은 이면의 상호소통이 가능할 때에나 외교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닌가. 그런 일은 대중을 선동하듯이 떠들기보다 정부 내에서 다각적인 검토와 대책마련을 하는 게 우선돼야 할 사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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