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3.29 15:40
평화여성회 조회 수:3443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 문익환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와야지 내가 발에서 먼지를 털어 버리고길을 떠나는 것은 네게로 가는 일이지 네가 거적때기까지 떨쳐 버리고 길을 떠나는 것은 내게로 오는 일이지 오다 가다 만나는 날 산기슭에서나 행길에서나 주막에서나 이마를 딱 대고 맞부딪는 날 우리는 그 자리에서 홀랑 벗고 알몸이 되는 거지얼굴을 붉히는 건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지 오히려 자랑스러움 때문이지 그냥 소중한 목숨 때문일 뿐이지 숨막히는 사랑 때문일 뿐이지 38년 묵은 때야 차츰 씻으면 어떠냐 낮이면 청산이 좋아라 햇빛이 좋아라 밤이면 쏟아지는 달빛 별빛으로 흐르는 선들바람 풀벌레 소리도 좋아라 좋아라 좋아라 좋아라 그냥 알몸으로 얼싸안고 뒹구는 거지 뒹굴며 흐느끼며 한 맺힌 회포를 푸는 거지 모든 진실의 진실 몸의 진실을 야윈 몸으로나마 확인하는 거지 서로의 몸속에 다져 넣는 거지 나는 가고 너는 와야지 나는 네게로 가고 너는 내게로 와야지 나는 철조망 넘어 터진 발 끌며 네게로 가고 너는 지뢰밭 지나 절뚝거리며 내게로 와야지 이것밖에 우리에겐 딴 길이 없으니 * 중국 용정에서 태어난 문익환 목사는 북간도에서 교육과정을 마친 후 해외에서 목회 활동과 통역 활동을 했습니다. 1955년 해외 활동을 접고 귀국한 문익환 목사는 한빛교회 목사로서 신앙 활동에 매진하다가 1976년 59세 때 3.1 민주구국선언에 연루됩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민주화운동에 앞장서게 된 문익환 목사는 세상을 떠나기 전 여섯 차례에 걸쳐 12년간의 옥살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시를 싣도록 허락해주신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