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33도가 넘는 덥다 못해 찌는 날씨의 연속이었다. 땀이 뻘뻘 나다 못해 한걸음도 움직이고 싶지 않고 숨이 턱하고 막혀 오는 그런 날씨였다. 잔걸음으로 어슬렁거리는 사내가 보였다. 커다란 솜잠바에 주머니 가득 무언가 가득해 보였다. 공중전화 부스에 있던 누군가 먹다 남긴 아이스커피 한잔을 들이킨다. 하늘 한 번 쳐다보더니 연신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사람들은 그의 곁을 돌아 멀리 지나간다. 사람들은 입던 옷을 벗어 속옷을 입은 건지 착각할 정도로 제살을 드러내며 더위를 몰아내려한다. 그는 하나둘씩 껴입고 짊어지면서 더위를 가져오려 한다. 남들은 피하는데 그는 즐기는 듯하다. 서대문을 지나 독립문으로 가는 사이 그의 솜바지 주머니는 더욱 불러만 갔다. 육신은 지치고 배고플 지언정 육신의 허기짐을 채우고자 채우고 채운다. 하지만 아무리 채워도 배불러져 오지 않는 건 어찌 할거나 싶다. 우리네 삶에 채우고 또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건 다 지 욕심이 그리 커서 일게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의 곁을 돌아 멀리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