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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맞는 건강을 챙기는 습관이 이젠 중요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 최선희 (수도권생태유아공동체 사무국장)
아주 의미있는 모임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평범한 산악회' 아마도 평범하지 못한 일생을 살았거나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범을 부러워하며 지었을까요? 산행을 한번 할때마다 '평범치못한 산악회', '무지한 산악회', '무모한 산악회' 등 등 말도 많은 산악회랍니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길래? 평택미군기지 이전반대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어렵고 힘들었던 시간을 위로하며 아주 편안하게 만나자는 모임입니다. 미군기지건설 반대활동으로 옥살이를 하고 온 사람들도 있고 지금도 재판 중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각기 살아온 경험이 다르고 지금은 하고 있는 일도 다르지만 서로에게 보내는 무한한 신뢰와 애정은 서로를 뿌듯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말 평범한 산악회 정례산행으로 영암월출산행을 감행하였습니다. 성남에서, 서울에서, 안산에서 종종걸음으로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8명, 월말이라 이래저래 고생하는 동료들을 뒤로하고 약간은 미안한 마음으로 평택에서 모여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목포를 거쳐 영암에 도착하였을때는 저녘 9시 목포에서 갈치낚시를 하겠다는 야무진 꿈은 잠시 흔들리기는 했으나 처음 시도해보는 갈치낚시를 우리는 그 밤에 목포앞바다에서 기필코 하기로 했습니다. 라면으로 저녘을 대신하고 장거리 운전에 지친 지태오빠(?)만 남겨두고 우리는 밤바다에 섰습니다. 적지않게 쌀쌀한 날씨가 갈치얼굴을 보기에는 일찌감치 포기하게 했지만 갈치처럼 길게 만들어진 케미라이트 줄이 묘하게도 멈추기를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두시간 넘게 드리웠지만 수온이 내려가서 갈치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역 낚시꾼의 얘기에 모닥불 만들어 쬐다가 돌아왔습니다. 갈치로 회쳐먹겠다는 야무진 꿈도, 정말 맛있는 갈치조림을 해주겠다는 꿈도? 다 접을 수 밖에 없었지만 목포 앞바다의 적막과 어우러진 모닥불의 묘한 조화는 지금도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 이내 깊은 잠에 빠진 나는 월출산행을 제대로 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인권운동하느라 일상이 고단했을 래군오빠(?)는 아침 일찍부터 북어해장국을 정말 맛있게 끓여 모든 이들이 배부른 포만감에 젖게 했습니다.
월출산콘도 마당에서 바라본 월출산은 바위산으로 참 아름다웠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위압적이지도 않은 바위산이 바로 눈앞에 있었습니다.? 늦은 밤에 도착해서? 볼 수 없었던 월출산의 아름다움에 지난 밤 갈치 낚시의 허무함도 다 잊을 수 있었습니다.
월출산 국립공원은 친절에 있어서도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했습니다. 입구에서 부터 친절한 안내와 탐색로 입구에서는 스트레칭을 위한 전문가까지 아무리 많은 산을 다녀봤어도 이런 친절은 어디서도 못 받아 봤다며 동행한 사람들은 모두 즐거워 했습니다.
스트레칭을 마치고 드디어 산행에 들어갔습니다. 정성들여 놓은 돌바닥 시작으로 대나무숲을 지나 아기자기한 바위들을 넘어 가면서 천천히 산에 올랐습니다. 산행 열흘 전 한의원에서 심장박동의 너무 약하다는 진단을 받은 나는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처방을 받고 있었으나 이내 호흡이 가파오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무리있는 산행은 하지 말라는 말을 명심하면서 천천히 산행을 시작했기에 일행에게 민폐를 끼칠 것 같아 구름다리까지만 갔다가 내려 가겠으니 다른 일행들은 완주하고 도법사에서 보자고 했습니다. 발목을 다쳐 완행이 어려운 택균이 오빠와 맘편하게 느긋하게 시작했지만 역시 택균이 오빠에게도 폐가 되는 것 같아 이내 중간에서 멈췼습니다. 중간 중간에 심근경색을 조심하라는 깃발들이 있었기에 더 조심스러웠습니다.
홀로 남겨진 중턱 산악행 아줌마의 비애를 톡톡히 느껴야 했습니다. 평소에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던 덕을 보는 것 같아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때 맞춰 걸려온 한의원 주치의의 전화는 나를 더 신중하게 만들었습니다.
산밑을 내려다보기 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그냥 편안함을 느끼기로 했습니다. 반듯한 논과 밭을 보면서 농지정리가 잘 이루어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을 색은 인간은 도저히 빚을 수 없는 세련되고 격조높은 묘한 깊은 맛을 주었습니다.
숨차하면서도 오르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의 의지가 새삼 부럽기도 했습니다. 산속의 맑은 공기, 적당히 물오른 단풍,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건강이 허락치않아 안돼서 완행은 못했지만 월출산은 험하지도 않으면서 아기자기 아주 이쁜 산이었습니다. 건강을 다져서 꼭 한번 완행하고 싶은 산이기도 합니다.
30분정도 나무에 기대어 잠이 든 것 같습니다. 아주 편안한 잠을 청했습니다. 도법사로 향해서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먹고 혼자서 도법사에 취해보기로 했습니다. 아주 천천히 걸어서 대웅전, 공양전, 미륵전 등을 다 돌아보았습니다. 모든 안내문을 다 읽은 것 같은 그 다지 기억에 남는 것은 없습니다. 아주 오래된 나무와 새로 지은 대웅전, 세련되게 지어진 현대식 화장실 등등
사람들이 많지 않아 편안하게 돌아 본 뒤 도법사로 넘어올 일행을 기다렸습니다. 4시 30분이 넘어서 도착한 일행들은 미 무모한 산악회를 해체하든지, 케이블카만있는 산만 가든지 해야 된다며 온갖 투정을 다 부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들의 투정은 마냥 부럽기만 했습니다. 또 다른 도전을 마치고 돌아온 그들이기에 나름대로 뿌듯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함께 이끌어주고 밀어주면서 더욱 돈독해진 우정도 부러움의 하나였습니다.
특별한 뒷풀이 없이 돌아온 월출산행, 무모하든 무지하든 계속 서로 의지하며 나아갈 것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산행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면 건강을 챙기는 습관이 이젠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일상의 평화는 다른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여러분도 월출산의 친절과 아름다움에 취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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