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ider01
평화여성회 : 여성평화뉴스레터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 문익환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와야지

내가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리고

길을 떠나는 것은 네게로 가는 일이지

네가 거적때기까지 떨쳐 버리고

길을 떠나는 것은 내게로 오는 일이지

오다 가다 만나는 날

산기슭에서나 행길에서나 주막에서나

이마를 딱 대고 맞부딪는 날

우리는 그 자리에서 홀랑 벗고 알몸이 되는 거지

얼굴을 붉히는 건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지

오히려 자랑스러움 때문이지

그냥 소중한 목숨 때문일 뿐이지

숨막히는 사랑 때문일 뿐이지

38년 묵은 때야 차츰 씻으면 어떠냐

낮이면 청산이 좋아라 햇빛이 좋아라

밤이면 쏟아지는 달빛 별빛으로 흐르는

선들바람 풀벌레 소리도 좋아라

좋아라 좋아라 좋아라

그냥 알몸으로 얼싸안고 뒹구는 거지

뒹굴며 흐느끼며 한 맺힌 회포를 푸는 거지


모든 진실의 진실 몸의 진실을

야윈 몸으로나마 확인하는 거지

서로의 몸속에 다져 넣는 거지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와야지

나는 철조망 넘어 터진 발 끌며 네게로 가고

너는 지뢰밭 지나 절뚝거리며 내게로 와야지

이것밖에 우리에겐 딴 길이 없으니


* 중국 용정에서 태어난 문익환 목사는 북간도에서 교육과정을 마친 후 해외에서 목회 활동과 통역 활동을 했습니다. 1955년 해외 활동을 접고 귀국한 문익환 목사는 한빛교회 목사로서 신앙 활동에 매진하다가 1976년 59세 때 3.1 민주구국선언에 연루됩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게 된 문익환 목사는 세상을 떠나기 전 여섯 차례에 걸쳐 12년간의 옥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를 싣도록 허락해주신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추천 수 최종 글
» 200904:시가 있는 평화의 길-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평화여성회 2010.03.29 3443 0  
336 200904:요즘 내가 본 영화-은영,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평화여성회 2010.03.29 2635 0  
335 200904:회복적 사법 '피해자가해자대화모임'에 다녀와서 평화여성회 2010.03.29 2938 0  
334 200904:지혜로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다-2009년 1기 조정자과정 교육후기 평화여성회 2010.03.29 2341 0  
333 200904:차 한 잔의 단상-아들과의 대화 평화여성회 2010.03.29 2686 0  
332 200904:평화글쓰기-가난하지만 행복하게 평화여성회 2010.03.29 2984 0  
331 200904:평화를만드는여성회 임시총회개최 평화여성회 2010.03.29 2863 0  
330 200903:안암천변에서-대포동·개성 그리고 남·북 관계 평화여성회 2010.03.26 3140 0  
329 200903:함께 걷는 평화 걸음 평화여성회 2010.03.26 2411 0  
328 200903:사무국 리포트 평화여성회 2010.03.26 2177 0  
327 200903:평화포토갤러리-언니 내려놔 평화여성회 2010.03.26 2889 0  
326 200903:시가 있는 평화의 길-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 평화여성회 2010.03.26 2339 0  
325 200903:요즘 내가 읽고 있는 책-클래식이 귀에 들리면서 평화여성회 2010.03.26 1805 0  
324 200903:평화를 만드는 의사소통 평화여성회 2010.03.26 2501 0  
323 200903:평화 글쓰기-오늘을 위해 어제의 일기를 들춰보다 평화여성회 2010.03.26 1826 0  
322 200903:차 한잔의 단상-우리가 제 정신으로 살고 있는 걸까? 평화여성회 2010.03.26 2368 0  
321 200903:38여성대회에 다녀와서 평화여성회 2010.03.26 2098 0  
320 200903:다시 만난 38여성대회! 평화여성회 2010.03.26 2375 0  
319 200902:안암천변에서-죽음의 가치 평화여성회 2010.03.26 2412 0  
318 200902:함께 걷는 평화 걸음 평화여성회 2010.03.26 2111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