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손두부를 파는 작은 손수레가 손님을 불렀다. 작지만 맑은 종소리는 멀리까지 잘 들려서 찌개를 끓이려고 준비하던 어머니의 발길을 종종걸음 쳐 나가게 만들곤 했었다.
오늘 전세계의 하늘과 땅에 울린 명동성당의 종소리는 고 김수환 추기경을 잃은 모든 이들의 슬픔을 대신해 주는 소리이다. 이 종소리는 앞으로 그가 세상에 부재할 것과 동시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을 알리고 있다. 그 분이 사시던 시대를 조금이나마 겪은 것이 내 인생에도 얼마나 큰 은혜가 될 것인가?
최근 내 인생을 돌아 볼만큼 내게 큰 영향을 준 영화로 ‘워낭소리’가 있다. ‘워낭소리’는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네 인생을 성찰하라고 내게 말을 거는 영화였다. 네티즌들이 영화의 주인공 중 하나인 소에게 ‘워낭이’란 애칭을 붙였다고 한다. 워낭이가 매달았던 소방울은 소방울이라고 하기는 하나 우리가 보통 아는 작은 방울이 아니고, 제법 종머리까지 갖추고 있고, 안에 작은 추가 달려있어 걷거나 움직이면 소리를 낸다. 영화에서는 ‘워낭이’가 종소리를 크게 울릴 만큼 힘차게 걷거나 달릴(?) 일은 없었으나, 수의사가 ‘일년밖에 못살 것이라’고 말할 때나, 워낭이를 묻은 후에 감독의 의도에 따라 조용히 종소리가 울린다. 실지로 울렸는지 아닌지 우느라고 잘 기억나지 않으나 내 귀엔 분명 들렸다.
종소리는 특정한 어떤 것의 존재를 일깨우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종소리로 두부장수는 자신이 왔음을 알린다. 또 산사의 풍경소리로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의 존재를 청각적으로 알 수 있다. 내가 보기에 ‘워낭소리‘에는 인생에는 비탄과 또 역설적으로 희망이 있음을 알려 주는 숙연함이 있다.
영화 개봉후 이충렬 감독은 최씨 할아버지에게 새 ’워낭‘을 선물했다고 하다. 할아버지는 새 소에게 새 워낭을 달아주고 헌 워낭은 벽에 걸어 두었다고 한다. 그의 마음 속엔 새 워낭보단 헌 워낭의 소리가 더 잘 들릴 것같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할아버지는 절에까지 가서 자신의 파트너였던(영어 제목이 my old partner이다.) 죽은 소의 왕생극락을 빌어 줄 정도로 진정한 파트너였기 때문이다.
퀴즈 : 주인공 ‘워낭이’의 성별은 암소, 수소 중 무엇일까요? http://blog.naver.com/warnangsori/를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